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색다른 홀리데이 영화

조금은 색다른 홀리데이 영화

아레나 2024-12-05 00:00:37 신고

3줄요약

매해 연말연시가 되면 도시는 화려한 불빛을 휘감고, 길거리는 가족과 연인들로 붐빈다. 사람들이 찾는 영화도 홀리데이 분위기에 걸맞은 따뜻하고 감동적인 작품들이 대부분. 이럴 때일수록 조금은 남다른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10편의 작품을 준비했다. 장르도 나라도 시기도 제각각이니 하나쯤은 취향에 맞는 영화가 있을 것이고, 이미 본 작품도 이 시기에 감상하면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①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제작 연도 2014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가족이 함께하는 겨울 휴가’라는 출발점은 여느 홀리데이 가족 영화처럼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들의 행복 한가운데 균열이 일어나면서 펼쳐진다. 주인공 가족이 스키 리조트의 야외 식당에서 식사하던 중 갑, 자기 산에서 눈사태로 보이는 눈덩이가 쏟아져 내려온다. 이때 남편은 두 아이와 아내를 내버려두고 순식간에 혼자 도망쳐버린다. 정작 쏟아져 내린 눈덩이 자체는 별일 아니었지만, 찰나에 일어난 남편의 행동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 가족 간의 신뢰와 사랑을 발가벗기고 인간의 비겁한 본능과 욕망을 집요하게 찔러대는 블랙코미디는 웃기기도 하지만 또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한다.

② 소공녀

제작 연도 2017 감독 전고운

연말연시 하면 왠지 설레고 희망찬 분위기를 떠올리지만, 그게 누군가에게는 위기로 다가온다.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도 새해와 함께 큰 위기를 맞이했다.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는 그녀지만, 새해를 맞아 월세와 담배 가격이 크게 올라버린 것. 미소의 선택은 자신의 취향을 지키는 대신 집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옛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지키는 미소의 모습에서, 또 저마다 고통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의 방식을 고민해보는 것도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시기에 좋은 선택이 아닐까? 아껴뒀던 위스키를 한 잔 따라놓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③ 다이 하드

제작 연도 1988 감독 존 맥티어넌

사시사철 화끈한 액션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영화보다 ‘크리스마스 클래식’으로 사랑받아온 작품이 있다. <다이 하드>다. 브루스 윌리스를 스타덤에 올린 작품이자 ‘스네이프 교수’ 앨런 릭먼의 데뷔작으로도 유명하다. 스토리는 뉴욕 경찰 존 맥클레인이 크리스마스 휴가로 아내를 만나러 캘리포니아에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하필 그가 머물던 고층 건물이 테러 조직의 습격을 받으면서 폐쇄되어버리고, 그는 외부의 도움 없이 고군분투하며 테러리스트들과 맞서 인질들을 구출한다.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번뜩이는 기지와 용기로 악당들을 상대하는 존 맥클레인의 호쾌한 액션은 케빈만큼이나 매해 봐도 질리지 않는다.

④ 쿨 러닝

제작 연도 1993 감독 존 터틀타웁

‘겨울’ 하면 설원과 빙판에서 펼쳐지는 동계 스포츠도 빼놓을 수 없다. 동계 스포츠를 주제로 한 영화들은 많지만 <쿨 러닝>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클래식. 이야기는 ‘1988 서울 올림픽’ 참가를 위한 100m 달리기 자메이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시작된다. 경기 중 사고로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한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봅슬레이 팀을 결성한다. 연평균 기온 32℃인 자메이카에서 나고 자라 눈을 본 적조차 없는 이들이 처음으로 봅슬레이에 도전하며 겪는 우여곡절부터 감동적인 결말까지, 유쾌한 연말 영화를 원한다면 좋은 선택이다. 참고로 ‘탈룰라’ 밈의 출처가 바로 이 영화다. 해당 밈은 봅슬레이에 이름을 붙이는 장면에 등장한다.

⑤ 남극의 쉐프

제작 연도 2009 감독 오키타 슈이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즐거운 홀리데이 시즌이 모두에게 허락된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더욱 바쁘게 일해야 하고, 다른 누군가는 출장이나 여러 사정으로 홀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을 수도 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이런 시기가 되면 더 가족이 그립고 외로운 법이지만, 어디서든 특별한 한 끼로 그날을 기념하는 것은 의미 있다. <남극의 쉐프>는 1년 반 동안 남극 기지에서 생활하는 대원들, 그리고 그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조리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무료하고 외로운 일상에 맛있는 식사가 주는 힘을 알려주는 작품. 추운 날씨를 뚫고 일하고 온 당신, 이 영화를 보고 따뜻한 국물 요리 한 그릇을 비우자 .올 연말이 꽤 따뜻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⑥ 그린 북

제작 연도 2018 감독 피터 패럴리

홀리데이 시즌이니 가슴 따뜻해지는 이해와 화합에 대한 영화도 담았다. 겨울 영화 속 주인공은 가족이나 연인인 경우가 많지만, 친구 사이 혹은 고용 관계에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얼마든지 펼쳐질 수 있다. <그린 북>은 천재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남부 콘서트 투어에 나이트클럽 바운서 출신의 이탈리아계 백인 토니가 운전기사로 함께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실화 기반 영화다. 제목은 미국 남부 지역의 유색인종 전용 숙소들을 정리해놓은 책의 이름에서 따온 것.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는 과정부터 모두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의 피날레까지, 가슴 따뜻해지는 크리스마스 영화에 필요한 건 다 갖췄다.

⑦ 철도원

제작 연도 1999 감독 후루하타 야스오

눈 덮인 홋카이도는 여러 영화에서 겨울의 정서를 대변하는 배경으로 등장해왔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부터 비교적 최근 작품인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까지 떠오르는 영화가 적지 않다. 그중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철도원>. 홋카이도 시골의 작은 역을 지키는 주인공은 아내와 딸이 세상을 떠날 때에도 철도원 일을 했을 정도로 평생 직업에 헌신해왔지만, 곧 자신이 역장으로 일하던 역이 폐선될 상황에 놓인다. 일에만 매진했던 삶을 돌아보던 그에게 특별한 사람이 나타난다. 작품의 이야기와 더불어 눈발이 휘날리는 시골 역의 풍경은 겨울마다 이 영화를 떠올리게 할 것이다.

⑧ 터미널

제작 연도 2004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앞서 소개한 여러 영화들이 아름다운 설경으로 연말 분위기를 선물했다면, <터미널>은 어쩌면 통과 지점에 불과할 ‘공항’에서 그 일을 해낸다 .극 중 톰 행크스가 연기하는 주인공 빅터 나보스키는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하지만, 비행기에 탑승해 있는 동안 모국의 내전으로 여권 효력이 정지되면서 갈 곳을 잃는다. 졸지에 무국적자가 된 그는 어쩔 수 없이 공항 안에서 9개월을 지내는데, 그동안 그는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사랑도 하고, 친구도 만들며 끝까지 뉴욕행을 포기하지 않는다. 바깥 풍경으로는 영화 끝자락에 다다라서야 눈 내리는 뉴욕의 길거리가 등장하는데, 그때 마지막 낭만의 한 조각이 채워진다.

⑨ 8월의 크리스마스

제작 연도 1998 감독 허진호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들 중 유일하게 제목에 크리스마스가 언급된 작품이다. 하지만 정작 크리스마스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한국 멜로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작으로, 시한부의 사랑이라는 언뜻 신파 클리셰로 보일 이야기를 결코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 담백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영화 속에서 여름, 가을, 겨울의 일상이 지나가는 동안 천천히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 1990년대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 배경도 지금 보면 오히려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혹시 너무 옛날 영화라서 못 봤거나 보기를 망설인다면 이번 크리스마스를 핑계 삼아 감상해보기를 바란다. 다음 핑계는 8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니까.

⑩ 더 랍스터

제작 연도 2015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어째서인지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는 커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커플은 당연히 크리스마스에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솔로들은 아주 서글프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시각이다. 꼭 커플이 더 행복할까? 그렇다면 어떻게 커플이 돼야 할까? <더 랍스터>는 그에 대한 기묘한 시각이 담긴 작품이다. 영화 속 세계에서 솔로는 반드시 한 호텔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된다는 기괴한 규칙이 있다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조직으로, 커플을 용납하지 못하는 솔로 부대가 존재한다. 사랑을 강요하거나 금지하는 세상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들과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

2024년 12월호

Editor : 주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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