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11일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무회의 성격에 대해 "절차적, 실체적 흠결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한 총리는 계엄 전 국무회의를 소집한 주체가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며, 통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못한 비정상적 회의였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밤 8시 40분쯤 알았다"고 했다. 또 자신이 국무회의를 소집한 시점은 "9시쯤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은 사전에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밟을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 총리는 '총리가 국무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면 국무회의 없이 계엄이 선포될 뻔 했다'는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의 질의에 "당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계획이 돼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면서 "회의 자체는 대단히 절차적이나 실체적인 흠결을 가지고 있는 회의였다"고 인정했다.
한 총리는 계엄 국무회의의 법적인 정당성에도 반신반의했다. 그는 "(개의 선언 등) 보통 국무회의에서 하는 절차적인 것이 잘 밟아지지는 않았다"면서 "국무위원들의 회의라고 해야 될지 정식 국무회의라고 해야 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전체적인 수사 과정에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성재 법무부장관도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엄 국무회의' 당시의 상황에 대해 "회의 개회, 안건, 이렇게 상황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게 아니"라고 했다.
한 총리와 박 장관의 주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정상적으로나마 소집된 국무회의에도 참석한 국무위원 전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단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의미가 된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를 소집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이) 계엄을 하겠다고 말해서 어느 한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국무위원들을 소집해서 국무회의를 명분으로 대통령의 그런 의지를 설득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했다.
또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걱정했다"면서 "대한민국 경제 그리고 대외 신인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고 국민들의 수용성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후 윤건영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는 "법적인 국무회의가 이루어졌나, 이뤄지지 않았나. 다시 말해 기록과 속기, 개회선언, 종료선언 등이 이루어졌나"라는 질문에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 윤 의원이 "그러면 그건 국무회의가 아니다. 인정하시냐"고 하자 "그런 의원님 말씀에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특히 "이번 비상계엄을 선포한 국무회의는 국무회의가 아닌 게 맞나"라는 재확인성 질문에는 "저는 의원님 말씀에 동의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 폭주'를 계엄 사유로 적시한 데 대해서도 한 총리는 "그러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엄을 대응책으로 하는 것은 대단히 신중해야 된다"며 입장을 달리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도 "(계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말씀을 듣고 매우 놀랐다"며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 경제부처를 담당하는 장관으로서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매우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돼서 강하게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했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 대북 송금 사건을 거론하며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해서 처벌하지 않았다"며 "1997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행위, 통치행위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위헌적 요소가 있더라도 사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윤 의원 질문에 "그런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박하지 않았다.
윤 의원이 거듭 계엄 선포를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주장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의 명에 의해서 군대가 국회에 총을 들고 들어왔다"며 "그것을 통치행위로 얘기하는 게 말이 되나"고 제동을 걸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도 그의 전 장인인 "전두환" 등을 고성으로 외치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같은 반발 속에도 윤 의원은 대통령 탄핵이 아닌 "대통령제를 탄핵해야 한다"고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하며 "이재명 대표, 결단해 달라.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도 똑같은 비극을 회피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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