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대통령 거취 등 정국 해소 방안을 1주일 넘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앞서 내놓은 '내년 2~3월 퇴진'안을 대통령실에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 내 탄핵 찬성 소신을 밝히는 의원들이 5명째 나오면서, 탄핵 반대 당론이 붕괴 위기에 놓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태호 의원은 탄핵안에 대해 당론으로 구속 없는 자유투표를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정국안정TF' 단장인 이양수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에서 TF안과 의총에서 의원들이 개진한 의견으로 대통령실을 잘 설득해주리라 믿는다"며 "오늘부터 설득의 시간"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최대한 이번주 아니면 다음주까지라도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에서 조기퇴진론을 대통령실에 설득한다면 (당내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도) 입장이 바뀔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 조기퇴진 안을 받지 못하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제가 확인해본 결과 대통령실에서 일절 그런 메시지를 낸 적 없다고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사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아니었다면 탄핵이 벌써 이뤄졌을지 모른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가 아니었다면 대통령이 벌써 하야했을지도 모른다"며 "지금이라도 이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 당장 하야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4~5월 대선이면 3심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대표가 (대선에) 나올 수 있다"며 "민주당도 이 안에 대해 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내년 2~3월까지 윤 대통령을 대통령직에 어떤 법적·강제적 제한 없이 그대로 두는 것이 합당하느냐는 지적이 폭넓게 제기되면서, 여당의 '조기퇴진론' 자체가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의 말 가운데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실을 설득한다면 탄핵 찬성파도 입장이 바뀔 것'이라는 언급은, 역설적으로 현재 국민의힘 당론인 탄핵 반대가 위기에 처한 상황을 시사한다. 야권 의석이 192석인 만큼, 국민의힘 내부 의견 분포와는 무관하게 단 8명만 탄핵안에 찬성하면 바로 가결된다.
이날 김재섭 의원이 "저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공개 탄핵 찬성 의사를 드러낸 여당 의원은 5명이 됐다. (☞관련 기사 : 김재섭도 탄핵 찬성 입장…가결까지 국민의힘 3명 남았다)
반대 당론과 보수 극렬지지층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이 5명인 만큼, 드러내놓고 찬성하지는 못해도 내심 탄핵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샤이 탄핵'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상욱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탄핵 찬성파가 "10명 전후"라고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친윤계 권성동 의원의 대항마로 차기 여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태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탄핵소추안 표결과 관련해 "당론을 통해 본회의장에서 자유의지를 갖고 투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108명 의원 전원이 자유투표로 표결에 응하게 되면, 탄핵 찬성표는 공개적으로 소신을 밝힌 5명을 훨씬 넘어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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