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인디언’으로 알려진 북미 원주민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이 지난 6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이 전시에는 미국 덴버박물관이 함께 했다. 지금까지 원주민들은 다양한 문화를 가꿔왔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 중에도 원주민이 사용하던 말에서 유래한 것들이 상당히 많다.
우선 토템(totem: 특정 집단이 무언가를 상징한다고 생각해 특별하게 여기는 동식물이나 자연물 같은 대상)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사회체제 및 종교 형태는 토테미즘(totemism)이라고 한다. 토테미즘은 과거의 원주민들 사이에서 널리 발견되었고, 오늘날에도 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등에 있다.
자연물을 가리키는 단어들도 여러 가지가 원주민의 언어에서 비롯됐다. 단계에 따라 엄청난 피해를 부르기도 하는 허리케인(hurricane)은 ‘후라칸’에서 유래했다. 마야 신화에서 후라칸은 바람, 폭풍, 불을 관장하는 신이자, 인류를 창조한 신 중 하나다.
매년 음력 4월의 보름달을 가리키는 핑크 문은 북미 원주민의 달력에서 나왔다. 이들은 달마다 특정한 이름을 붙였는데, 4월의 보름달은 ‘Phlox Moon’이라고 했다. ‘Phlox’는 북미에서 4월에 피는 분홍색 꽃을 가리킨다. 4월의 보름달이 분홍빛이어서가 아니라, 4월에 피는 꽃의 색깔 때문에 ‘핑크 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초원을 의미하는 사바나(savannah)는 스페인어 사바나(sabana)에서 유래했다. 스페인어 사바나는 ‘나무가 없는 초원’을 말하는 서인도 제도의 타이노어(Taíno)에서 가져온 것이다. 타이노어는 카리브 제도의 타이노족이 쓰던 아라와크어족 계통의 언어로, 현재는 사라졌다. 타이노어에서 유래한 신대륙에 관련된 새로운 말들은 주로 스페인어를 통해 영어 등 여러 유럽 언어로 도입됐다.
열대 해변이나 습지에서 자라는 나무를 뜻하는 맹그로브(mangrove)는 스페인어 ‘mangle’이나 포르투갈어 ‘mangue’에서 왔다. 두 단어는 남미의 과라니족(Guarani) 토착어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영어에서 망그로(mangrow)라고 쓰이다가 그로브(grove: 숲)로 변형됐다.
원시시대에도 쓰인 카약(kayak)과 카누(kanoe)도 원주민 언어를 바탕으로 한다. 에스키모족의 보트였던 카약은 그린란드 에스키모어 ‘qayaq’에서, 카누는 콜럼버스가 사용한 아라와칸어 ‘canaoua’에서 유래했다. 노가 양쪽에 있으면 카약, 한쪽에만 있으면 카누다.
의류 중에는 판초(poncho)와 아노락(anorak)이 있다. 지금은 비옷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망토 모양의 판초는 페루 원주민 잉카족의 전통의상이었다는 주장과 아메리카 원주민 마푸체의 전통의상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아노락은 북극 지방 이누이트족이 입은 전통 복장으로, 지금은 바람막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 외에 눈으로 벽돌을 만들어 지은 이글루(igloo)도 이누이트들의 전통 건축물이다. 이누이트어에서는 사실 재료에 상관없이 ‘집’을 이글루라고 한다. 앞서 언급하지 않은 다른 분야에서도 원주민의 언어에서 비롯한 단어들이 많이 쓰이고 있다. 다음 시간에는 어떤 말들이 더 있는지 추가로 알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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