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2023년 시도별·요양기관시도별 신규 중증(암) 진료·등록환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소재 의료기관의 신규 암 진료·등록환자는 17만 7948명으로, 이중 서울 외 주민은 10만 9811명으로 나타났다. 10명 6명이 서울 외 지방 소재 환자인 셈이다. 이같은 지방 환자의 서울 쏠림은 10년 전보다 심화된 상태다. 지난해 지방 주민이 서울에서 암 치료를 시작한 비율은 36.22%로, 10년 전인 2014년(34.95%)에 비해 1.27%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주민 신규 암 환자가 서울에서 진료 받지 않은 변수를 고려하면 지방 환자 수치는 더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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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방 신규 암 환자(30만 3151명)는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 의료기관에서 암이 확인되면 일단 다른 지역 병원, 특히 서울 소재 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는 경우 역시 많았다. 전국에서 13만 8596명의 신규 암 환자가 두 지역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암 판정을 받았으며 이 중 10만 명 이상이 서울 소재 대형병원을 찾았다. 환자들이 지역 의료기관을 믿지 못해 서울 원정 치료를 감행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북, 강원, 충북, 충남, 제주 등의 지역 환자들은 지역 병원을 이용하지 않거나 암 판정을 받지 못하고 서울 등 다른 지역 병원에서 암 판정을 받았다. 경북 지역 주민 중 2만 352명이 암 판정을 받았는데 이 중 1만 1494명만이 지역 의료기관에서 암 판정을 받았다. 최소 8858명이 다른 지역 의료기관에서 암 판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전체 경북지역 주민 신규 암 환자의 약 43%에 달한다. 경북 소재지 요양기관 진료인원(1만 1494명)의 주민등록기준지가 모두 경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신이 사는 지역 의료기관을 외면한 경북 지역 신규 암 환자들이 더 많을 수 있다.
신규 암 환자가 지방을 떠나 서울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환자 보호자 또한 서울에서 환자를 돌봐야 한다. 환자 진료비뿐만 아니라 체류비 등 비의료 비용도 커진다. 서울 소재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진료 대기 또한 하염없이 길어진다. 지역 의료기관은 서울의 인적 인프라를 따라가지 못해 의사와 간호사를 구하기 힘들어지고 이는 지역 의료의 낙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지방 환자의 서울 쏠림을 막기 위해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지역의료 살리기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의료정책 지원을 위해 향후 5년간 4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의결한 바 있으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과 중증·응급질환도 사는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 등을 진행 중이다.
다만 정부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결국 지역에 병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환자들이 지역 병원을 외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암에 걸렸다고 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일단 최고의 병원을 찾는데 그 병원이 서울에 다 몰려 있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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