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 = 강선영 기자] ‘당신을 만난 뒤 시를 알았네’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있는가? 류시화의 시에는 그리운 길 몇 번이고 돌아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시 한 편 한 편이 생생하고 실존을 흔들고 번개처럼 마음에 꽂힌다. 시를 통해 언어가 가진 힘을 실감하는 드문 경험이다.
그간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을 펴낸 그는 인화지에 빛을 정착시키듯 단어들에 생의 감각을 담아낸다.
첫 문장은 시인이 쓰지만 그 뒤의 문장은 읽는 이들이 마음으로 써 내려가는 것이 시라고 그가 말하듯이, 시는 쓰는 이와 읽는 이 사이에서 오래 이야기한다. 꽃이라든가 새라든가 가시나무라든가, 때로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 주제를 이야기하면서도 감성이 있는 문장이란 이렇게 아름다운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슬픔의 음조로 존재의 시련과 작별을 질문할 때조차 아름답다.
‘백 사람이 한 번 읽는 시보다 한 사람이 백 번 읽는 시를 쓰라’는 말처럼,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시들. 한 권의 좋은 시집을 삶에 들여놓는 일은 불안과 절망의 언저리에 한 송이 고요의 꽃을 피우는 일이다. 사랑과 고독, 삶과 죽음, 희망과 상실, 시간과 운명에 대한 경이감을 그려낸 순도 높은 93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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