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4
」2024년의 봄은 때 이르게 찾아왔다. 2월 4일 서울 지역 10℃, 제주 지역 13℃까지 오르며, 51년 만에 가장 따듯한 입춘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평균기온이 1.15℃ 상승해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지구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왔지만 1℃ 이상 상승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엘니뇨의 여파로 겨울철 한강 결빙이 1월 26일에서야 관측된 데 이어 따듯한 입춘을 맞은 것이다. 매년 가속화되는 위기 속에서 “기후위기는 거짓말”이라 주장하며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 대체에너지 대신 석유와 석탄 에너지 사용에 적극적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임된 것은 안타까운 일.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살아남기, 코앞으로 다가온 인류의 과제다.
2024-02-21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전공의의 71%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2024년 2월 2000명 규모의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자, 의사와 의대생이 반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전국 주요 수련 병원 100곳에서 소속 전공의의 71%인 880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전체 전공의 중 63%인 7800여 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이에 많은 응급 환자들이 인력 부족으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의사를 향한 국민의 반감은 하늘을 찔러, 촬영이 완료된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지금까지 편성을 받지 못하고 떠도는 중이다. 사실상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가 의료 전문직, 엘리트 미화라는 비판은 이미 이전부터 제기돼왔던 바,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영영 사장될 거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2024-02-29
」지난 2월 29일, 끌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셰미나 카말리의 메종 데뷔 컬렉션이 열렸다. 보호 시크의 귀환을 불러온 매력적인 쇼만큼이나(아니면 그 이상일지도!) 그의 피날레 모멘트가 큰 화제에 올랐다. 관중에게 인사하기 위해 피날레 무대에 오른 그에게 프런트 로에 앉아 있던 아들이 전력 질주로 달려와 안겼기 때문! 개인적 삶과 일 모두 성공을 거머쥔 슈퍼 워킹맘의 자랑스러운 모멘트에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이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2024-03-04
」프랑스 의회가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로써 세계 최초로 헌법상 낙태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가 됐다. 프랑스는 1975년부터 낙태가 허용돼온 터라 실질적으로 바뀌는 조치는 없다. 하지만 헌법에 공식적으로 낙태의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2024년 3월 4일은 오직 여성만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역사적인 날로 남게 될 것이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오늘 프랑스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소유이며, 누구도 여성의 몸을 대신 처분할 권리가 없다는 역사적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다”는 글을 X에 올렸다. 반면 대한민국은? 여성의 낙태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은 현재 없다. 너무도 당연한 권리가 묵살되는 세상, 여성의 낙태 자유권을 되찾을 그날까지 겁 없고 용감한 여성들이여, 지치지도 절망하지도 말자. 갈 길은 여전히 멀고, 변화할 것은 무궁하다.
2024-03-05
」우리나라 스타들이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런웨이에 오르는 일은 이제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필릭스는 다르다. 루이 비통에서 10주년을 맞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빛나는 여정을 축하하는 자리였던 2024 F/W 컬렉션. 슈퍼 모델이자 세계적인 배우인 정호연이 쇼의 오프닝을 열었는데, 런웨이에 또 다른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바로 스트레이 키즈 멤버이자 루이 비통의 앰배서더인 필릭스! 과거 지드래곤이 턱시도 슈트를 입고 샤넬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등장하긴 했지만, 남자 아이돌이 우먼스 룩을 입고 여성 컬렉션의 런웨이에 오른 모멘트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젠더 플루이드의 시대 그리고 우리나라 스타들이 없는 글로벌 패션 위크는 이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K-스타들의 찐 전성시대가 도래했단 사실! 정호연과 필릭스가 모델들을 이끌고 피날레 무대에 위풍당당하게 등장한 광경은 다시 봐도 놀랍다.
2024-03-06
」이번 시즌 미우미우의 런웨이엔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들이 모델로 등장했다. “인생의 다양한 순간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내가 15세 소녀인지 아니면 죽음을 앞둔 여성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생각해요.” 75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소녀 같은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는 28세의 지지 하디드와 63세의 배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를 런웨이 모델로 동시에 캐스팅했다. 그리고 런웨이에 오른 또 다른 시니어 모델이었던 친후이란의 스토리가 큰 화제를 모으기도.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요!” 평생 의사로 일하다 은퇴한 70세의 인플루언서 친후이란은 미우치아가 SNS에서 발굴한 인물이다. 평생 멋 부릴 새도 없이 의사로 바쁘게 살아온 그는 은퇴 후 패션에 관심이 많은 아들의 도움을 받으며 스타일리시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특히 프라다와 미우미우를 즐겨 입는데, 이것이 미우미우 컬렉션에 오르는 계기가 된 것. 화려한 쇼피스를 어린 모델보다도 더 훌륭히 소화하는 그의 모습에 미우치아가 반하지 않을 수 있었겠나! 친후이란은 연령과 직업을 넘어 이제 런웨이에 그 어떤 여자들도 오를 수 있음을 세상에 천명했다.
2024-03-15
」어떤 상황에서도,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 불운이 연거푸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럭키 비키잖아!”를 외치며 전화위복으로 삼았던 ‘원영적 사고’를 2024년의 시대정신이라 정의하고 싶다. 장원영의 밝고 긍정적인 면모와 사고방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의 팬들에게는 익숙했는데, 이것이 전국적인 밈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태초의 날은 3월 15일. 한 X 유저가 그가 프라이빗 메시지 플랫폼에 남긴 한 메시지를 패러디하면서부터였다. “물이 반이나 남았네?”가 긍정적 사고라면, “내가 연습 끝나고 딱 물을 먹으려고 했는데, 글쎄 물이 딱 반 정도 남은 거양! 다 먹기엔 너무 많고 덜 먹기엔 너무 적고 그래서 딱 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럭키 비키잖앙”이 원영적 사고라는 것. 이와 비슷한 밈으론 수년 전 “오히려 좋아!”가 있었지만, 원영적 사고가 이와 다른 점은 단순히 상황을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었다는, 초긍정적 사고라는 점에 있다.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매사에 가시가 돋쳐 있었길래 이 사고에 이리도 감탄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면 퍽 서글퍼지지만, 이 또한 얼마나 다행인가. 세상이 날 ‘억까’한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원영이 덕분에 이 세상은 사실 내 위주로 돌아간다는 걸 깨닫게 됐으니, 완전 럭키 비키잖아!
2024-03-24
」올해 첫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파묘〉였다. 3월 24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는 최종 스코어 1191만 명을 기록했고 오컬트 영화로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유일무이한 작품이 됐다. 〈파묘〉의 기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의 전통 신앙과 오컬트 장르를 감각적으로 그려내 한국형 오컬트 장르라는 세상에 없던 장르를 만들었으며,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어 〈파묘〉까지 연이어 세 작품을 성공시킨 장재현 감독은 ‘장재현 유니버스’의 시작을 만천하에 알렸다. 이 영화가 이리도 사랑받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인은 ‘파묘’라는 소재에 적절히 녹아든 항일 요소라는 점.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을 지닌 영화임에도 역사, 특히 항일 역사에서만큼은 두 눈과 귀를 쫑긋 세우는 중장년 세대 관객까지 극장으로 이끌었다. 2개의 관에서 깨어난 2개의 영을 보며 우리는 감탄했고 또 분노했다.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 일본에서 들려온 기분 좋은 뉴스, 일본에서 개봉한 〈파묘〉가 흥행 수입 1억 엔(한화 약 9억1000만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절대 지울 수 없는 것이 역사인 것처럼 땅 밑에 숨기면 그만일 줄 알았던 그들의 과오 역시 ‘파묘’되기 마련이라고, 그 사실을 깨우치는 기회가 됐길 바란다.
2024-03-25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디디 게이트의 추악한 진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건 3월 25일, 퍼프 대디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그간 퍼프 대디가 감금, 성폭행, 인신매매를 상습적으로 해왔다는 사실이 피해자들의 폭로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추산된 피해자만 190여 명, 그중 가장 어린 피해자는 9살이라는 보도에 많은 이가 충격에 휩싸인 상황. 그의 저택에서 나온 1000통의 베이비 오일을 보고 성폭행 과정에서 윤활제 목적으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으나 이 또한 한 피해자의 증언으로 마약과 베이비 오일을 섞어 피해자를 무력 상태로 만들었을 거라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또한 그동안 무명의 남성 래퍼들이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퍼프 대디에게 성상납을 했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빠르게 확산됐는데, 성상납 대가로 유명세를 얻은 가수 중 어셔, 저스틴 비버 등의 유명 아티스트가 거론되며 논란은 계속되는 중이다. 문제는 퍼프 대디가 워낙 오랜 시간 동안 활동해왔기에 스포츠와 정·재계까지 그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이들이 많다는 건데, 여전히 진실은 안갯속에 있다.
2024-03-25
」자랑스러운 K-뷰티 브랜드, 티르티르의 마스크 핏 레드 쿠션이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한 영광스러운 날. 그토록 뚫기 어렵다는 미국 마켓, 게다가 많은 유저를 보유한 아마존에서 토종 한국 브랜드가 당당히 1위를 한 건 역사적인 대기록으로 불릴 만하다. 이러한 성공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K-아이돌의 빛나는 글로 스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한국 화장품을 향한 호감도가 생겨난 것. 둘째, 다인종이 사용할 수 있는 30가지의 컬러 스펙트럼을 보유해 쿠션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역대급 흥행으로 티르티르의 상승세는 거침없이 폭발 중! 티르티르가 쏘아 올린 K-뷰티의 화력이 꾸준히 상승하기를 코스모도 응원한다!
2024-04-08
」4월 8일, ‘선재’앓이, 변우석 신드롬이 탄생한 바로 그날이다. 드라마 작품 하나로 단숨에 스타가 된 역대 인물,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공유(최한결), 〈시크릿 가든〉의 현빈(김주원) 등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선재 업고 튀어〉의 ‘류선재’는 가히 올해의 남자라 칭할 만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서사와 캐릭터가 흔들림 없이 곧추설 수 있었던 것은 배우 김혜윤의 힘이 컸다. ‘최애’를 구하기 위해 여러 번 타임슬립을 한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에 단숨에 몰입할 수 있었던 건 그가 보여준 실감나는 연기와 섬세한 감정 표현 덕분이었으니까. 김혜윤이 아니었다면 누가 ‘임솔’을 연기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이 드라마의 흥행은 사고로 인해 걷지 못하게 된 ‘임솔’이 눈물을 흘렸던 드라마의 첫 장면부터 예고됐던 것일지도.
2024-04-08
」H&M은 지난 2004년부터 세계적인 톱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특별한 컬렉션을 선보여왔다. 칼 라거펠트를 시작으로 꼼 데 가르송, 발망, 베르사체, 메종 마르지엘라 등 세계적인 하우스들이 거쳐갔고 그렇게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그리고 H&M이 2024년에 선정한 디자이너는 다름 아닌 우리 디자이너 황록.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패션 스쿨을 졸업한 그는 한국인 최초로 졸업 피날레인 MA 쇼에서 1위를 차지하며 패션계에 데뷔했다. 셀린느의 전 수장 피비 필로의 눈에 띄어 셀린느에서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하며 그의 첫 셀린느 컬렉션을 함께했다. 이후 루이 비통과 끌로에에서 경력을 쌓아 자신의 레이블을 론칭했고, 2018년 한국인 최초로 LVMH 프라이즈 후보에 올라 2위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 우승을 발판 삼아 2019년 2월 파리 패션 위크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수많은 하우스 레이블의 뒤를 이어 H&M의 선택을 받은 그. 글로벌 패션 신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알리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그가 럭셔리 하우스의 첫 한국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한국 패션계에 널리 퍼지고 있다.
2024-04-25
」전설로 회자될 그날이다. 하이브가 4월 22일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고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자,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던 민희진이 장장 135분에 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연 날이다. 변호사를 대동한 그는 파란색 MLB 볼캡을 푹 눌러쓰고 등장해 “이 업을 하면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며 회사를 상대로 살풀이하듯 감정과 날것의 언어 그대로 ‘민희진 라이브 쇼’를 벌였다. 어떤 힙합도 그의 태도보다 저항적이진 않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바지를 내리겠다는 배우 나훈아의 기자회견에 버금가는 쇼맨십이었다. 2시간여의 칼춤은 대중의 마음을 돌렸고, 밤낮없이 일하는 수많은 직장인과 사회인들의 분노를 대변했다. 올해가 저물어가는 지금까지 그들의 공방은 계속되는 중.
2024-04-28
」배우 김지원과 김수현의 캐스팅만으로 연일 화제였던 드라마, 마지막 회 시청률 24.9%를 찍으며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1위 자리를 거뜬히 갈아치운 올해의 드라마, 바로 〈눈물의 여왕〉이다. 사이가 소원해진 3년 차 부부가 서로의 사랑을 다시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재벌 3세 여자 주인공과 평범한 남자 주인공이라는 설정으로, 그간 여자 주인공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주를 이뤘던 한국 드라마에 짜릿한 역클리셰를 보여주며 단숨에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 중심엔 피도 눈물도 없이 차갑고 완벽한 여주인공 ‘홍해인’을 연기한 배우 김지원이 있다.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그는 〈코스모폴리탄〉의 5월호 커버를 장식하기도! “돌아보면 제가 연기한 인물들은 주체적이고 강단이 있는, 멋진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하는 신념이나 가치관이 또렷한 사람. 그 신념이 지금 완벽하진 않더라도 차근차근 쌓아가며 지킬 수 있는 사람이요.” 〈눈물의 여왕〉의 ‘홍해인’을 비롯해 지금껏 배우 김지원이 연기한 여성 캐릭터는 코스모가 지향하는 ‘Fun, Fearless Female’과도 많은 점이 닮아 있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여성 캐릭터는 또 어떤 모습일까? 그의 행보를 코스모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겠다.
2024-06-05
」"가브리엘 샤넬의 창의적 유산을 계승하며 하우스의 코드를 새롭게 발전시킨 버지니 비아르의 샤넬 패션, 크리에이티비티, 활력에 대한 놀라운 기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1987년 인턴 사원으로 입사해 1997년 오트 쿠튀르 스튜디오 디렉터로, 칼 라거펠트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뒤를 이어 2019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며 30년 가까운 오랜 시간 동안 샤넬에서 일해온 디자이너 버지니 비아르가 샤넬을 떠났다. “내 오른팔, 그리고 내 왼팔”이라고 부를 만큼 버지니 비아르를 사랑했던 칼 라거펠트는 그의 마지막 피날레에서도 비아르와 함께 인사를 전하며 후임자에 대한 힌트를 전하는 동시에 그와 함께한 샤넬에서의 디자인 여정을 추억했다. 비아르는 5년여의 시간 동안 가브리엘 샤넬과 칼 라거펠트의 디자인 철학을 계승하는 동시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다. 전임자의 위대한 그늘 속에서 자신을 찾고자 애썼을 그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24-06-07
」제6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주목해야 할 이름, 찰리 XCX. 그는 6월 7일 발표한 정규 앨범 〈BRAT〉으로 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앨범상 등 총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커리어 하이의 정점을 찍었다. 파티 문화에 대한 애정과 자전적 이야기를 투영한 〈BRAT〉은 미국 젠지 사이에서 패션, 문화 전반에 ‘Brat Summer’라는 현상까지 만들었다. ‘Brat’은 뻔뻔한 상대를 이르는 부정적인 말이었으나, 그는 이 단어를 ‘자신감이 넘치고 독립적이며, 즐거움을 중시하는 태도’라는 뜻으로 재탄생시켰고, 세계적인 영어 사전 출판사 콜린스는 올해의 단어로 ‘Brat’을 선정했다. 없던 문화를 만들고 언어의 뜻도 변화시키는 앨범, 찰리 XCX의 독보적인 음악이 쏘아 올린 강력한 공이다.
2024-06-08
」20년간 여성 배구 원톱 역사를 쓴 레전드이자 16년간 국가대표로서 세 번의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을 소화한 올림픽 MVP, 김연경이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며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김연경을 비롯한 세계 최정상급 여자 배구 선수들과 국내 여자 배구 국가대표 올스타들이 일제히 출전해 그의 국가대표 은퇴에 박수를 보냈다. 세계에서 단 한 명, 김연경만이 소집할 수 있는 여자 배구 경기였다. 〈코스모폴리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발 빠르게 커버 섭외에 들어가 8월호에 김연경을 첫 패션지 커버 모델로 선정했다. 인터뷰에서 김연경은 시원스레 말했다. “여자분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잘하는 여자를 봤을 때 ‘아! 저 언니다!’ 하는 것 같아요.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쓴소리도 하는 당당한 모습이 지금 여성들이 바라는 여성상이 아닐까요? 여자도 더 말할 수 있고, 앞장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람.” 만인의 ‘식빵’언니답다.
2024-07-10
」왜 여자들은 과거를 두려워해야만 하는가. 구독자 1100만 명의 먹방 유튜버 쯔양이 과거사를 빌미로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구제역, 주작감별사, 카라큘라 등 ‘렉카’ 유튜버들이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쯔양에게 수천만원의 거금을 갈취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를 폭로했다. 이에 쯔양이 라이브 방송을 켜 구제역 등 유튜버들에게 공갈과 협박을 당한 사실과 전 소속사 대표이자 전 남자 친구에게 수십 억의 수익금 갈취, 폭력, 강간 등의 범죄 피해를 당했던 사실을 직접 밝혔다. 쯔양을 협박한 렉카 유튜버들은 구속됐고 쯔양은 방송을 다시 재개했지만, 이 모든 일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왜 여성들은 피해를 당한 과거조차 두려워해야 하는가.
2024-07-18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한국 법이 최초로 동성 부부의 존재를 우회적으로 인정한 사례다. 대법원은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피부양자 등록 취소가 부당하다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 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소성욱 씨는 김용민 씨와 법적 부부로 인정받진 못했으나 사실혼 관계로 살아가고 있는 부부. 이번 사건의 쟁점은 건보공단이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를 성적 지향만을 이유로 배우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에 관한 것으로, 한국 성소수자 인권에 큰 한걸음이었다. 이 쾌거에 힘을 받아 10월 10일, 11쌍의 동성 부부가 혼인평등소송을 시작했다. 결국, 사랑이 이길 것이다.
2024-07-26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공식 후원사였던 LVMH는 자신들이 소유한 브랜드들을 올림픽 곳곳에 배치시켰다. 올림픽의 꽃인 메달 디자인은 하이 주얼러 쇼메가 담당했고, 메달 트레이, 메달과 성화를 보관하는 트렁크, 올림픽 수상자들에게 메달을 수여할 자원봉사자들의 옷은 루이 비통이 제작했다. 성화 봉송의 여정엔 세포라가 함께했고, 모에헤네시는 올림픽 기간 중 열리는 파티에 식음료를 제공, 프랑스 국가대표의 유니폼은 벨루티가 제작했다. 개막식에선 루이 비통의 트렁크들이 등장하는 퍼포먼스가 열리고,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셀린 디온을 비롯한 여성 퍼포머들의 의상을 디자인했다. ‘파리=패션’이라는 말답게 패션 기업의 이례적인 올림픽 공식 후원 행보는 파리 올림픽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었다. 지나친 광고라는 비난도 존재했지만, 프랑스의 패션을 널리 알린 공만큼은 확실히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2024-08-09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프라다만의 독창성은 뷰티 라인업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예컨대 파운데이션 색조가 아닌 스킨케어(SKIN) 카테고리로 포함시켜 내추럴 스킨을 완성하는 스킨케어의 마지막 단계로 재정의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에서 벗어나 프라다 뷰티만의 새로운 문법과 관점으로 뷰티 트렌드를 제안하겠다는 브랜드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가장 시선을 끈 건 프라다 모노크롬. 시그너처 레더인 사피아노에서 영감을 받은 립스틱인데 프라다의 삼각 로고 디자인과 메탈 소재의 사각 링이 돋보이는 모던한 패키지가 압권이다. 게다가 프라다 뷰티의 모든 라인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리필 가능한 용기와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될 수밖에!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건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을 통해 전국 수백 개의 중·고교 및 대학교를 비롯해 교사, 간호사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성 착취물이 제작 및 유포되는 디지털 성범죄 행위가 수년간 자행돼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개인 SNS에서 사진을 수집해 음란물에 합성, ‘능욕방’과 같은 이름으로 불려왔다는 것. 여기에 참여한 가해자들은 약 22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각 지방 교육청 및 경찰청, 국방부, 국가수사본부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여성가족부가 피해 사례를 제보받고 TF팀과 핫라인을 만드는 등 국가적 대응에 나섰다. 이어 9월 21일에는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선 약 6천 명의 여성이 모여 “만든 놈, 판 놈, 본 놈 모두 처벌해라!” 외쳤고, 대학생 연합 단체인 ‘여성혐오폭력규탄공동행동’은 딥페이크 성 착취물 사태 관련 가담자 처벌을 촉구했다. 하지만 전국적 규모의 이 범죄에도 어떤 남성들은 22만 명이라는 숫자가 부풀려졌다거나, 가해자로 싸잡히는 게 더 억울하다고 성토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보하고 있는가?
2024-09-01
」대담하고 당당한 여성성과 선구적 마인드의 상징과도 같은 디올 쟈도르(J’adore). 1999년 출시 이후 한 번도 바뀐 적 없었던 쟈도르의 앰배서더가 무려 20년 만에 교체됐다. 누구도 예측 못 했던 대이변의 주인공은 바로 뮤지션 리한나. 골드 드레스를 입고 베르사유궁전과 대운하의 황금빛 물 위를 걷고 있는 그의 모습은 블링블링한 인간 쟈도르 그 자체였다. 디올만이, 디올이기에 가능한 절대적 관능미와 우아함이 집약된 넘사벽 캠페인 비주얼과 영상은 전 세계 뷰티 덕후들을 들썩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포토그래퍼이자 영상 감독인 스티븐 클라인과 함께 작업한 이번 캠페인은 ‘Your dreams make them real’이라는 디올의 비전을 담아 완성했다.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인 여성을 위한 향을 선사해온 쟈도르와 리한나의 만남. 앞으로 이들이 함께 만들어나갈 찬란한 골드빛 여정은 어떤 모습일까?
2024-09-12
」우주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걸까? 9월 12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문 우주 비행사가 아닌 민간인이 우주 유영에 성공했다. 억만장자인 제라드 아이작먼이 이끄는 우주비행 프로젝트 ‘폴라리스 던’의 첫 번째 비행. 아이작먼을 비롯해 총 4명의 민간 우주인은 스페이스X가 개발한 ‘선외활동(EVA)’ 우주복을 입고 약 700km(435마일) 떨어진 곳에 도착해 우주 한가운데를 유영했다. 아이작먼은 시속 2만5000km로 움직이는 우주선 위에서
10여 분 동안 선체 외부에 머물며 미지의 우주를 두 눈에 담았다. 그리고 그 장면은 실시간으로 중계된 영상을 통해 전 세계에 송출됐다. 영상 속 아이작먼은 “우주의 첫 광경은 꽤 좋다”고 말했다는데, 그런 그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좋은 건 같이 보시죠?”
2024-10-02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클래식 음반 전문 레이블 데카와 계약 후 처음으로 발표한 스튜디오 앨범이 그 어떤 대곡이 아닌 소박한 〈쇼팽: 에튀드〉라는 사실에 많은 이가 놀랐다. 하지만 그 앨범을 감상하면 이유를 알게 된다. 이토록 정교하며 도약하고 박동하는 에너지로 가득한 쇼팽이라니. 임윤찬은 “에튀드는 어릴 때부터 들어오고 연습해온 작품이기 때문에 10년간 제 속에 있던 용암을 이제야 꺼내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그는 〈쇼팽: 에튀드〉로 그라모폰 어워즈에서 피아노 부문상을 수상하고, 아울러 올해의 젊은 음악가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을 차지했다.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는 영국의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1977년부터 해마다 여는 시상식으로, 클래식 음반의 오스카라고도 불린다. 한국인으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첼리스트 장한나가,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이 상을 수상한 적은 있지만 2관왕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에디 슬리먼의 퇴장
여자들의 옷을 재정의한 슈퍼스타 디자이너 피비 필로의 뒤를 이어 7년 동안 셀린느를 이끈 또 다른 ‘슈스디’ 에디 슬리먼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피비 필로가 패션계에 미친 영향이 지대했고 추종하는 여자들 또한 많았기에 그와는 180도 다른 자신만의 감성으로(생 로랑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셀린느 데뷔 무대를 채운 에디 슬리먼에게 돌아온 따가운 눈총은 꽤나 거셌다. 하지만 두 번째 컬렉션에서 1970년대 감성의 보헤미안 시크 룩으로 그는 자신만의 셀린느 우먼과 맨을 탄생시켰고 뷰티 라인과 쿠튀르 라인까지 론칭하는 등 브랜드의 또 다른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그러던 중 에디 슬리먼이 깊은 우정을 나눴던 칼 라거펠트가 지휘했던 샤넬로 이적할 수도 있다는 루머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과연 에디 슬리먼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우리의 추측대로 버지니 비아르의 바통을 이어받아 칼 라거펠트의 비전을 계승하게 될 수 있을까? 1960년대의 클래식 룩을 재해석한 2024 F/W 컬렉션만 보더라도 그가 만든 샤넬 레이디가 궁금하기는 하다!
2024-10-08
」“나야, 들기름”, “고기가 이븐하게 익지 않았어요”…. 수많은 어록과 명대사, 그리고 숨은 요리 고수들의 존재감과 매력이 마구 폭발했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우승자가 공개됐던 날,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도파민 파티 그 자체였다. 제작진은 두부를 가지고 셰프들에게 무한 요리 경쟁을 시키더니, 각자의 이름을 내건 요리를 선보이는 결승전에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결국 우승자 타이틀은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에게 돌아갔지만, 〈흑백요리사〉가 남긴 건 승과 패, 찰나의 결과보다 요리를 향한 셰프들의 헌신에서 피어난 진한 여운이었다. 〈코스모폴리탄〉 역시 선의의 경쟁과 눈부신 케미를 보여준 6인의 셰프를 만나 경연 뒤 훈훈한 후일담을 듣기도. 시즌2 제작이 확정된 지금, 출연자들의 추문과 논란에 퇴색된 경쟁이 아닌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경쟁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2024-10-10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현대 산문의 혁신가”라며 노벨 문학상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한강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라는 이유로 수상 기자회견을 거절하는 품위를 보였다. 수상 후 교보문고 홈페이지가 한동안 마비되는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순식간에 한강의 모든 저서가 동이 났다. 인쇄소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밤낮없이 책을 찍었다. 그야말로 출판 문학계의 호재였다.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가 광주민주화운동을, 〈작별하지 않는다〉가 제주 4·3 사건을 담은 작품이었기에 수상 축하를 두고 정치권의 미묘한 눈치 싸움, “왜 우파 문학은 없는가” 같은 괴상한 이야기가 대두되며 〈채식주의자〉가 페미니즘 소설이 아니라고 하는 등 온갖 우스꽝스러운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강의 노벨 문학상은 결국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2024-10-15
」하니가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그리고 노동환경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발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국정감사 날, 김주영 어도어 대표가 증인으로,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참고인으로 출석한 사건이다. 하니는 자신을 무시하라는 하이브 소속 타 그룹 매니저의 발언을 문제시했고, 김주영 대표가 최선을 다해 조사했지만 CCTV 보관 기간 만료로 확증할 증거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었다고 답변하자 “충분히 더 할 수 있는 조치가 있었으나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만 말하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일목요연하게 말했다. 이슈 몰이 용도로 연예인을 불렀다는 이유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아이돌 역시 엄연한 노동자. 여성 아이돌이 공적인 자리에서 노동환경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은 K팝의 역사에 남을 일이다.
2024-10-16
」여성의 몸을 상품화한다는 비난과 브랜드의 위기 속에 지난 2019년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빅토리아 시크릿 쇼가 다시 돌아왔다. 지지 하디드부터 타이라 뱅크스까지, 다양한 연령과 인종, 체형을 지닌 모델들을 런웨이에 등장시키며 빅토리아 시크릿의 변화를 알렸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온 빅토리아 시크릿 쇼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글래머러스한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리뉴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잃었다는 평가 속에 다시 관능의 시대로 돌아온 빅토리아 시크릿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하지만 에디터는 분명 나아갔다 생각한다. 깡마른 몸매의 리안부터 풍만한 애슐리 그레이엄, 케이트 모스와 그의 딸 릴리 모스가 모두 함께 웃으며 등장한 쇼의 피날레 모멘트만 보더라도 우리는 이 쇼의 가치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2024-10-18
」올해 확신의 컬래버레이션,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의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는 로제를 따라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를 불렀다. 발매 직후 스포티파이 미국 차트 1위, 40개 지역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HOT 100’에 8위로 진입해 K팝 여성 아티스트로서 최고 기록을 세웠고, 뮤직비디오는 11월 기준 3억 뷰를 돌파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곡이 12월 발매를 앞둔 첫 번째 정규 앨범 〈rosie〉의 선공개 곡이라는 것. 한편 제니와 리사의 솔로 행보 또한 성공적이다. 올해 블랙핑크 내에서 가장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한 리사는 ‘Rockstar’로 ‘2024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베스트 K팝 상을 받았고, 제니의 ‘Mantra’ 역시 국내 음원 차트와 빌보드 차트에 로제와 나란히 상위권에 랭크됐다. 지수의 솔로 컴백 소식에 이어 완전체 컴백과 해외 투어까지 앞두고 있는 블랙핑크. 각자 또 따로, ‘Blackpink In Your Area’는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
2024-10-27
」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 어느 때보다 황금기를 맞은 KBO, 2024 코리안 시리즈 왕좌에 오른 팀은 기아 타이거즈였다. 정규 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석권한 기아의 우승은 이번이 통산 12번째. 기아 타이거즈가 12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새롭게 탄생한 기록들도 있다. 12번의 코리안 시리즈를 치르며 우승 승률 100%를 지켜온 팀이자,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전 세대의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팀이 된 것. 이뿐일까? 30홈런-30도루, 한 시즌 최다 득점, 역대 31번째 사이클링 히트 등 올 한 해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인 내야수 김도영을 보유한 팀이라는 사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이어 기아 타이거즈 우승까지.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땅, 광주에서 피어난 값진 승리다.
2024-11-05
」예상했지만 이렇게 압도적 승리일 줄은 몰랐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위스콘신부터 네바다까지 치열하게 경합할 것으로 예상된 모든 주에서 승리를 거뒀다. 바이든 정부의 민주당이 가자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한 데 대한 반발로 무슬림계 미국인들이 다수 이탈했고, 물가 상승 및 경제 위기, 치안 악화로 중도층 및 아시안마저 트럼프 쪽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던 뉴잉글랜드와 뉴욕주, 캘리포니아 등에서도 다수가 이탈, 뉴욕주에서도 55%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11월 13일, 공화당은 백악관에 이어 상원, 하원까지도 차지하며 전권을 쥐게 되면서 이전보다 막강한 트럼프 시대가 열렸다. 이민 및 무역, 기후 정책, 젠더 정책에 있어 유례없이 강력한 보수 정권이 들어서게 될 전망. 해리스는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선거에서 지면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다만 “자유, 기회, 공정, 모든 사람의 존엄과 미국인들의 미래를 위한 싸움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승복 연설을 했다.
2024-11-11
」‘지성과 덕성을 갖춘 여성 전문인의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동덕여자대학교 학칙 제1장 총칙 제1조에 적힌 말이다. 그러나 지난 11월, 남녀 공학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즉각 반대 시위에 나선 학생들은 11월 11일, 모든 건물을 점거하고, 수업을 거부하며 공학 전환을 즉시 철회하라는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여대는 여성의 학문적 성장과 사회 활동을 위해 설립된 학교다. 그리고 성차별과 젠더 폭력, 성범죄 등에 관한 의제를 연구하는 학문적 기관이라는 점에서 존재 가치를 지닌다. 그러니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한 일. 동덕여대의 총학생회 나란은 이렇게 입장을 밝혔다. “동덕여자대학교의 근간인 여성을 위협하는 동덕여자대학교 공학 전환에 전적으로 반대합니다. (중략) 이후 대응 계획에 대해 학우분들께 신속히 전달드릴 것이며, 학우분들과 함께 행동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동덕여대의 졸업생은 각종 SNS를 통해 현 상황을 알리고, 트럭 시위를 통해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 기죽지 마 후배들아”라며 시위에 힘을 더하는 중이며, 성신여대, 광주여대 등 전국의 여자 대학교 또한 연대의 입장을 발표했다.
2024-11-12
」전쟁의 포화는 계속되는 중이다. 11월 12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으로 31명이 사망했고 전날인 11일엔 레바논 북부가 공격받아 최소 16명이 숨졌다. 올해 이스라엘이 타격한 하마스의 군사적 요충지엔 병원, 학교, 언론사 등이 있었고, 가자 지구의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복귀한 이후 가자 서안 지구 유대인 정착촌 확대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극악으로 치달았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주민들은 가자 지구가 폭격당할 때마다 환호했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또한 잔인한 방법으로 맞대응했으며, 죄없이 죽어 나간 민간인들의 유족은 복수를 다짐하며 죽음의 연쇄 고리가 반복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 지원을 조건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국제 구호단체들은 미국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상황.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을 끝내겠다고 선포해왔지만, 친이스라엘 성향인 트럼프가 펼치는 정책이 전쟁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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