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올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감산과 반도체 수요 회복 등으로 상승했지만 하반기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20.59% 내린 1.35달러로 집계됐다. 낸드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 후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9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D램의 경우 하반기에도 HBM 수요는 견조했지만, 모바일용 D램 가격은 3분기부터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D램 재고조정을 시작하면서 하락했다. 낸드의 경우 반도체 기업들이 수요 촉진을 위해 9월부터 가격을 인하했으며, 내년 초까지 이 같은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자국 공급망 확대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 생산을 늘리고,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자국 부품 구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레거시 D램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샤오미, 트랜션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지난해부터 중국 D램 기업 CXMT의 LPDDR510를 탑재하고 있으며, CXMT는 자국 중저가 스마트폰, PC 등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CXMT는 생산능력(CAPA)이 2024년 말 월 20만장으로, 삼성전자(월 68만장), SK하이닉스(월 48만장) 대비 각각 30%, 44% 수준인 데다 수율도 낮지만 정책적 지원하에 생산능력을 확대 중이다.
중국산 저가 메모리 공습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등 고부가 제품 라인업을 늘리며 '초격차' 경쟁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HBM이 향하는 AI 반도체 시장은 올해 713억 달러에서 2027년 1414억 달러로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HBM 시장을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HBM3E(5세대) 8단을 엔비디아에 납품한 지 6개월 만에 HBM3E 12단도 최초로 양산하며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검증)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도 연내 HBM3E 공급이 전망되면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10월 말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주요 고객사 퀄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며 "4분기 중 (HBM3E)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HBM의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수익성에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리콘관통전극(TSV) 등 신기술을 위한 투자 금액이 많이 드는 데다, 판가 협상력을 갖춘 연산칩 업체 대비 '인증'을 받아 공급해야 하는 '을'의 입장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는 과거와는 차별화되는 구매 정책인 '가격 차등제'를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핵심 부품의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대규모 구매 계약을 맺은 뒤, 추가 물량에 대해서는 좀 더 낮은 가격으로 유연한 물량 확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 안정성을 위해 메인 벤더에게 대규모 물량과 마진을 약속하지만 2~3번째 벤더에게는 원가 유연성을 요구하기에 선두 업체와 아닌 업체의 HBM 수익성은 더욱 차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