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길고양이들과 남은 생을 함께하는 순간이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합니다.”
오경하 경묘단 단장이 밝힌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어르신들이 자주 이용하는 ‘경로당’이라는 이름에서 착안해 2017년 6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경묘당은 유기 또는 사고, 학대 등으로 버림받은 길고양이를 돌보는 곳이다. 특히 나이가 많은 노묘(老猫)를 위주로 구조·보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장애나 질병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노묘를 제외하고 나이 어린 고양이들은 새로운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입양을 적극 추진하기도 한다.
오 단장이 경묘당을 만들게 된 이유는 자신이 구조했던 고양이 ‘뭉실이’와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위해서였다. 뭉실이는 털이 긴 품종의 고양이로 누군가에게 버림받아 이리저리 거리를 떠돌다가 오 단장에게 발견돼 구조된 고양이다.
그는 “구조했던 뭉실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며 “마지막까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물색하다가 뭉실이와 같은 노묘들 역시 별도의 공간이 필요할 듯 싶어 경묘당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 단장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평일에는 회사에 출근했다가 퇴근 이후 경묘당을 찾아 고양이들을 돌보는 삶을 7년째 이어오고 있다.
물론 별도의 지원 없이 오로지 봉사단원들의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돌본 고양이들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마음이 쓰라렸지만 그럼에도 편히 쉬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과 온·오프라인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봉사자들의 힘이 크다고 웃어 보였다.
오 단장은 “나이가 많은 고양이가 다수다 보니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많이 보게 돼 우울감이 커지곤 한다”면서도 “80여명의 봉사자들과 함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어 무너지지 않고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답했다.
경묘당은 경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버려지거나 떠도는 길고양이를 꾸준히 보호해온 점을 인정받아 2019년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 단장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했던 행동이라며 수상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손사래를 쳤다.
앞으로도 그는 길 위의 고단한 삶에도 포기하지 않고 삶을 지속해 얼마 전 환갑잔치까지 열어준 뭉실이처럼 자신도 힘이 닿는 데까지 경묘당을 운영하고 싶다고 전했다.
오 단장은 “처음 뭉실이를 생각해 경묘당을 열었던 것처럼 지금도 변함없이 고양이들을 돌보고 싶다”며 “앞으로도 이들과 계속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