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까지만 해도 브이티는 지배구조 개편(이앤씨 지분 큐브엔터(182360) 지분 교환)으로 정철·강승곤 공동대표 각각 책임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 했으나 이번 블록딜로 관계사였던 큐브엔터가 브이티를 지배하는 꼴이 됐다.
더구나 큐브엔터가 이번에 브이티 지분을 양수하면서 향후 주가 상승 시 매각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여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심지어 정철 대표는 부채 상환을 목적으로 블록딜을 진행한다고 했으나, 그 돈의 일부는 화장품 사업이 아닌 큐브엔터 운영자금으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블록딜로 브이티는 경영 주도권만 큐브엔터로 넘어갔고 오버행 이슈는 해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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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이티, 큐브엔터 최대주주서 큐브엔터 지배권 아래로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철 공동대표는 지난 2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본인이 소유한 브이티 지분 752만 5531주(지분율 21.02%) 가운데 160만주(4.46%)를 주당 2만 7100원에 처분했다. 처분액은 총 433억 6000만원에 달한다.
다만 블록딜 물량 가운데 절반 넘는 85만주를 큐브엔터가 받아가 지배력이 확대(지분율 9.62%→12%)됐다. 큐브엔터 최대주주(36.77%)인 강승곤 회장이 브이티 지분 5.44%를 가지고 있고, 강 회장 배우자인 조하나씨가 브이티 관계임원으로 4.3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큐브엔터 측 총 지분율은 21.76% 수준이다. 반면 블록딜을 통해 최대주주인 정철 대표 지분은 21.02%에서 16.55%로 줄었다.
지난 7월 브이티가 사실상 강 회장 개인회사인 리들샷 제조사 이앤씨 지분을 인수하고, 큐브엔터 지분을 넘길 당시만 해도 분리경영을 강조했다. 당시 강 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64.2%)로 있는 리들샷 제조사 이앤씨(비상장) 지분 50.27%(186만주, 약 603억원)를 브이티에 넘기고, 브이티가 가지고 있던 큐브엔터 지분 27.53%(380만주, 약 505억원)와 98억원 가량의 현금을 받았다.
이에 브이티 측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당사는 정철 대표를 중심으로 한 화장품 회사로, 큐브엔터는 강승곤 대표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각각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남짓 만에 브이티와 큐브엔터 자리가 바뀌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담당자가 답변하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 오버행 이슈 해결 맞나?…큐브엔터 양수 목적 ‘투자수익 제고’
지난달 1일 정철 대표는 공시를 통해 140만주(3.91%)의 블록딜을 예고(처분 기간 12월 2~27일)했다.
당시 처분 단가는 3만 1620원(보고서 작성일 전날 브이티 주가 3만 4000원 대비 7% 할인)으로 처분 예상액은 443억원이었다. 이후 브이티 주가가 하락(2일 주가 2만 8100원)하면서 실제 블록딜 물량은 20만주 늘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결제일 기준 거래 개시일인 12월 2일 거래가 완료되며 오버행 요소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큐브엔터가 지난 2일 공시한 내용을 보면 브이티 지분 양수 목적은 투자수익 제고다. 이에 대해 큐브엔터 관계자는 “브이티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게 된다면 저희가 주식을 팔아 실현을 했을 때 차익을 많이 가지고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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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이티큐브재팬 완전 자회사 언제?
브이티 측은 큐브엔터가 약 8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브이티큐브재팬(VT CUBE JAPAN)’ 등 화장품 관련사들을 수직 계열화함으로써 클린 경영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 밝혔으나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브이티의 화장품 매출 가운데 일본 매출이 가장 큰 상황이다. 지난 3분기 기준 매출 877억원 가운데 일본 매출이 397억원 수준이다.
지난 7월 이앤씨 지분 인수 당시 브이티 측은 3분기 중으로 브이티큐브재팬의 지분 80%를 추가로 취득해 완전히 자회사화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브이티 관계자는 “코로나 당시 비용 절감 차원에서 브이티재팬과 큐브재팬 합병을 진행한 바 있다”며 “브이티큐브재팬이 정상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조만간 지분을 다시 사올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런 와중에 정철 대표는 브이티큐브재팬 지분 인수보다 큐브엔터 유상증자 참여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큐브엔터는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76만 6870주의 신주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1만 3040원으로 조달액은 총 99억 9998만원 규모다. 대상자는 강 회장과 정철 대표로 각각 38만 3435주(49억 9999만원)씩 배정된다.
큐브엔터는 비슷한 시기에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6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발행했다. 주력 IP인 ‘(여자)아이들’ 재계약을 비롯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자금 조달로 보인다.
이후 정철 대표는 개인채무상환을 매듭짓고자 블록딜을 진행했다.
브이티 측에 따르면 정철 대표는 과거 브이티와 지엠피 회사 합병 과정에서 100억원에 달하는 양도소득세가 발생했고 이를 상환하지 못해 지연이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자사주 매입 등을 위한 주식담보대출이 160억원 수준이다.
브이티 관계자는 “이번 정철 대표의 블록딜은 개인적인 부채 상환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다른 사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철 대표의 개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앞으로 경영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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