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6701억원, 상환액은 9621억원으로 집계되면서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앞서며 회사채 시장이 계엄 이후 급격히 위축된 모양새다. 계엄 전인 11월 마지막주(25~29일)만 해도 발행액은 3조527억원으로 상환액(1조4366억원)을 크게 앞섰다.
통상 회사채 시장에서 11월~12월 연말은 비수기로 간주한다. 회사채를 사줄 기관투자자 등이 그해의 투자를 마무리하고 '북클로징'(장부마감)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회사채 시장은 금리 인하 국면으로 연말에도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며 온기가 도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그동안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은 신용등급 A급 이하 비우량 기업들이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오션(BBB+)은 지난달 500억원어치 회사채 조달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한화오션이 회사채 시장에 뛰어든 건 9년 만이다. HS효성첨단소재(A)도 지난달 3년 만에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증권사 관계자는 "북클로징으로 인한 회사채 시장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 KT 등 초우량 기업부터 비우량기업까지 회사채 발행을 적극 활용했다"면서도 "하지만 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를 중단하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현재까진 크레딧 스프레드가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비우량채(A급 이하)를 중심으로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와 회사채(신용등급 AA-) 간 금리 차인 크레딧 스프레드는 0.594%포인트로 비상계엄 직전인 지난 2일 0.592%포인트 대비 소폭 상승했다.
탄핵 정국 속 정부와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크레딧 시장 충격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국내 크레딧 시장 충격은 아직은 제한적"이라며 "금융당국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강력한 시장안정조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부정적 전망이 확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의 후폭풍이 적시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시장 불안이 지속될수록 초우량채(AAA)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고 비우량채를 중심으로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대한민국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고 많은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며 "이 경우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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