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역사적 저평가 구간, 금융당국 역할 기대…탄핵 정국 수습 전망도 점증
강달러에 美증시 반도체株 약세…"불안심리 여전, 추가하락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국내 증시가 11일 정치 불안에 대한 과도한 공포와 우려를 조금씩 덜어내며 전날의 반등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로 초래된 탄핵 정국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환율 불안 역시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데 대한 경계심은 여전하다.
전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43% 오른 2,417.84로 계엄 사태 당일인 지난 3일 이후 닷새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닥 지수도 닷새 만에 5.52% 급반등하며 전날 폭락분을 만회했다.
내란 혐의 사건에 대한 조사가 가속화하고 여당 내 탄핵 찬성 의원이 늘어나면서 탄핵 정국의 혼란이 빠르게 수습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급랭했던 투자심리가 다소 호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도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 시사 이후 전날보다 10원 넘게 하락한 1,420원대 중반에서 주간 거래를 마감하는 등 다소 안정을 찾는 듯했다.
중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심과 함께 전날 낙폭 과대 인식에 따른 반발 매수세도 유입됐다.
개인의 순매도세는 3거래일째 이어졌으나, 외국인은 선물, 기관은 현물 중심의 순매수세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고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살아나는 만큼 전날 반등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5배 수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보다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낮았던 때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 이후뿐이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00년 7월 이후 코스피 12개월 후행 PBR이 0.85배 이하에서 투자했을 때 투자기간별 플러스 수익률 확률은 20영업일은 70.9%, 60영업일은 86.1%, 120영업일은 95.5%에 달했을 정도로 현재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정국 불안을 수습하려는 시도와 함께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화 후속 조치를 잇달아 시행할 것이라고 밝힌 점 역시 증시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과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완화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유효한 증시 저가 메리트 인식 속에 국내 정국 혼란 수습 기대감과 금투세 폐지 소식 등이 주가 재생력을 유지시켜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인한 변동성은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
전날 주간 거래에서 1,426.90원으로 마감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야간 거래에서는 5.90원 상승한 1,432.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계엄령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의 지속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불안 심리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코스피의 극심한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추가 하락 가능성, 전날 급등에 따른 단기 차익실현 압력도 여전하다.
설태현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했다고는 해도 완벽하게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락바텀(Rock Bottom·최저점)에 근접할 정도로 시장이 하락한다는 것은 기업별 약세 요인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역사적 하단에 근접하더라도 추가로 낮아질 위험이 남아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TSMC(-3.63%)의 부진한 11월 매출 발표 이후 엔비디아(-2.69%), 마이크론(-4.59%), AMD(-2.39%), 인텔(-3.12%) 등 반도체주가 하락하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47% 내린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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