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파업 촉발한 지하철 적자, 노인 무임승차가 원인 맞나

[팩트체크] 파업 촉발한 지하철 적자, 노인 무임승차가 원인 맞나

한스경제 2024-12-11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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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서 무료급식을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24.8.6 / 연합
 6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서 무료급식을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24.8.6 / 연합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파업까지 이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서울교통공사 노사 갈등의 배경에는 공사의 적자운영 문제가 드리워져 있다. 운행 차질이 현실화되자 공사의 적자운영을 초래하는 한 원인으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10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에 따라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하고 1984년부터 수도권 지하철과 고궁, 능원, 국·공립박물관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 우대권 제도'를 40년 간 지속해왔다. 지역과 지역을 넘나드는 고속철도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처음 제도가 실시될 때만 해도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이 적어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흘러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노인 우대권 제도를 이용하는 노인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노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서울 종로3가역은 1~5월 승하차 승객 334만명 중 39%(129만명)가 우대권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인 무임승차 복지를 위한 손실액도 늘었다. 윤영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비례)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무임승차 손실액은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의 올해 적자가 7228억원인데 그 중 55% 가량이 무임승차에서 나온다. 연도별로 따져보면 2020년 2642억원, 2021년 2784억원, 2022년 3152억원, 2023년 3663억원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1%씩 손실 비용이 늘었다.

하지만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지하철 적자가 노인 무임승차 때문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김 회장은 "지하철은 노인이 타지 않아도 운행한다"며 되레 "지하철 요금을 너무 싸게 정한 것이 적자 요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2022년 11월 전국도시철도운영기관 노사대표자 협의회 공청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철도 무임 수송 인원은 매년 증가하지만 증가에 따른 운송 횟수 및 열차 편성 수는 변화가 없었다. 노인 탑승으로 열차 탑승률이 증가해도 선로에 들어갈 수 있는 열차 수가 한정돼 있어 상황에 맞게 열차 간격을 조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한 철도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운행하는 열차에 노인들이 무임승차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물을 수 있겠으나 노인 외에 이용객이 적은 시간대 열차가 운행됨으로써 전기료나 감가상각비 등이 빠져나간다"라고 했다.

사측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서울교통공사는 2026년까지 2200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2호선의 승무원을 기존 2인에서 1인으로 줄이기로 했다. 1명의 승무원이 지하철 운행과 안내 방송을 담당하면서 10량 길이 열차의 출입문을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 연합
사측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서울교통공사는 2026년까지 2200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2호선의 승무원을 기존 2인에서 1인으로 줄이기로 했다. 1명의 승무원이 지하철 운행과 안내 방송을 담당하면서 10량 길이 열차의 출입문을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 연합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정부지만 갈수록 부담이 커지는 도시철도운영기관 및 지자체다. 정부는 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PSO) 중 일부만 지원하기에 실제 지급되는 보상액은 발생한 손실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특히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는 무임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이 없다.

이에 지난해 국회 국토위가 2023 정부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도시철도 무임손실 지원분 3585억원을 추가 반영하고 전체 PSO 예산을 3979억원에서 7564억원으로 증액했으나 국회 본회의서 도시철도 무임손실 보전을 위한 예산이 다시 삭감됐다. 결국 기존에 코레일만 지급해오던 PSO 예산만 반영한 정부 원안이 통과된 상황이다.

일각에선 서울 지하철에 집중하는 서울교통공사와 지하철, 고속·일반철도, 화물 운송을 담당하는 코레일의 적자 원인을 따로 분석해야 한다고 전한다.

한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공사의 사업영역 중 적자가 제일 크게 나는 부분이 서민이 이용하는 무궁화, 새마을호다. 지하철이나 일반열차의 적자를 흑자 노선인 KTX가 메워오고 있었는데 SRT가 생기면서 공사가 적자 전환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철도 사업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코레일은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의 운영 횟수가 감소로 우대권 사용이 많아질 수록 정상운임을 받을 기회가 줄어드는 딜레마에 빠졌다. 또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지불하는 높은 선로사용료도 적자 부담의 원인이다. 현재 고속철도의 경우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는 매출의 34%, 일반철도는 4035억원을 고정금액으로 내고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노임 무임승차 문제를 철저히 비용의 논리로만 봐서는 안된다고 전한다. 노인들이 자주 찾는 종로 3가역은 또래 노인들이 모이는 탑골공원과 삼시세끼를 해결할 수 있는 무료급식소가 있다. 무임승차 제도를 축소하는 것이 노인의 생활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런 논리에서 나온다.

이미진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하철 경로 우대는 건강한 노인만 혜택을 본다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도시에 거주하는 고령자들이 누리는 삶의 질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며 “무료로 운행되는 지하철을 이용해 사회적 관계를 맺고 생계를 유지하는 등의 사례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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