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바젤이 열리는 그곳

아트 바젤이 열리는 그곳

노블레스 2024-12-04 10:47:29 신고

‘아트 바젤’이 열리는 두 도시, 홍콩과 파리의 아트 신 리포트.

▼CITIES OF ART BASEL

M+ 2층 ‘더 아트리움’ 전경. Photo by Kevin Mak, Courtesy of Herzog & de Meuron
JC 컨템퍼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타오후이 작가의 작품 ‘Hardworking’. Courtesy of Tai Kwun
M+에서 진행 중인 I. M. 페이 회고전 전시 전경. Photo by Dan Leung, Courtesy of M+
홍콩 아트 신의 핫 플레이스, 서주룽 문화 지구를 대표하는 M+ 뮤지엄 메인 홀과 외부 모습. Photo by Kevin Mak, Courtesy of Herzog & de Meuron
홍콩 아트 신의 핫 플레이스, 서주룽 문화 지구를 대표하는 M+ 뮤지엄 메인 홀과 외부 모습. Photo by Kevin Mak, Courtesy of Herzog & de Meuron
랜드마크 체이터로 이전한 소더비 메종의 1층 전시실. © Stefan Ruiz

글로벌 아트 신에서 아트 바젤의 위상은 실로 막강하다. 1970년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한 이 페어는 지난 54년간 마이애미 비치, 홍콩, 파리로 개최지를 확장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아트 바젤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을 넘어 현대미술의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 트렌드를 제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 축제로서 꾸준히 진화해왔다. 특히 올해는 2022년부터 ‘파리 플러스 파 아트 바젤’이라는 이름으로 개최해온 페어를 ‘아트 바젤 파리’로 재정비하고 4년 만에 리뉴얼 오픈한 그랑 팔레로 자리를 옮겨 화제를 불러 모았다. 새로운 시작과 함께 아트 바젤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섰는데, 각기 다른 대륙에 위치한 개최 도시를 허브 삼아 예술적 교류를 넓히고 시너지를 일으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그 중심에 홍콩이 있다. 동서양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의 특성을 바탕으로 바젤·파리·마이애미 페어 현장과 아트 신에 색다른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홍콩관광청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은 아트 바젤은 향후 3년간 다양한 이색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 첫 파트너십 행사를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아트 바젤 파리에서 공개했다. 10월, <노블레스>가 홍콩과 파리로 향한 이유다.

 아시아 아트 허브, 홍콩  
파리로 향하기 전, 아트 바젤이 열리는 또 하나의 도시인 홍콩의 아트 신을 둘러봤다. 2013년 아트 바젤이 처음 개최된 후 홍콩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트 도시로 눈부시게 도약했다. 중국 전통과 영국 유산이 어우러져 형성된 고유한 문화, 자유무역 도시 특유의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는 유럽∙미주 지역과 아시아 아트 신을 연결하는 창구로서 최상의 조건이었다. 전 세계 갤러리와 컬렉터, 아티스트 등이 모여들고 공공 미술과 로컬 아트 신이 함께 성장하며 홍콩은 현대미술의 혁신적 실험과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부흥을 이끈 대표적 지역이 ‘센트럴’이다. 가고시안, 화이트 큐브, 데이비드 즈워너, 페로탕, 하우저 앤 워스 같은 메가 갤러리의 지점이 위치한 것은 물론 다채로운 예술 공간, 거리를 수놓은 벽화와 설치미술도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어 홍콩의 문화 예술 중심지로 불린다. 이 중 타이쿤(Tai Kwun)은 옛 중앙경찰서, 중앙재판소, 빅토리아 감옥을 레노베이션해 2018년 문을 연 복합 문화 공간이다. 2008년부터 10년간 홍콩 정부의 주도 아래 진행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역사적 건축물 16개와 신축 건물 2개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로컬 아트 신을 대표하는 갤러리 ‘오라오라(Ora-ora)’, 스위스 기반의 세계적 건축가 듀오 헤어초크 앤 드 뫼롱이 설계한 현대미술관 ‘JC 컨템퍼러리’ 등이 이곳에 위치해 홍콩의 동시대 미술을 접하기 좋다. 특히 JC 컨템퍼러리에서는 현재 중국 현대미술 작가 타오후이(Tao Hui)의 홍콩 미술관 최초 개인전 <불모의 언덕>을 진행 중인데, 사회 문제를 초현실적 이미지로 담아낸 설치와 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센트럴 지역의 많은 갤러리 중 흥미로운 곳을 꼽으라면 ‘빌팽(Villepin)’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전 총리 도미니크 드 빌팽과 그의 아들 아서가 2020년 3월 홍콩에 문을 연 곳으로, 작가와의 긴밀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작품뿐 아니라 공간 전체를 탈바꿈하는 전시를 주로 선보여 색다른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한편 지난 7월 말 센트럴의 랜드마크 체이터 빌딩으로 이전 개관한 소더비는 메종을 상설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파격적 변화를 감행했다. 옥션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고객도 언제든 들러 백화점에서 제품 고르듯 예술 작품이나 아트 퍼니처 등을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춘 것. 프렌치 클래식 가구 위에 놓인 다니엘 아샴의 작품, 조지 나카시마의 커피 테이블과 자오우키 페인팅의 조화 등 일상 속 배치를 제안하는 큐레이팅이 특징이다. 또한 1층에는 6m 천고의 몰입형 전시 공간이 자리해 색다른 감상 경험을 선사한다.
센트럴이 홍콩 아트 신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센터 역할을 한다면, ‘서주룽 문화 지구’는 새롭게 떠오른 핫 플레이스다. 2021년 개관한 현대미술관 M+와 2022년 오픈한 고궁 박물관을 주축으로 다채로운 아트 이벤트가 꾸준히 펼쳐지고 있다. 특히 ‘뮤지엄, 그 이상(Museum and More)’을 콘셉트로 전시뿐 아니라 휴식, 놀이, 교육 등 주변 환경과 상호 교류하는 다양한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공간을 지향하는 M+는 건축물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총 18층 규모의 건물 중 전시 공간은 3개 층에 위치하는데, 약 5100평 규모의 공간에 전시실 33개를 구성해 하루 종일 둘러봐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 현재는 중국을 대표하는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 궈페이(Guo Pei)의 작업 세계를 살펴보는 회고전과 M+에 소장품 1500여 점을 기부한 스위스 출신 세계적 컬렉터 울리 지그(Uli Sigg)의 컬렉션 전시 등이 열리고 있다. 방문한 날에는 홍콩의 뱅크 오브 차이나 타워 설계와 파리 루브르박물관 리뉴얼 작업 등으로 알려진 중국 출신 세계적 건축가 아이엠 페이(I.M. Pei)의 회고전을 둘러보았다. 세계 최초의 대규모 전시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방대한 아카이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그의 작업 세계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트 바젤 파리 내 차찬텡 카페에 설치된 트레버 영 작가의 샹들리에 작품 ‘혼돈의 태양’. Courtesy of the artist and Biennale of Sydney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을 입구 벽면에 배치한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 Courtesy of Art Basel
‘갤러리즈(Galeries)’ 섹션에 참가한 디 도나 갤러리. Courtesy of Art Basel

 다시 도약하는 예술의 본거지, 파리 
3일 동안 홍콩 아트 신 탐방을 마무리하고 파리로 향했다. ‘파리 플러스 파 아트 바젤’이라는 이름으로 아트 바젤이 파리에서 처음 열리기 시작한 것이 2022년. 이미 수십 년간 아트 바젤을 개최해온 바젤·마이애미·홍콩에 비하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예술 도시’라는 수식어를 수백 년간 간직해온 파리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트 페어가 함께 만들어낼 시너지는 그 어떤 도시보다 기대가 컸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만큼 복잡했던 이름을 심플하게 정리하며 새출발을 알린 아트 바젤 파리는 올해 드디어 레노베이션을 마무리한 그랑 팔레에 입성하며 본격적 행보를 시작했다.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린 페어에는 지난해보다 27% 늘어난 42개국 195개 갤러리가 참가해 파리의 하늘이 고스란히 보이는 유리 돔 천장 아래 부스를 꾸렸다. 국내 갤러리 중에는 국제갤러리가 유일하게 참가했고, 페이스∙페로탕∙리만머핀∙글래드스톤 등 한국에 지점을 둔 메가 갤러리 이름도 보였다.
페어 첫날,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그랑 팔레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여럿 마주했다. 스프루스 마거스와 전속 계약을 맺은 이미래 작가의 조각 작품은 하얀 벽 위에 강렬한 그림자를 만들며 시선을 붙잡았고, 국제갤러리 중앙에 매달린 장 미셸 오토니엘의 유리구슬이 햇빛을 반사하며 알알이 반짝이는 모습은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과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1915년 작 ‘수프레마티즘’을 들고 나온 하우저 앤 워스, 알리시아 크바데의 ‘토템’과 이우환의 신작 등으로 부스를 꾸린 갤러리 메누어 등은 작품을 감상하기 어려울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장에서 만난 갤러리스트와 컬렉터들은 하나같이 10월 초에 열린 프리즈 런던이 상대적으로 젊고 대중적 분위기라면, 아트 바젤 파리는 굵직한 대작과 거장의 숨은 작품 등이 눈에 띈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 갤러리들이 주로 리치 피플을 타깃으로 한 ‘고급화’ 전략을 세웠다면, 아트 바젤 파리는 근현대미술 거장의 작품과 고미술을 두루 아우르는 색다른 기획으로 컬렉터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1924년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100주년을 기념해 한쪽 통로를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같은 초현실주의 거장의 작품으로 채웠으며, 1900년 이전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프레미스(Premise)’ 섹터를 올해 처음 선보였다. 결과는 ‘선방’이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술 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상당수 갤러리가 기념비적 성과를 거뒀다. 화이트큐브가 선보인 줄리 머레투의 2014년 작품이 VIP 프리뷰 첫날 약 130억 원에 판매됐고, 하우저 앤 워스가 내놓은 마크 브래드퍼드의 추상화는 약 47억7000만 원에 주인을 찾았다. 국제갤러리는 이우환의 2022년 작 ‘조응’을 약 14억7000만 원에 판매했다.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3년간 아트 바젤과 파트너십을 맺은 홍콩관광청은 그랑 팔레에 홍콩의 전통 식사 문화를 담은 ‘차찬텡(Cha Chaan Teng)’ 카페를 재현해 전시 공간 겸 휴식처를 마련했다. 홍콩을 연상시키는 컬러와 패턴, 네온사인, 캘리그래피 등으로 내부를 꾸민 이곳에서는 차슈 덮밥, 파인애플 번, 에그 타르트, 망고 푸딩, 밀크티 등 차찬텡을 대표하는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천장에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홍콩관 전시 작가 트레버 영(Trevor Yeung)의 샹들리에 조명 시리즈 ‘혼돈의 태양(Chaotic Suns)’ 중 하나를 전시해 시선을 끌었다. “2024 아트 바젤 파리에서 홍콩의 풍부한 미식 유산과 문화적 다양성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쁩니다. 이곳에서 만난 아트 애호가들이 트레버 영의 조명 작품에 담긴 홍콩 문화의 깊은 유대를 내년 3월 아트 바젤 홍콩에서도 직접 경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아트 바젤 홍콩 디렉터 안젤레 시양르(Angelle Siyang-Le)가 말했다.
아트 바젤 파리가 열리는 기간 그랑 팔레 밖에서도 예술의 기운은 충만했다. 프티 팔레, 방돔 광장, 오텔 드 라 마린, 팔레 루아얄, 호텔 쉴리 등 도시 곳곳에서 아트 바젤이 준비한 공공 미술 프로그램이 펼쳐진 것. 파리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는 특별전을 대거 준비했으며,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 ‘파리 아시아 나우’ 등 흥미로운 아트 페어도 이 시기에 열렸다. 도시의 아트 신을 일깨우고, 시너지를 일으켜 더 큰 장을 펼쳐내는 아트 바젤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시간이었다. 이제 막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이들의 다음 챕터가 자못 궁금해진다.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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