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폴란드·이탈리아, 농업 피해 우려에 "FTA 반대"
독일·스페인, 신시장 개척·성장 동력 확보 기회라며 환영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6일(현지시간) 최종 타결됐지만 프랑스 등 일부 EU 회원국이 여전히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협정이 실제 발효되기까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U와 메르코수르는 이날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메르코수르 정상회의를 계기로 FTA 협상을 25년 만에 마무리했다.
양측의 FTA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7억명 인구에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단일 시장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코수르 회원국은 농·축산물, EU 회원국은 자동차를 비롯한 공산품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 협정은 유럽의 승리"라며 "이는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축하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폴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는 농업 부문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로 여전히 FTA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유럽 내 제1 농업국인 프랑스의 반발이 거세다.
사임한 소피 프리마 무역 담당 장관은 "오늘 우루과이에서 발표된 내용은 EU 회원국이 아닌 집행위의 의견"이라며 협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어 "프랑스만이 아니라 이탈리아도 이 FTA에 반대하는 데 동참했다"며 연대 세력들과 합세해 FTA 최종 서명을 막아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엘리제궁도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EU와 메르코수르 간 협정 초안은 이대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 농업 주권을 끈질기게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불신임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농민들의 불안과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FTA를 무조건 막아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역시 이날 의회에서 "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도 협력해 협정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실 관계자도 이탈리아 역시 농민과 농업 부문에 대한 더 나은 보장이 없다면 협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농민들도 FTA 협상 타결 소식에 우려를 표했다.
유럽 최대의 농업협동조합·생산자 단체인 코파·코게카(COPA-COGECA)는 성명에서 "농업계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특히 "소고기, 가금류, 설탕 등과 같은 민감 부문은 메르코수르 국가의 저가 제품 유입으로 인해 시장 포화 및 소득 손실 위험이 커졌다"고 걱정했다.
이어 "회원국과 유럽의회는 이 협정의 조건에 단호히 이의를 제기하고 EU의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오는 9일부터 협정 반대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메르코수르와의 FTA 체결로 신시장 개척의 기회가 생긴 독일 등 일부 국가는 타결 소식에 매우 반색했다.
자동차·기계·화학제품 등 효자 수출 산업의 위기로 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독일은 그 어느 EU 국가보다 이번 FTA를 간절히 고대해 왔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엑스에 "20년이 넘는 협상 끝에 메르코수르 국가들과 EU 간 정치적 합의가 이뤄졌으며, 협정을 위한 중요한 장애물이 극복됐다"고 환영했다.
이어 "이로써 7억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자유 시장, 더 많은 성장과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미와의 FTA에 찬성해 온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 역시 엑스에 "오늘 EU는 메르코수르와의 역사적 합의를 통해 유럽과 남미 사이에 전례 없는 경제 다리를 놓았다"고 기뻐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번 FTA가 "우리 모두를 더 번영하게 할 것"이라며 "(EU) 이사회에서 승인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적었다.
스페인 정부는 소고기와 같은 일부 분야가 피해 볼 수 있지만, 와인이나 올리브 오일 같은 품목은 혜택을 볼 수 있다며 이번 FTA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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