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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경제 영향 제한적…장기적 구조개혁 논의할 때”
조 원장은 11일 열린 ‘2024 KDI 컨퍼런스’ 기자 간담회에서 탄핵의 경제적 영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조 원장은 “한국은 이미 탄핵을 한 번 경험한 나라고, 그 당시에도 외환 시장은 크게 흔들림이 없었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8~9년전은 물론이고 IMF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도 우리 경제의 근간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지난 (계엄령 사태 이후) 일주일간 주식과 환율 시장 등은 빠르게 반응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대체로 1~2%포인트 수준 변화에 머물렀다”며 “그 변동폭을 크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폭을 판단하는 것은 주관적 영역이며, 금융시장은 또 다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가변성을 갖고 있다”고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조 원장은 “한국은 1997년 위기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경상수지 흑자를 냈고, 현재도 외환보유고가 넉넉한 나라”라며 “흑자는 곧 투자로 이어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대외금융자산이 절반에 육박하는 국가가 위기를 맞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한적이며 오래 가지 않을 정치적 영향보다, 오랜 사회적·정치적 논의가 필요한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이 지체되고 있어서 이를 추진할 필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노동개혁 등으로 잠재성장률 제고, 경제 체질 개선해야”
조 원장은 2% 내외에서 머물고 있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조 원장은 “우리가 그간 논의를 미뤄왔던 구조개혁으로 인해 오늘날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사회적·정치적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 개혁을 예로 들면, 지금 개혁을 하더라도 잠재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 10~20년 후에야 나타난다”며 그5 시급성을 강조했다.
KDI는 이날 컨퍼런스에서도 생산 요소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 개혁, 노동 개혁과 각종 기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조 원장은 “규제 개혁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는 부분이며, 일하는 방식 등도 보다 유연하게 바꿔나가야 우리 경제의 생산성 제고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이 2%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는 소비를 통한 내수 진작 등에도 한계가 있다”며 “구조개혁으로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그간 세계 경제의 혁신을 이끌었던 미국의 사례를 대표로 들기도 했다. 조 원장은 “최근 혁신을 이끌었던 구글, 애플은 물론 최근 엔비디아까지 모두 미국 기업”이라며 “과거 일본과 유럽 등의 국민소득은 미국과 비슷했지만 지금은 현저히 차이가 나며 정체됐는데, 그 차이는 혁신에서 비롯된다”고 짚었다. 그는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줘야 혁신 기업이 나타나고, 이를 위해서는 그런 경제의 토양과 체질을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구조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최근 내수 둔화 등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조 원장은 “일반론적으로 재정 지출이 줄어들면 내수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더라도, 과거 고성장기처럼 소비가 활성화됨으로서 내수가 회복하는 상황은 이미 지났다”며 “KDI는 장기적인 시계열로 근본적인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구상하는 기관이 되고자 한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한편 KDI의 이날 컨퍼런스는 ‘한국 경제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방안’으로 진행됐다. KDI는 노동과 교육 개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 개선과 보조금 위주의 육성 정책 대신 자발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스케일업’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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