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트럼프 만났을 때 우크라 안보 보장 요구"
"트럼프 우호적 태도…마크롱·젤렌스키, 신중히 입장 전달"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설득하려고 노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지난 7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을 계기로 성사된 두 정상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3자 회동과 관련해 브리핑받은 총 7명의 소식통과 접촉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약 35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3자 회동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과 세 지도자의 태도를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이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 회동에서 강조한 핵심 요구는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이었다. 그는 단순한 휴전만으로는 러시아의 재침략을 막을 수 없는 만큼 평화 협정에 안보 보장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한 소식통은 "회동에서 몇 가지 핵심 사항이 언급됐다"며 "예를 들어 휴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푸틴은 적절한 보장이 없으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휴전을 다시 깨뜨릴 수 있기 때문에 평화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인의 반응에 대해서는 "그(트럼프)는 '모든 세부 사항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재침략을 막기 위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미국 행정부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요청해왔다고 로이터 통신은 부연했다.
4명의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 회동에서 즉각적인 휴전과 신속한 종전 협상을 원한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호적이고 상대를 존중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고 경청하는 모습이었다고 한 소식통은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보여준 친근한 태도는 그가 대선 유세 기간에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판하면서 젤렌스키를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세일즈맨"이라고 조롱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마크롱·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합심해 설득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을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유의했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패배가 미국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미국 라이벌에게 미국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또 트럼프 당선인에게 "우크라이나가 패하고 미국이 승리하는 시나리오는 없다"며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식통 2명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트럼프 당선인과 아마도 중국뿐이라며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이 진정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마크롱·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2024년의 푸틴은 2017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2017년은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를 시작한 해다. 그때의 푸틴과 지금의 푸틴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므로 오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마크롱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급격한 몰락이 러시아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 역시 트럼프 당선인을 압박하지 않으면서 신중하게 전달됐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이번 보도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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