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오는 12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친한계는 김태호 의원, 친윤계는 권성동 의원을 각각 내세우며 세 대결에 나섰다.
국민의힘 원내사령탑을 뽑는 원내대표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친한계와 친윤계가 '찬반'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오는 14일 '2차 탄핵' 표결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여권 권력지형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 '한동훈 지도부 붕괴'를 위해 친윤계가 움직이고 있고, 탄핵이 가결될 경우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차기대선 구도에 원내대표 경선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한계가 20명 남짓임을 감안하면 당내 중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원조 친윤 권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탄핵 정국으로 소장파 의원들이 친윤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김태호 의원이 원내대표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계엄 옹호' 혹은 '계엄 반대' 메시지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우에 따라 '계엄 부역자', '내란정당'의 비판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힘 중진, 권성동으로 중지 모여.. 배현진 "우리 당 중진의힘 아냐"
친한계 "계엄옹호당 될 것".. 한동훈에 우려 전달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에 따르면 원내대표 경선에는 4선의 김태호 의원과 5선 권성동 의원이 대리인을 통해 입후보를 했다.
원조 친윤계 권성동 의원은 지난 2022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바 있다.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태호 의원은 지난 4·10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에 출마해달라는 당의 요청을 수용하여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당내에선 계파색이 옅고 중립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당내 중진 의원들은 권 의원 원내대표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10일 오전 열린 4선 이상 중진의원 회의에서는 권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인하자는 의견이 모였다.
반면, 친한계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친윤계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대표는 '원내대표 추대'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중진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배현진 의원도 "중진 의원들의 의견이지 우리가 '중진의힘'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김상욱 의원 역시 "윤 대통령과 가까운 권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11일에는 한지아 수석대변인과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 고동진·김건·박정훈·배현진·진종오·유용원·주진우·송석준·김상욱 의원 등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한 대표와 별도로 만나 권성동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계엄 옹호당'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을 만나 "(원내대표 선거에서) 권 의원이 됐을 때 우려 사항에 대해 다시 한번 공유했다"며 "한 대표는 경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당은 용산과 결을 거의 같이 갔다. 그로 인해 지금 우리 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라며 "국민들께서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계신다. 그런 차원에서 그런 것들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 권 의원이 나오시는 것에 대해 우려 사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동에 함께한 김종혁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현재 내란죄 수괴 혐의로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데 친윤계 핵심인 분이 원내대표가 된다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어떻게 평가받을지 걱정된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권성동 "여전히 탄핵 반대가 당론" 김태호 "자율 투표해야"
차기 원내대표는 당장 14일로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 7일 '표결 불참'으로 거센 비난이 쏟아지면서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표결 참석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에 찬성한다는 의원들도 하나둘씩 나타나면서 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친윤·중진을 중심으로는 여전히 탄핵에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반대 당론이 유효하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탄핵 반대에 대한 당론이 결정돼 있고, 그 당론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탄핵 반대가 당론"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 속출하고 있는 2차 탄핵 찬성 표결 의사와 관련해 '탄핵 찬성은 소수 의견이냐'고 묻는 말에는 "지금 당론이 탄핵 반대로 결정된 만큼 지금은 그렇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한계를 중심으로 '친윤계 원내대표는 옳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나는 윤석열 정부에서 일한 적도 없고, 호가호위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김태호 의원은 같은 날 "전체 당론을 통해서 본회의장에 자유 의지를 가지고 투표할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탄핵 표결이) 인위적으로 당을 위한 정치로 비춰져선 안 된다"며 "진짜 국민을 생각하고 국가를 생각하는 모습을 의연하게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에 참여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마 그렇게 생각해도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동훈 지도부 붕괴론' 확산.. 권성동 "韓, 정통성 있는 대표 붕괴 가당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친한계 혹은 친윤계가 당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김태호 의원이 원내 사령탑이 될 경우 한 대표가 안정적으로 지도체제를 유지하면서 향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기 대선을 위해 한 대표가 적당한 시기에 대표직을 사퇴할 수도 있다.
반면,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과거 '이준석 체제'를 무너뜨렸듯 '한동훈 체제'의 붕괴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 96조는 '최고위원 4인 이상 사퇴'를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친윤계가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을 설득해 최고위원 4인의 동반 사퇴를 유도해 한동훈 지도부를 붕괴시키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11일 채널A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최근 용산과 친윤들의 움직임을 보면 어떻게든 한동훈을 무너뜨리고 축출하고 당권을 잡으려는 시도를 아주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63%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정통성 있는 대표"라며 "이런 지도부가 중심이 되어 혼란을 헤쳐나가야 하는 마당에 붕괴는 가당치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저의 출마를 겨냥하여 마치 친윤계가 합심하여 한동훈 체제를 붕괴시킨다거나, 제2의 이준석 대표 사태를 만든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말 모멸적이고 악의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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