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선형 기자] 미국과 유럽의 견제 움직임에도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보다 올해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추세로 이제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중국산 배터리가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이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CATL, BYD(비야디) 등 중국을 대표하는 배터리, 전기차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CATL과 BYD는 올해 1~9월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 30.3%를 기록해 작년 29.4% 대비 0.9%p 증가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데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높은 안정성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완성차 업체들은 보다 저렴한 중국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채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등 전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CATL의 LFP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CATL은 중국 내수시장의 공급 과잉 문제를 브라질, 태국, 이스라엘, 호주 등 해외 수출로 해소하며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CATL의 핵심 경쟁력은 ‘가격 대비 성능’이다. CATL은 업스트림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며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이를 통해 리튬, 니켈, 코발트, 인광석 등의 핵심 원자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나아가 지분 매입, 합작 투자(JV)를 통해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동박, 장비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전체를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ATL의 수직계열화가 원자재 비용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이루도록 돕는 요소로 작용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덕분에 CATL은 생산비를 절감하고, 절감된 비용과 중국 정부의 지원금을 연구 개발(R&D)에 투입해 기술 경쟁력을 더 높이고 있다. 실제 CATL의 R&D 투자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연 매출에서 약 6% 수준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2022년 기준 R&D 인력만 1만6322명으로 2018년에 비해 약 4배 증가했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CATL은 막대한 R&D 투자와 연구 인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평균 기술개발 기간은 약 1년으로 한국 기업의 평균 기간인 2~3년보다도 빠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BYD도 배터리 자체 공급과 차량 제조 등의 수직 통합적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중국 시장에 이어 해외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배터리부터 완성차에 이르는 수직 통합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BYD는 생산 비용을 절감해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BYD의 저가 모델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BYD는 올해 3분기 유럽에서 463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BYD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BYD는 올해 1~9월 일본에서 1742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6.6% 증가한 수치다. 태국에서도 BYD의 전기차가 확대중이다. 올해 3분기 기준 BYD의 태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44%에 이른다. BYD는 태국에서 아토3(ATTO3), 돌핀(DOLPHIN) 등의 모델을 생산하며, 연간 15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BYD의 전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1%다.
이 같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맹활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 전문연구원은 “최근 전기차 시장의 트렌드가 ‘가격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전기차 가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가격 하락이 중요해졌다”며 “많은 전문가들이 배터리 기업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업스트림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지만, 이미 관련 광산이나 기업들의 가치가 많이 높아져 보다 현실적인 정책은 사용 후 배터리의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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