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부인 박경아씨가 지난달 4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열린 김병주도서관 착공식에 참석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사진=뉴스1
MBK는 지난 5월 비밀 유지 계약 종료 후 얼마 후 얼마되지 않아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나섰는데 관련 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MBK가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 N&A를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MBK는 2022년 고려아연으로부터 신사업의 세부 사업 자료를 넘겨받아 재무적 투자를 검토했지만 최종 실행하지는 않았다. 내부 자료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외부에도 알리지 않겠다는 비밀 유지 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MBK는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자료의 세부 내용 일체를 비밀로 하는 내용과 이를 별도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특히 비공개 매수 등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해당 비밀유지계약은 올해 5월 종료됐다. MBK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시작한 시점은 9월초다. 3개월여 만에 영풍과 콜옵션·풋옵션 등 다양한 조건의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도 놀랐다. 다양한 변수의 M&A 조건을 3개월만에 합의하고 실행에 나섰다는 것은 불가능해 그 전부터 양사 협의가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MBK가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기밀 자료를 이번 인수 계획 수립에 활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커지는 배경이다. 해당 자료에 고려아연 신사업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는데 최근까지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신사업 투자를 문제 삼아왔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는 이번 적대적 M&A 과정에서 줄곧 기업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데 해당 의혹이 사실일 경우 명분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MBK가 국내 대기업 M&A를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기업들이 MBK 등 금융 자본을 매우 경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기금 등 공적자금을 운영하는 기관투자자들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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