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산업계 "美반도체 구매 주의"…탐색전 끝·대미 반격 본격화?

中산업계 "美반도체 구매 주의"…탐색전 끝·대미 반격 본격화?

연합뉴스 2024-12-04 14:13: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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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안전하지 않아"…中관영지 "美 고립될 수도" 경고

갈륨 등 美수출 금지로 광물자원 무기화·AI패권 경쟁 격화 움직임

미중 반도체 전쟁 미중 반도체 전쟁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중국 산업계가 미국산 반도체에 대한 구매 주의보를 발령,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대한 반격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중국반도체산업협회, 중국통신기업협회는 전날 미국산 반도체 제품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신뢰할 수 없다며 구매에 주의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입김을 받는 이들 산업 단체의 성명 발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출 통제 등 미국의 중국에 대한 추가 반도체 제재안 공개 하루 만에 나왔다.

중국 주요 기업들에 사실상 미국산 반도체를 사지 말라고 나선 것으로,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없이도 자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그간 '탐색전'을 마치고 대미 반격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는 인공지능(AI) 패권을 둘러싼 양국 간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로도 여겨진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에 필요하다.

중국 산업계 성명 발표와 같은 날 중국은 HBM 수출 통제 등 미국의 추가 제재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갈륨, 게르마늄 등 민간·군수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미국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이 지난해 갈륨, 게르마늄에 대해 수출 통제에 나섰을 때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던 것과 달리 이번 이중용도 품목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는 미국을 대놓고 지목한 점 또한 중국의 대미 대응 강화 신호탄으로 읽혔다. 동시에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광물 자원을 무기화하려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 미국이 미중 경제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미국을 다른 국가들에서 떼어놓으려 나설 가능성도 포착됐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국의 일부 개인은 중국의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 기술 교류를 방해하려고 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이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금융 부문을 시작으로 세계 일부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탈(脫) 미국화'는 이런 추세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오랫동안 미국의 제재를 받았지만 기술 도약에 잇달아 성공하고 있는 화웨이를 거론하면서 "미국의 제재는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효과는 거의 영(0)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미국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자체 산업 육성 기회가 되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해당 매체는 미국의 추가 제재를 겨냥해서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신발과 같다"며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매체는 "(제재안이 담긴) 보고서는 대부분 내용이 올해 중반까지 작성됐음을 보여주며, 업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재안) 공개는 미국 동맹국 및 반도체 장비회사들과 협상 때문에 지연됐다"면서 "협상은 수개월이 걸렸고 정책은 여러 차례 개정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업계 거물들이 결과적으로 미국에 대한 로비에 총 400만달러(약 57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200쪽이 넘는 최종 보고서는 매우 복잡하고 허점이 많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기업이 단순히 화웨이와 거래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점을 사례로 들었다.

이번 미국의 제재에는 중국의 군 현대화와 연관된 기업 140개를 수출규제 명단(Entity List)에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 겸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도 지난 2일 베이징에서 초당파 싱크탱크 미국 외교정책협의회(NCAFP) 대표단과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 신임 행정부가 양자관계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기를 희망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메시지를 밝히기도 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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