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여파에도 불구,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조이며 양호한 3분기 재무 건전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이때 기준으로 삼는 지표가 바로 '국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하 BIS비율)이다.
1‧2금융권의 올해 3분기 BIS비율을 보면 전분기보다 나아진 양상을 보인다. 국내 은행의 3분기 BIS비율은 15.85%로 전분기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고, 같은기간 저축은행의 BIS비율은 15.18%로 전분기 대비 0.18%포인트 올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수치는 금융당국의 내부 감독 기준을 웃돈 것으로 규제를 면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자본비율 권고치를 보면, 자산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이 11%, 1조원 이하는 10%다.
물론 아직 일부 저축은행은 금감원이 제시하는 BIS비율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
자산 1조원 이상인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3분기 BIS비율은 각각 10.23%, 9.11%로, 금감원 권고치인 11%에 미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자본지표를 모니터링하면서 BIS비율이 권고치 이하로 떨어질 경우 자본조달계획을 요구할 전망이다.
자산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이 BIS비율 8%(1조원 미만은 7%)를 하회하면 금융당국은 해당 은행에 경영개선을 위한 적기 시정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지난 분기 권고치에 미달했던 라온저축은행(1조원 미만)과 바로저축은행은 3분기 BIS비율이 각각 10.91%, 12.78%로 전분기 대비 개선됐다. 특히 바로저축은행은 지난 8월 말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BIS비율 상승을 꾀했다.
한편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다음달 실사 예정인 OK금융그룹으로 매각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는 점이 변수로 거론된다.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란?
그럼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하 BIS비율)이란 무엇일까?
BIS비율은 한마디로 말해,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국제적인 기준이다. 은행이 보유한 자기자본이 위험가중자산 대비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비율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계산된다.
즉 BIS비율은 은행의 총자본(분자)을 위험가중자산(분모)으로 나눈 값이다.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좋다는 의미다. 반대로 해당 비율이 줄어들면 위험가중자산이 그만큼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이때 분자가 되는 총자본은 주식, 이익잉여금 등 고품질 자본인 기본자본과 후순위채권, 대손충당금 등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은 자본인 보완자본으로 구성된다. 분모가 되는 위험가중자산은 은행이 보유한 대출, 채권 등 자산의 위험도를 반영해 산정한 금액을 말한다.
바젤 Ⅲ 규제에 따르면, 은행은 최소한 8% 이상의 BIS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한편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BIS는 스위스 바젤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기구다. 현재 63개국 중앙은행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회원국들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5%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1975년부터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다가 1997년 1월 정식으로 가입했다.
◇BIS비율 왜 중요한가?
BIS비율은 △은행 건전성 평가 △금융 안정성 유지 △신용도 평가 기준의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먼저 은행 건전성 평가 관점에서 보면, 은행이 경제위기나 대규모 손실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므로 중요한 지표로 간주된다.
두 번째로 금융 안정성 유지 관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므로 주목받는다.
마지막으로 신용도 평가 기준 관점에서 투자자와 예금자가 은행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데 주요한 지표가 되므로 관심이 집중된다.
상술했듯이 BIS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받고, 반대로 낮으면 위험 상황에 취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BIS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 밑으로 내려가면 규제 대상이 된다.
◇은행 파산의 주범이 되는 BIS비율
과거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국내 은행들은 BIS비율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국제 신뢰도가 추락했다. 이에 8% 기준을 맞추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따라 결국 은행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도 BIS비율이 도화선이 됐다.
많은 금융기관들이 고위험 파생상품인 주택담보부증권(MBS)와 연계된 자산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다가, 이들 위험자산이 급락하면서 파산 위기에 처했다.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들 수 있다. SVB는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자산 가치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고, BIS비율 등 건전성 지표 악화에 투자자와 예금자들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일으키면서 파산에 이르렀다.
◇BIS비율 지키기 위한 은행들의 노력은?
은행들은 BIS비율을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한다.
먼저 자기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거나 후순위채권을 발행해 보완자본을 늘린다. 또 당기순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유보해 이익잉여금으로 쌓는 방식으로 기본자본을 적립하기도 한다.
또는 위험가중자산을 줄이기 위해 부실 기업 등 고위험 대출이나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를 줄이고 정부 채권이나 중앙은행 예치금과 같은 저위험 자산으로 자산 구조를 변경한다.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해 우량 고객에게만 대출하거나 부실채권(NPL)을 매각 또는 손실 처리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자산 위험을 낮춘다.
자본효율적 상품을 개발하거나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수익성 개선 노력을 기울일 수도 있다.
바젤 Ⅲ 등 국제 기준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거나 정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경제위기와 금리 상승 등의 충격에 가상 시나리오로 대응할 수 있다.
그밖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외국계 투자자나 기관투자자로부터 전략적으로 자본을 유치하거나, 수익성이 낮거나 자본 부담이 큰 비핵심 사업부를 매각해 위험가중자산을 줄이고 자본을 확보할 수도 있다.
정부와 협력해 공적 자금 지원 요청이나 정책 대출 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주주들에게 지급할 배당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단기 부채를 장기 부채로 전환해 부채 구조를 최적화하는 방안도 시도할 수 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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