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내란 혐의 수사망이 점점 조여오는 가운데,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내란죄' 수사를 누가 주도할지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한 특검법'(내란 특검법)을 야당 주도로 처리했다.
경찰과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어 특별검사(특검)까지. 앞으로 대통령 내란 혐의 관련 수사는 어느 기관에서, 어떻게 진행하게 될까?
경찰
현행법에 따르면 내란죄 수사 주체는 경찰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법적으로 내란죄 수사 주체를 경찰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지난 6일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송영호 안보수사심의관을 필두로 120여 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렸다가, 이후 수사 인력을 확충해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150여 명 규모의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으로 격상했다.
11일 새벽에는 계엄 당일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 체포하고, 이어 용산 대통령실과 합동참모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같은 경찰 구성원인 경찰청장을 공정하게 수사할 수 없으며, 내란죄 수사 권한은 있지만 수사 전문성 및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
검찰은 지난 6일 박세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이끄는 비상계엄 특수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검찰은 현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앞서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기를 선택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를 '직권남용'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사건에 착수했다.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다가, 수사 범위를 내란죄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직권남용 사건을 포함한 검찰의 수사권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이 전직 검찰총장 출신이었고, 내각 및 여당 인사 상당수도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비판도 거세다. 앞서 검찰은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독립 수사기관인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의 중복 수사로 인해 많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8일 수사 이첩 요구권을 발동한 상황이다.
공수처법 제24조에 따르면 공수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해 처장이 수사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9일 브리핑에서 "공수처는 본 건 수사가 진행 초기인 점, 특히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대해서는 그 대상자들과의 관계에 있어 공정성 논란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첩 요청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법원은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의 영장이 중복 청구되고 있다"며 "수사의 효율, 수사 대상자의 기본권 보호 등을 고려해 검찰, 공수처, 경찰은 협의를 거쳐 조정한 후 청구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이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을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공수처가 수사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은 낮다고 보여진다.
특별검사
특검이란 고위 공직자 비리 또는 위법 혐의가 발견됐을 때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된 변호사에게 수사와 기소를 맡기는 제도다.
지난 10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내란죄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이 가결 처리됐다. 이번 상설특검안은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을 총지휘한 혐의를 갖는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등을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통과된 '내란 특검법'은 일반특검에 해당한다. 내란 특검법안에는 국가정보원·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처 등이 압수수색을 방해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과 상설특검이 일반특검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뒀다.
상설특검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어 빠르게 도입할 수 있지만, 입법이 필요한 일반특검보다 수사 기간이 60일(필요시 30일 연장)로 비교적 짧고 규모가 작다.
특검이 시작되면 수사 권한이 기존 수사기관에서 특검으로 넘어가게 되지만, 출범까지 준비 기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검경과 공수처의 수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군검찰을 포함해 검찰, 경찰, 공수처가 서로 수사권을 주장하는 비정상적 상황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수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능력 문제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사법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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