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은행 김정은이 역대 최다 득점자라는 금자탑을 쌓고도 웃지 못했다.
하나은행은 2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용인 삼성생명과 홈 경기서 48-67로 패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 인천 신한은행 원정 경기서 길고 긴 6연패를 끊어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번 경기전까지 통산 8139점으로 통산 득점 역대 2위를 기록 중이었던 ‘베테랑’ 김정은은 이번 경기서 8득점을 기록하며 8147득점을 기록, 정선민 전 여자 대표팀 감독을 제치고 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다 득점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김정은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그는 “기뻐할 자격이 있나 싶다. (통산 득점 1위) 소감을 밝히기 전에 결과를 떠나, 많은 분이 축하를 위해 와주셨는데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다. 팬들에게 특히 죄송하다. 프로 생활 20년 차인데도 이런 경기는 아직도 힘들다”고 운을 뗐다.
이어 “참 오래 걸렸다. 스스로한테 만족하지 않고, 엄격한 편이다. 스스로에게 ‘김정은 고생했다’라는 칭찬을 해주고 싶다. 사실 경기전부터 많은 분이 연락을 해주셨는데, 요즘 무득점 혹은 2득점 하는 경우도 있어 농담 삼아 ‘끝나고 연락해달라’고 했다. 축하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정은은 수많은 득점 중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7000득점에서 8000득점까지 오는 과정을 꼽았다, 그는 “당시 기록은 영혼까지 쥐어짜서 달성한 것 같다. 부상이 많아 은퇴까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병원에서도 선수 생활을 그만하라고 했을 만큼 좌절도 많았다.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다”고 돌아봤다.
김정은은 젊은 시절 ‘역대 최초 1만 득점’을 목표로 삼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무리다. 당시 3가지 목표를 적어둔 메모가 있었는데, 매번 패배하면서 느낀 고뇌가 전부 담겨 있었다. 목표 중 2개는 이뤘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역대 최초 1만 득점 기록이었는데, 가지 않아도 괜찮다.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은 힘든 순간을 ‘농구에 대한 사랑’으로 버텼다. 그는 “겸손한 척이 아니다. 아직도 주위에 제가 농구를 잘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농구를 잘했던 선수는 아니지만 우여곡절을 잘 버텼다. 팀 해체도 겪고, 하나은행에서 쫓겨나듯이 떠나도 봤다”며 “부상에 울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1승도 하지 못하고 떨어진 순간도 있었다. 정말 파란만장했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좋았던 순간보다 괴로운 순간이 많았다. 농구 때문에 괴로웠지만 농구를 사랑했다”고 회고했다.
마지막으로 김정은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를 묻자 “치열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우승보다 경기 최우수선수(MVP) 트로피가 더욱 소중하다. 워낙 뛰어난 선배들과 함께 농구하며 경쟁했기 때문이다. 선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었다. 저 또한 후배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선수였는지 라는 생각을 해본다”며 “여자농구가 위기다. 하지만 선배들이 잘 닦아 놓았고, 저도 좋은 대우를 받고 좋은 환경에서 농구 하고 있다. 후배 선수들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저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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