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알레포-이들리브 장악 이어 중부 진격…정부군과 전투 격화
美국무, 튀르키예에 '긴장완화' 강조…이란, 시리아 정권에 '확고한 지원' 약속
러시아, 정부군 공습 연일 지원…내전 닷새 만에 사망자 수백명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중동의 화약고 중 하나인 시리아에서 또다시 내전이 불붙으면서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에 이어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전 전황이 급변하면서 중동 안정을 원하는 미국과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이란 및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외교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AFP, AP 통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시리아 북서부에 기반을 둔 이슬람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반군은 알레포와 이들리브주 북서부의 주요 거점을 장악한 데 이어 중부 하마주까지 밀고 들어갔다.
이란과 러시아가 후원하는 정부군은 밤새 화력과 병력을 추가 투입해 알레포 등에서 반군에 반격을 가했다.
HTS는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반정부 소규모 무장조직과 합세해 지난달 27일 전격적으로 대규모 공세에 나섰다.
반군이 전날 시리아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알레포를 기습 점령한 데 이어 중부로 진격하면서 2020년 이후 소강상태였던 시리아 내전은 전선을 넓히며 격화하고 있다.
앞서 13개월 만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임시 휴전을 끌어내며 레바논 사태를 일단 봉합한 미국은 곧장 시리아로 눈을 돌려 긴장 완화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통화하고 시리아에서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갈등에 대해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통화에서 "알레포와 다른 지역에서의 긴장 완화와 민간인 생명과 인프라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전했다.
튀르키예 외무부 소식통은 피단 장관이 긴장 완화를 지지한다면서도 "시리아의 평화를 위해서는 정권과 야당 간의 정치적 과정이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는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자국 내 쿠르드족을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 서북부 지역 반군 단체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시리아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으며, 추가적인 난민 발생과 인도주의적 접근의 중단을 막기 위해 모든 당사자의 확전 중단과 민간인 및 인프라 보호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정권의 우방인 이란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이란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안심시켰다.
그는 시리아 방문에 앞서서는 "시리아 정부와 군대를 확고히 지원할 것"이라며 이번 반군의 기습 공격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곧바로 튀르키예로 날아간 아락치 장관은 2일 피단 장관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순차적으로 회동할 예정이다.
시리아 정부군이 2012년 반군에 빼앗긴 알레포를 2016년 되찾는 데 결정적인 지원을 했던 러시아는 정부군의 공습을 적극 지원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 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러시아는 알레포와 북서부 이들리브주, 하마주 북부지역인 모르크, 칸셰이쿤, 카프르 나블, 하자린, 탈 콕바 등에서 일련의 공습을 감행했다.
시리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시리아-러시아 합동 전투기'가 반군 진지를 정밀 타격해 수십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고 밝혔다.
반군의 대공세가 시작된 지 닷새 만에 인명 피해는 수백명에 달했다.
SOHR는 지난달 27일 이후 양측의 무력 충돌로 민간인 최소 48명을 포함해 37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러시아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하루 동안 최소 320명의 무장 세력을 사살하고 60대 이상의 전투 차량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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