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가 다가온 가운데 AI·DX를 기반으로 유연한 교육 환경을 마련하고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교육계 전문가들은 내년에 도입될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에서의 전문대학의 역할이 부각돼야 하고, 공정한 예산 분배의 중요성과 AI·DX 시대에서 대학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당부하는 언급도 나왔다.
2일 국회의원 김성원 의원실과 DX 거버넌스협의회가 주최하고 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 등이 주관하는 ‘전문대 AI·DX 선도와 라이즈(RISE) 대응을 위한 국회세미나’가 국회의원회관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국회·교육계·산업계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DX 거버넌스협의회는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교·지자체·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지산학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우수한 디지털 인력을 배출해 지역사회의 성장을 이끄는 데 목적을 둔다.
이상석 DX거버넌스협의회 회장(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장, 부산과기대 부총장)은 ‘RISE, AI-DX 변화에 대한 전문대학의 준비’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유연한 교육과정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석 회장은 “우리 교육은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진 이후 산업 변화에 따라 교육이 변화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술 변화에 따라 교육은 굉장히 유연해져야 하고, AI·DX를 통해 유연한 교육체제로 진행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하버드대의 설문조사 내용을 통해 인공지능을 통해 고숙련자와 저숙련자의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인공지능 또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수 있고, 또 언어 장벽도 제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산업·업종 간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빅 블러(Big Blur)’ 시대와 예측·대비가 어렵지만 한 번 발생하면 거대한 충격을 발생시키는 ‘블랙 스완(Black Swan)’ 예시를 들며 “전문대학의 교육에서 AI와 디지털 혁신의 필요성은 회색 코뿔소처럼 보이며,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도와 방향은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처럼 대학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DX 거버넌스 협의회의 운영 성과, 향후 추진 방향 등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 라이즈(RISE)에서의 전문대학만의 강점 부각하고 공평한 예산 분배도 이뤄져야…AI·DX 속 전문대학 위한 지원도 필요 = 이어 김환철 DX 거버넌스협의회 감사를 좌장으로 한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오는 2025년 도입되는 라이즈에서의 전문대학의 장점을 토대로 전문대학의 입지가 더욱 강화돼야 하고,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강점을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또 대학 간 공정한 예산 분배의 중요성과 AI·DX 전환 속 전문대학을 위한 지원 등을 당부하는 언급도 나왔다.
홍지연 경민대 총장은 ‘RISE to RAISE’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전문대학은 R&D 인프라 구축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대학과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 또 예산 집행의 불투명성을 고려해보면 경기도의 경우 특별회계가 아닌 일반회계로 넘어왔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차이 등이 있는데, 동일한 기준으로 사업을 평가하면 지역 간 격차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연 총장은 “사업 단계별, 일정별 주기적으로 성과 평가를 공평하게 만드는 협업 플랫폼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교육부에서 예산을 선정해 대학에 나눠줄 때 특별회계만큼의 고등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주는 예산인지, 해당 지역에서 바로 나눠 쓰도록 하는 예산인지를 들여다봐 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총장은 “예산집행의 투명화와 성과 기반 예산 분배의 경우 공동 관리 체계가 있어야 한다. 경기도의 경우 연구원에 맡겨서 하고 있다”며 “우리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관도 외부 감사를 둬야 하고 산업체와 함께 온라인으로 플랫폼을 구축해 성과를 누구나 공정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AI·DX 전환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홍지연 총장은 “AI·DX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챗지피티(Chat GPT)를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대학 주도 사업의 기회를 확대했을 때 진정한 라이즈 사업이 된다고 믿고, 이를 통해 우리 지역에 맞는 AI·DX 전환의 인프라가 구축되고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육동인 경인여대 총장은 ‘전문대학 현안 극복과 전문대학의 라이즈 지역기여 역할 모델 실현을 위한 지원 필요성’을 주제로 한 토론을 통해 “실제로 지원금을 책정하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전문대학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문대학가들이 해야 될 일은 정책 당국자들에게 전문대학이 중요한 이유와 일반대학과의 차별점은 무엇인지를 인식시키는 것이 아주 기초적이지만 가장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육동인 총장은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을 위한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육 총장은 “우리나라 요양보호사의 경우 우리 국민들이 선호하지 않는 직업 중 하나로, 정부에서도 외국인 인력들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요양보호사 양성도 전문대학에서 할 수 있고, 요양보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과 생활·기숙사 등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남식 재능대 총장은 ‘AI를 통한 전문대학 교육의 혁신’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평생 직업교육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이남식 총장은 “라이즈 4대 성과 목표 중 ‘혁신적인 직업·평생교육’이 있다. 이를 통해 ‘평생 직업교육이 보편화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직업·평생교육과 평생 직업교육 대학은 완전히 다르다”며 “평생 직업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는 지자체도 없고 예산 지원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직업교육 등은 고용노동부에서 폴리텍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평생교육의 경우 우리나라에 평생학습도시가 수십개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지방자치단체는 평생교육과 평생학습을 모두 다룬다고는 하나, 전문대학에는 용역 사업 정도만 준다. 교육부에 이에 대한 시정 개선을 부탁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AI 교육의 성과를 내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남식 총장은 “2016년 알파고의 등장과 2022년에 챗지피티(Chat GPT)가 공개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대학의 AI 교육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챗지피티의 등장 이후 모든 교육을 AI로 바꿔야 한다고 했을 때, 이를 교육할 수 있는 교수요원 등이 열악한 상태였다. 우리가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지만 ‘할 수 있다’는 ‘데몬스트레이션(Demonstration)’일 뿐이고, 진정으로 대학에서의 교육의 변화가 있느냐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대학이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산만 지원해 준다면 교육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단계로 빠르게 변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문대학의 능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교육부에서도 신뢰를 갖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문대학에 지원해 주길 부탁한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사업에는 일반대학만 지원하고 전문대학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 사업에 전문대학도 들어갈 수 있도록 애써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태경 교육부 고등직업교육정책과 과장은 ‘전문대 AI·디지털 역량 강화와 라이즈 대응’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전문대학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약속했다. 김태경 과장은 “교육부는 사립학교법시행령,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고등교육의 학사 부분 등 다양한 규제를 개선하고 있다. 또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에 대한 지원금을 2022년도에 비해 지난해 약 50% 이상 증액했다”며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을 제정해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한 바 있다. 교육부에서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의 확대 또는 연장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이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상석 회장은 개회사에서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중심에 있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혁신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경제구조 등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직무역량을 제공하고 산업체와 긴밀히 협력해 기술혁신의 가교 역할을 해야한다”며 “나아가 라이즈 정책과 연계해 지역사회와 협력함으로써 디지털 전환이 단지 기술적 발전이 아닌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전문대학이 디지털 전환과 라이즈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교육, 산업 그리고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축사에서 “전국 153개 전문대학 중 58개 대학에서 DX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으로 돼 있을 만큼, 전문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DX, 라이즈 개편의 성공을 위해 모든 분들이 힘을 합쳐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라이즈, AI, DX 등의 언급이 나오는데, 그 중심의 키포인트(Keypoint)는 전문대학이다. 전문대학이 살아야 고등교육이 살고 이는 결국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홍지연 경민대 총장은 축사를 통해 “전문대학이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분야인 AI·DX에 대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라이즈도 지자체와 대학, 산업체가 혼연일체가 돼 지역사회를 부강하게 만들고 지역에 정주시키는, 그러한 인재들을 키우는 사업이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번 세미나에서는 △테이프 커팅, 전시투어 등 사전행사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의 인사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의 축사 △이상석 회장의 환영사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의 인사말 △이경순 DX거버넌스협의회 사무국장의 ‘DX거버넌스 협의회 경과보고’ △KIBA(한국산업단지경영자연합회)-KICOX(한국산업단지공단)-DX 거버넌스협의회 업무지원협약 체결식 △심재경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상무의 ‘2024 Work Trend Index Report’ 발표 △이계우 한국산업단지경영자연합회 회장의 ‘국회 토론회 발표문’과 김병준 AWS코리아 이사의 ‘전문대학교의 AI-DX 교육 방향 수립 방안 제시’ 토론 등이 진행됐다.
행사 이튿날에는 전문대학 AI 혁신 실증화 챌린지 우수사례 발표와 시상식 등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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