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위기에 놓였다. 이에 업계는 체질 개선에 나선 가운데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역량 강화가 핵심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4대 석유화학 기업으로 꼽히는 △LG화학(051910) △롯데케미칼(011170) △한화솔루션(009830) △금호석유화학(011780) 중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한 3곳은 올해 3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던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382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 적자 전환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영업손실 4136억원을 기록했고, 한화솔루션의 케미칼 부문도 31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금호석유화학은 유일하게 흑자(영업이익 651억원)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22.7% 쪼그라든 수준이다.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석유화학산업 전반에 불황이 장기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LG화학 대산사업장(공장) 전경. ⓒ LG화학
중국은 지난 2018년 2565만톤에 그치던 연간 에틸렌 생산 능력을 작년 5174만톤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글로벌 1위로, 한국(1280만톤)과는 무려 4배 이상 차이 나는 수준이다.
과거에는 국내 기업이 수출한 석유화학 제품을 중국이 재가공하는 구조였지만, 중국이 설비를 갖추고 자급률을 높이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물량은 급감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 내수 부진으로 중국의 물량이 해외로 쏟아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향되는 결과를 낳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생존을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내외 생산설비 매각을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최근 LG화학은 나주 공장 생산 중단에 나섰다. 석유화학 원료로 쓰이는 알코올을 생산하던 곳이다. LG화학은 여수 공장과 나주 공장 두 곳에서 알코올을 생산해 왔는데, 이번 결정에 따라 생산 자체를 여수 공장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한 데 이어, 파키스탄(LCPL) 공장마저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기초 소재 사업 비중을 줄이고, 스페셜티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금호석유화학이 흑자 기조를 이어간 것은 일찍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스페셜티 중심으로 재편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다른 기업들도 스페셜티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비중을 빠르게 높여야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스페셜티 중심 사업구조 전환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중장기적인 관점과 경쟁력 차원에서는 필수적이다"라며 "정부 지원도 시급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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