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우정 기자] 글로벌 해운산업의 디지털화와 탄소중립 목표시점이 점차 가까워짐에 따라 자율운항기술이 전세계 해운업계에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또한 ‘조선 1위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 민관협동으로 무인화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율운항선박 시장규모는 1021억달러(약 143조원)에 달했으며, 연간 6%의 성장률로 오는 2032년에는 1729억달러(약 242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노르웨이와 핀란드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대표 조선 3사 또한 자율운항선박 기술실증을 릴레이로 진행하며 무인화선박의 리더 자리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HD현대는 8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에 자율운항·원격제어기술을 적용해 통합 실증을 수행했으며, 해당 실증을 통해 지난달 27일 한국선급(KR)과 라이베리아기국(LISCR)으로부터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지난달 HD현대중공업은 울산 일대 해역에서 8000TEU급 컨테이너선에 자율운항시스템을 탑재해 해당 선박의 원격 제어와 혼잡구역 내 충돌 회피기술을 실증했다. 당시 실증선박의 ‘선장’은 직선거리로 290㎞ 이상 떨어진 경기 성남시의 HD현대 글로벌 연구개발센터(GRC)에서 실시간으로 원격 항해했다. 특히 이번 실증에서 HD현대는 세계 최초로 대형 상선에 대해 복수 원격운영센터(ROC)간 제어권 전환 기술도 선보였다.
이날 실증한 단계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자율운항선박(MASS) 4단계로, 현재 HD현대는 3단계를 주력 개발 중이다. IMO는 자율운항기술을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 2단계는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제어하는 수준, 3단계는 선박에 탑승한 선원없이 원격 제어하는 수준, 4단계는 완전 자율운항기술을 구현한 수준이다. 업계는 3단계부터를 무인화기술의 실현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실증을 통해 HD현대는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인 아비커스(Avikus)의 자율운항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과 HD한국조선해양의 원격제어솔루션을 활용한 통합 원격제어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HD현대의 원격제어 기술은 자율운항선박 상용화를 위한 필수적인 기술로, 안전성과 신뢰성이 검증됐다”고 밝혔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증을 통해 자율운항과 원격제어 기술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IMO 등 글로벌 제도와 규제에 기민하게 대응해 자율운항 기술의 국제 표준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또한 자사의 자율운항 실증선박 ‘시프트 오토(SHIFT-Auto)’호를 출항하며 자율운항선박시장으로의 출전을 알렸다.
지난 21일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에서 완전자율운항 기능이 탑재된 미션기반 자율운항 연구선박인 ‘시프트 오토’의 출항식을 개최했다. 해당 선박은 향후 타선과의 충동회피, 최적항로 운항, 저궤도 위성통신을 활용한 원격제어 방식을 실증할 계획이다. 또한 육상에서 부여하는 임무를 선원의 개입없이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12인승 규모의 ‘시프트 오토’호는 자율운항연구에 최적화하도록 선체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카타마란(Catamaran) 구조를 적용했으며,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인 스마트싱스(Smart Things)를 탑재해 데이터 수집의 신뢰성과 안전성도 확보했다. 카타마란 구조는 2개의 선체를 결합한 쌍동선 구조로, 진동이 적고 안정성이 우수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설계 단계부터 자동접·이안, 음성기반 제어 등 다양한 자율운항 요소기술을 적용해 추후 기술 개발의 확장성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동연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연구소장은 “시프트 오토는 완전자율운항으로 가는 기술의 이정표”라며 “삼성중공업이 자율운항의 글로벌 리더로 우뚝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율운항선박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2030년까지 ‘레벨4’ 수준의 자율운항 선박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시흥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자율운항시험 선박은 ‘한비(HAN-V)’로, 지난 2022년 11월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해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현재 자율운항선박은 선원법, 항만법, 해상교통안전법 등의 규제로 인해 실증이 어려운 환경이다. 이에 산업부는 내년 1월 시행될 자율운항선박법에 앞서 ‘제3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통해 업계가 실증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자율운항선박 분야의 규제샌드박스를 확정했다.
이승렬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최근 미국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과의 조선산업 협력의지를 표명한 만큼 자율운항선박도 협력 가능한 분야로 예상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자율운항 초격차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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