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달성하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주요 ODM(제조자 설계생산) 기업들과 대형 화장품 기업들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전망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뷰티 산업은 올해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올해 K-뷰티의 누적 수출액은 93억 달러(약 13조2674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이미 지난해 최고 기록인 92억 달러를 넘어선 수치로, 연말까지 100억 달러 돌파가 유력시되고 있다.
특히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1~3분기 연속으로 분기별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인디 브랜드 ODM 사업이 실적 상승을 이끌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상생 협력이 빛을 발했다.
인디 브랜드들의 글로벌 약진도 두드러졌다. 마녀공장은 아마존 입점을 시작으로 코스트코, 얼타의 온·오프라인 채널 진출에 성공했으며 상반기 미국 매출이 전년 대비 298% 급증했다. 조선미녀는 11월 LA 첫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며 연간 매출 3000억 원 달성을 전망하고 있다. VT코스메틱은 다이소 전용 '리들샷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로 히트 상품을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대기업들의 시장 다변화 성과도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은 코스알엑스 인수로 미주 시장 매출이 108% 증가했으며, LG생활건강은 글린트, VDL, 프레시안 등 다양한 브랜드로 일본 시장에서 10.1%의 성장을 이뤄냈다. 애경산업은 '루나' 브랜드의 일본 팝업스토어 성공과 베트남 진출 확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어뮤즈를 713억 원에 인수하며 중저가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하지만 내년도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미국발 관세 리스크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10~20% 일괄 관세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 화장품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마녀공장의 미국 매출과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 시너지 효과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정치 불안정성도 큰 위협 요인이다. 최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정치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으며,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중소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 위축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관광객 감소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주한 대사관이 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인바운드 관광객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래관광객의 61.6%가 화장품을 구매하고 로드숍 방문율이 45%에 달하는 상황에서, 관광객 감소는 화장품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온라인 유통 플랫폼 입점 지원과 한류 연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으며, FTA 네트워크를 활용한 무역장벽 해소에도 힘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수출 지원 예산을 54.3% 증액한 108억 원으로 편성했으며, 식약처와 법제처는 세계 각국의 화장품 법령과 규제정보를 제공하며 수출 장벽 해소를 지원하고 있다.
업계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CJ올리브영은 4628㎡ 규모의 성수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으며, 다이소는 뷰티 전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CNP 바이 오디 티디 스팟 카밍 젤'은 10만개 판매를 달성했고, 아모레퍼시픽의 '세컨드 미모 바이 마몽드', 애경산업의 '투에딧 바이 루나' 등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위기 요인들이 실제 위험으로 현실화될 경우 K-뷰티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도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소 인디 브랜드들은 마녀공장과 조선미녀의 성공 사례를 본받아 제품 경쟁력 강화와 해외 시장 진출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들 역시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 인수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어뮤즈 인수와 같은 전략적 M&A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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