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정치적 압박 속에서 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밤 한국 민주주의 역사상 약 50년 만에 처음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6시간만에 계엄 해제를 선언했습니다. 말로만 떠돌던 ‘계엄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가운데, 누리꾼들은 윤석열 지지율, 탄핵 소추안 발의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지지율 및 여론조사
윤석열 대통령의 11월 국정수행 지지율이 10월보다 4포인트 상승한 27%를 기록했으나, 부정평가는 7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국내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여론조사 결과,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27%(매우 잘함 12%, 다소 잘함 15%), 부정평가는 71%(매우 잘못함 65%, 다소 잘못함 5%)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핵심 지지기반인 60대(긍정 33% vs 부정 67%), 70대 이상(40% vs 56%), 대구·경북(39% vs 59%), 부산·울산·경남(29% vs 69%)을 포함한 전 계층에서 부정률이 긍정률보다 두 자릿수 높았습니다. 적극 긍정은 12%에 불과한 반면, 적극 부정은 5배가 넘는 65%를 기록했습니다.
6개 야당 탄핵 소추안 발의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일 44년 만의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민주당은 오는 5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보고할 계획입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4일 의원들에게 공지를 보내 “본회의를 자정이 지난 시점에 개의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보고할 예정입니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의결해야 하니 토요일까지는 비상대기를 해야한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을 포함한 6개 야당은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합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 본청 앞에서 비상시국대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으로 무장한 총칼 든 군인을 동원해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댔다”며 “참는 데도 한계가 있는데 더 이상 참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 상황이 정비되고 호전되면 계엄을 또 시도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논의가 나오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탄핵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정상적인 대통령직 수행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불가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위헌, 위법 요소가 다분하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계엄 시나리오..
정치권에서 계엄 준비설이 제기된 건, 윤석열 정부가 2022년 11월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에 나서면서부터입니다. 개정안은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현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대통령 경호처가 경호 업무를 수행하는 군·경찰을 지휘 감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개정안대로라면 경호처장은 경호처 요원 700여명과 1300명의 경찰, 1천명의 군병력 등 모두 3천여명을 자신의 지휘권 아래 거느리게 되는 셈이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이 경호처 권한 강화를 추진했던 명분은 측면과 배후가 산으로 막힌 청와대와 달리 대통령실이 옮겨 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는 사방이 트여 경호에 필요한 인력·장비의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신 시절인 1976년부터 4년간만 존재했던 경호처의 타 기관 지휘·감독권 부활 시도에, 야당 지지층에선 높아진 반정부 여론을 의식한 대통령실이 정권 위기 때 계엄과 같은 비상령을 선포해 시민의 반발을 제압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시행령 개정안은 논란 끝에 보류됐다가, 지난해 5월 ‘지휘·감독’ 대신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한다는 문구를 넣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계엄 준비설은 이후 한동안 잠잠했다가, 경호처 권한을 확대한 당사자인 김용현 경호처장이 8월12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면서부터 다시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민주당이 무엇보다 주목한 건 김 후보자가 국방부 장관으로 옮겨 가면 ‘충암파’라 불리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후배들이 군정·군령권은 물론, 실병력의 동원과 통제에 필수적인 정보 계통의 요직을 장악하게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실제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입니다. 정보기관인 국군방첩사령관에 임명된 여인형 중장도 충암고 출신이다. 방첩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후신으로, 계엄이 선포되면 주요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정보·수사기관을 조정·통제할 합동수사본부도 방첩사에 꾸려집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대북 특수정보 수집의 핵심 기관인 777사령부 수장인 박종선 사령관, 현행 계엄법상 국방부 장관과 함께 대통령에게 계엄 발령을 건의할 수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충암고 출신입니다.
하지만 열거한 사실들은 군의 최근 상황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주는 여러 정황 가운데 일부일 뿐이지, 계엄 준비설을 뒷받침할 물증이 나오지 않은 탓에, 민주당 안에서도 실제 위기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한겨레가 취재했던 민주당의 전현직 국방위원들은 “계엄 편람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통상적인 연습은 가능하나,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기무사 문건’ 수준의 계엄 준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밤 여당마저 “괴담 정치”로 치부했던 비상계엄을 실제로 선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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