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3일(현지시간) 영국과 그리스의 정상회담에 앞서 영국박물관이 소장한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 조각군(마블스)의 그리스행을 놓고 협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스카이 뉴스는 2일(현지시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게오르그 게라페트리티스 그리스 외무장관이 영국박물관 재단 및 박물관 의장을 맡고 있는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과 세 차례에 걸쳐 비공개회의를 했다고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미초타키스 총리가 3일 런던을 방문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영국 전임 보수당 정부의 리시 수낵 총리가 미초타키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가 그리스가 파르테논 마블스 반환을 계속 요구하자 직전에 회담을 취소한 적이 있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박물관 내 외국 문화재의 영구 반환을 막아놓은 국내법 개정 계획은 없으나 수낵 전 총리보다는 유연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측근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리는 (영국박물관과 그리스가) 어떤 합의를 하든지 열려 있다"며 "방향성에 대해 강한 견해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엘긴 마블스'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대리석 조각군은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 있던 160m 길이 '프리즈(건물 윗부분을 장식하는 띠 모양의 조각이나 그림)' 중 약 75m 에 해당하는 대리석 조각품들이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 나머지 상당 부분을 소장하고 있으며 다른 유럽 5개 도시 박물관에 작은 부분이 있다.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대사였던 엘긴 백작 토머스 브루스가 19세기 초 오스만제국 치하 그리스에서 이를 영국으로 반출했다.
그리스는 이에 대해 대리석 조각을 불법적으로 떼어 간 '절도'였다고 보는 반면, 영국은 엘긴 백작이 오스만제국의 허가를 받아 조각군을 이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튀르키예는 지난 6월 유네스코 산하 문화유산 반환촉진 정부간위원회(ICPRCP) 회의에서 이 대리석 조각이 합법적으로 거래됐다는 오스만제국 기록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리스를 지원했다.
1963년 제정된 '영국박물관법'은 영국박물관이 소장품을 외부에 양도하지 못하도록 한다. 다른 국가가 영국박물관 소장품을 받으려면 박물관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대여해야 한다.
이에 그리스가 영국박물관의 소유권을 인정할지가 관건이라고 영국 언론은 지적했다.
그리스 언론은 FT에 "우리나라가 다년간 요청한 파르테논 조각들의 재통합 문제를 영국박물관과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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