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물이 이룬 경이로운 풍경, ICE | 월드리포트

얼어붙은 물이 이룬 경이로운 풍경, ICE | 월드리포트

마리끌레르 2024-12-06 13:36:08 신고

미국 사진가 메이건 리펜호프는 얼어붙은 물이 이룬 풍경을 포착하고,
그 결과물을 인화해 자연과 물리적으로 접촉시키며 경이로운 장면을 탄생시켰다.
파도와 바람, 토양, 기후와의 협업으로 비로소 완성된 장면은 인간의 삶이 자연과 맞닿아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내일,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하여.

Meghann Riepenhoff, ‘Day 45: mushroom spore ink + mica,
carbon, and Prussian Blue pigment + lake water + freezing
morning air’, Unique Dynamic Cyanotype, 19×24 inches, 2024
Meghann Riepenhoff, ‘Detail of Ice #168 (28-35°F, Fletcher Bay Road End, WA 01.13.20)’,
Unique Dynamic Cyanotype, 42×52.5 inches, 2020. PHOTO: Robert Divers Herrick

Meghann Riepenhoff, ‘Ice #64 (18-29°F, Aspen, CO 02.10-12.20)’,
Unique Dynamic Cyanotype Triptych, 42×72 inches overall, 2020

Meghann Riepenhoff, ‘Ice #82 (24-35°F, Big Creek, Ashford, WA 03.06
08.20)’, Unique Dynamic Cyanotype, 42×58.5 inches, 2020

Meghann Riepenhoff, ‘Ice #322 (19-27℉, Confluence of Schel Chelb
Ephemeral Stream and Puget Sound, WA 02.25.22)’,
Unique Dynamic Cyanotype, 87×42 inches, 2022

Meghann Riepenhoff, ‘Untitled work from State Shift’,
Unique Dynamic Cyanotype, 42×88 inches, 2024

Meghann Riepenhoff, ‘Day 50: cyanotype + soda ash + breaths + lake
water + windy dry cold’, Unique Dynamic Cyanotype, 30×42 inches, 2024
물은 지구를 구성하는 요소이자 모든 생명의 원천이지 않나.
그만큼 물이 우리 삶 속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경험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먼저 ‘Ice’ 프로젝트의 시작점에 대해 묻고 싶다.

예전부터 물의 상태 변화에 관심이 많았다. 물은 온도와 습도를 비롯한 특정 조건에 반응하며 그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기하학적 형태의 얼음이 되었다가 이내 묽게 녹아내리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처럼 물이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러 형태를 띠는 점이 흥미로웠다. 물은 결정화 과정을 거칠 때 고유의 질서를 토대로 분자구조를 배열한다. 이 과정이 자연의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어 얼음의 면면을 담아내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얼음을 사진으로 남길 때 무엇을 가장 신경 썼나?

사진은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을 통해 눈 결정, 혜성, 신체 기관 등을 관찰할 수 있지 않나. 내 작업도 그 연장선상에서 과학적 내용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얼음이 이뤄낸 과학적 장면을 사진이란 예술 매체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사진의 질감이 독특하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10여 년 전부터 실험을 거듭하며 현재의 작업 방식을 찾았다. 우선 월든 호수와 그레이트솔트 호수 등 물이 얼어붙은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가 셔터를 눌렀고, 푸른 계열의 색을 활용하는 ‘청사진법(cyanotype)’으로 인화했다. 이후 파도, 비와 눈, 바람, 모래 등 자연의 요소와 물리적으로 접촉시켰다. 그 결과 인쇄된 사진의 표면에 독특한 패턴이 생겼다. 이 패턴은 당시의 시공간과 환경 조건을 보여주는 지문과도 같다.

환경조건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이라 변수가 많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맞다. 예측 불가능한 자연의 야생성을 매번 실감하며 답답함과 기쁨, 두려움과 희열을 동시에 느꼈다. 과정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되 결과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이어갔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이미지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Ice’라는 제목 그대로 얼음, 즉 물의 한 형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이미지들이 곧 물이라고 생각한다.

얼어붙은 물을 작업의 소재로 다루면서 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나?

우리가 자연에서 얻는 것 중 물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은 지구를 구성하는 요소이자 모든 생명의 원천이지 않나. 그만큼 물이 우리 삶 속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경험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형태의 물을 마주했을 것 같은데, ‘얼음의 풍경’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

빙하가 떠오른다. 빙하는 지질학적 시간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일종의 기념비라고 생각한다. 눈이 수년간 쌓이며 형성된 빙하에는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긴 세월의 기록이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빙하의 그 방대한 특성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얼음이 정적이고 고요하기보다 활동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기록을 남기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 같다. 기후 위기 때문에 빙하가 급격히 녹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맞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빙하의 감소는 시간에 대한 내 인식을 바꿔놓았다. 인간의 시간으로 인해 지질학적 과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구의 대부분은 인간 활동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우리는 지금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Anthropocene)를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불러올 재앙과 그로 인한 공포를 감히 상상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가 악화된 자연을 복원하고, 보다 조화로운 세상을 이룰 수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환경을 지키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이를 실천하는 건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실천하더라도 기업이나 사회 등 집단의 선택을 따르다 보면 부득이하게 자연에 악영향을 미칠 때도 있지 않나.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인간과 자연이 정직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우리가 인간의 욕구를 따르며 자연에 해를 끼치는 선택을 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거다. 그래야 환경 파괴가 진정한 필요에 의한 것인지, 그저 이기심에 비롯된 것인지 구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더 나아가 자연을 위하는 선택이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가장 이로운 선택임을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당신의 작업이 지속 가능한 삶을 실현하는 데 어떤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라나?

이 프로젝트가 인간과 자연을 더욱 긴밀히 이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작업을 진행하며 인간이 자연에 행사하는 큰 영향력과 생태계의 소중함을 실감했듯, 더 많은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지니기를 바란다. 자연이란 본디 인간의 삶에 내재되어 있음을, 자연과의 유대를 공고히 할 때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에 대한 본능적인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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