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GT는 전통적인 약물치료와는 달리 유전자를 직접적으로 수정하거나 세포 조작기술을 활용해 치료하는 혁신 치료법이다. 기존 치료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난치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이벨류에이트 파마는 2021~2026년 글로벌 CGT 시장이 연평균 49%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프레시던스리서치는 올해 시장 규모가 212억8000만 달러(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오는 2034년에는 연평균 18.6% 성장해 1174억6000만 달러(약 166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CGT에는 주로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 유전자 편집기술(크리스퍼-캐스9), 유전자 대체 요법 등이 포함된다.
특히 CAR-T 치료제는 연평균 성장률이 40%에 이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CAR-T 세포치료제 시장은 37억4000만 달러(약 5조원)에서 2029년까지 연평균 39.6% 증가한 290억 달러(약 41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CAR-T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이용한 면역세포치료제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면역세포)를 뽑아 암세포를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 뒤 배양해 다시 환자의 몸에 투약한다.
T세포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인 CAR는 세포 외부에선 암세포를 인식하는 역할을 하고, 세포 내부에서는 T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를 전달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써 CAR를 가진 T세포는 정상 세포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사멸한다.
CAR-T 치료제는 암세포를 사멸하기 위해 외부 물질이 아닌 체내의 면역세포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항암제와 차이가 있고, 환자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CAR-T 치료제는 지난 2017년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킴리아주(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며 각광 받기 시작했다. 킴리아는 주사 한 번으로 악성 백혈병의 치료를 기대할 수 있어 '기적의 치료제'로 통하고 있다.
이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악시캡타진 실로류셀)·'테카터스'(브렉수캅타진 오토류셀), BMS의 '아베크마'(성분명 아데캅타진 비클류셀)·'브레얀지'(리소캅타진 마라류셀), 얀센 '카빅티'(실타캅타진 오토류셀) 등 6종의 CAR-T 치료제가 미국 허가를 받았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은 킴리아와 카빅티 뿐이다. 킴리아는 지난 2021년 3월, 카빅티는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현재는 미국 등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추세이지만 국내에서도 연구개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큐로셀은 국산 최초의 CAR-T 치료제를 도전하고 있다. 현재 회사는 CD19 표적 혈액암 CAR-T 치료제 '안발셀'(안발캅타진 오토류셀)의 품목허가신청을 준비 중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완료하고 올해 5월 최종결과보고서(CSR)를 수령했다. 임상 결과, 안발셀 투여 후 암세포가 모두 사라진 완전관해에 도달한 비율(CRR)은 67.1%에 달했고, 임상시험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일차 평가변수인 객관적반응률(ORR)은 75.3%로 나타나 기존 치료제(킴리아) 대비 우수한 데이터를 확인했다. 안전성 또한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했다.
큐로셀은 안발셀의 빠른 상용화를 위해 허가 절차에 속도를 내는 한편, 시장 안착을 위해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 영입한 이승원 상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판된 CAR-T 치료제 킴리아의 상업화 과정을 이끈 경험을 보유한 혈액암 및 CAR-T 치료제 관련 전문가다. 회사는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는 안발셀의 상업화에 이 상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앱클론은 현재 7개 병원에서 CAR-T 치료제 'AT101'의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진행한 임상1상 결과는 세계 암 분야 학술지인 '몰리큘러 캔서'에 발표된 바 있다.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1상 결과에서는 중간농도, 고농도 투여군에서 6명의 환자 전원 완전관해(CR)가 확인됐다.
CGT 시장 성장세에 따라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의 전망도 밝은 추세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CGT CDMO 시장은 지난 2019년 15억2000만 달러(약 2조1730억원)에서 연평균 31% 성장해 2026년에는 101억1000만 달러(약 14조45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독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IDT 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고 CGT CDMO 시장 진출을 선언했으며, 메디포스트가 인수한 캐나다 소재 CGT CDMO 전문기업 옴니아바이오는 2년간의 투자 끝에 지난 10월 7500㎡(약 2300평) 규모의 신규 생산시설을 개소했다. 옴니아바이오는 토론토에 위치한 기존 3700㎡ 규모의 생산시설을 포함해 총 1만1200㎡(약 3400평) 규모의 생산설비를 보유함하게 됐다.
차바이오텍은 미국 CGT CDMO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마티카 바이오테크를 설립, 현지에 시설을 준공하고 미국 기업들과 잇달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이엔셀은 다품목 CGT CDMO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100억원대 매출을 내고 있으며, 강스템바이오텍도 CGT CDMO 사업 부문 실적이 대폭 개선돼 올해 연간 해당 사업 매출이 2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일부 기업들은 바이오업계에 대한 투심 위축의 영향으로 CGT CDMO 사업 성장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지씨셀의 CDMO 매출은 2022년 77억원에서 지난해 57억원으로 감소했다.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된 세포치료제 제품이 없어 자체 제품인 이뮨엔셀엘씨 위주의 생산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휘 지씨셀 경영지원실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CGT CDMO 사업은 잠재력 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국내의 경우 시장이 죽은 상황이다.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들의 펀딩이 어려워지며 R&D 진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현재 CGT CDMO 사업이 힘든 상황인 게 맞지만 이 시장은 언젠가 다시 붐이 올 것이라고 기대 중이다. 그때까지 잘 준비해서 변화에 맞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국내에서는 허가받은 약물이 없고 전문 인력도 극소수다. CGT 개발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인데 투자가 막혀 임상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고, 그게 CDMO까지 미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임상에 들어간 CGT 물질이 1800개 정도 된다. 100개 정도가 임상3상 단계이고 나머지는 1, 2상 초기 단계에 있다"며 "향후 허가 신청이 대폭 늘어날 것 예상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조직을 확대하고 인력 보강에 나섰다. 현재 항체의약품 시장이 가장 크지만 시장 성장률이 가장 가파른 분야는 CGT여서 시장 자체는 굉장히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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