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들은 향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나 대체로 특이사항 없이 정상 출근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개형 바이오기업은 물론 유한양행, 동아쏘시오홀딩스, 종근당 등 전통 제약사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으며, 취소한 행사 등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단기적으로는 경제 악재로 작용할 거란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폭풍으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며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주간거래 종가)보다 15.2원 오른 1418.1원에 상승 출발했다. 전날 선포 직후 1440원대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다소 진정된 모습이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 측면보다는 한국경제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시그널을 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경제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며 "자본시장이 출렁이고 환율이 올라가면 외국인 자본이 빠질 수 있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또 현재 계엄령이 해제되긴 했지만 되풀이된다면 그땐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흘러가게 되면 제조업의 경우 원료 등의 공급이 원활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수출업자가 경제 불확실성이 큰 국가에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팩트"라며 "게다가 내수시장도 영향을 받아 소비위축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국내 기업 중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다변화를 꾀한 곳들이 많아 당장 영향은 없을 것이지만 환율이 잡히지 않으면 중장기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2022년 기준 국내 완제의약품 자급도는 68.7%,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11.9%에 불과하다. 원료의약품 수입 상위 10개국 중 절반 이상이 중국과 인도가 차지하고 있으며, 작년 기준 국산 원료의약품 비중은 9.9%에 불과하다.
그는 "우리나라는 (원료의약품) 수입 비중이 높다. 코로나 유행 당시 자국 우선주의 기조로 위기의식이 작용하면서 일부 기업들은 공급망을 다변화한 것으로 안다. 또 수개월치 원료를 미치 확보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의약품 생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환율이 잡히지 않으면 힘들 수 있다"고 했다.
강달러는 중소 바이오기업에게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약개발을 위해 다국가 임상시험을 준비하거나 진행하는 기업들은 글로벌 CRO(임상시험수탁기관)에 기대고 있는 상황인데,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 가격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강달러는 큰 회사, 작은 회사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환율 수혜를 받아 돈을 버는 회사는 일부일테지만 임상시험을 하고 원부자재를 수입하는 회사들에겐 전반적으로 안 좋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임상환자 리쿠르트, CRO 등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작은 기업들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번 사태가 제약바이오산업 전체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지만 투자 심리 위축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계엄령이 금방 해제돼 제약바이오산업 자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오늘의 변수보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상황 변화에 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면서도 "(계엄령 선포는) 전체적인 국가 신뢰도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 불안해지면 모험적인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 환경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사태를 빨리 안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당시엔 바이오 섹터가 좋았던 데다, 시민과 국회에 의해 법적 절차를 밟는 것과 계엄령은 다른 문제"라며 "특히 신약은 신뢰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해외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볼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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