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11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 상황을 상세하게 밝혔다.
한 총리는 당일 저녁 대통령실 도착한 직후인 8시 40분께 계엄 선포 계획을 인지했으며, 대통령에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 뒤 이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9시께 국무회의를 소집했다고 이날 국회에서 증언했다.
한 총리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국무위원들을 소집해서 국무회의를 명분으로 대통령의 (계엄 강행) 의지를 (접도록) 설득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해당 회의에서는 통상적인 개회·종료 선언이 이뤄지지 않았고, 속기 등 별도의 기록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국무회의가 열린 시간은 참석자들 증언에 따라 5∼7분 내외로 추정된다.
국무회의 소집 알림 후 현장 도착 시간에 따라 국무위원들은 최장 1시간 가까이 대기했다고 한 총리는 주장했다.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국무회의였다면 왜 정족수(11명)가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고 5분여 만에 산회했나. 계엄의 절차적 요건을 맞추기 위한 것 아니었나'라는 추궁에 한 총리는 "어차피 실체적, 절차적인, (회의 개최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회의 자체는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국무회의는 국무회의가 아닌 게 맞나'라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는 "말씀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한 한 총리는 자신을 비롯한 국무회의 참석자 전원이 계엄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반드시 대통령 앞에서 표현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앞에서 명시적으로 반대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라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손을 든 국무위원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2명이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0시 10분에서 15분 사이에 회의장에 도착했는데, 회의의 시작이 없었고 대기하는 상태였다"며 "무슨 회의인지 옆 사람에게 물었더니 '계엄'이라는 두 글자만 들었다. 너무 놀라서 '말도 안 된다. 막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자리에는 대통령이 계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시간은 2∼3분 남짓이었다고 송 장관은 증언했다. 송 장관은 또 윤 대통령의 첫 마디가 "누군가와 의논하지 않았다"였다고 전했다.
송 장관은 "대기실처럼 앉아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께서 들어왔다. '회의를 마친다'는 선언이 없는 상태에서 잠시 들어왔다가 나갔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당황하는 사이에 누군가 휴대전화를 틀었는데 (계엄을 선포하는 대통령의) 육성이 흘러나온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언하는 시각 한 총리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함께 있었다고 알려졌다.
한 총리는 "(정 실장도) 굉장히 걱정했다. '지금 이런 상황이 될 수 있나'라는 얘기를 했다. 신원식 안보실장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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