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과 도킨스, 진화론의 오해와 논쟁의 유산

다윈과 도킨스, 진화론의 오해와 논쟁의 유산

월간기후변화 2024-11-30 11:25:00 신고

1859년 찰스 다윈이 발표한 종의 기원은 인간과 생명체가 오랜 세월에 걸친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음을 주장하며 당시 유럽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다윈의 주장은 신의 특별한 개입 없이 자연 속에서 강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생명체들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긴다는 이론이었다.

▲ 찰스 다원 사진    

 

그는 이를 가축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농부들이 병에 강한 젖소들만 짝짓기하게 하여 원하는 특성을 가진 가축을 만들어내듯, 자연에서도 살아남는 자들이 자손을 남기며 환경에 적응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다윈은 인간의 기원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이론은 인간 역시 신의 특별한 창조물이 아니라 자연선택을 통해 현재의 모습에 이른 동물일 뿐이라는 결론을 암시했다. 이는 기독교 신앙이 뿌리 깊었던 유럽 사회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다윈의 주장은 점차 널리 퍼졌다. 당시 대영제국의 힘을 배경으로 한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경쟁과 힘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했다. 자연선택은 강자가 약자를 도태시키며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신념을 뒷받침하는 데 이용되었다. 다윈의 이론은 종종 왜곡되어 정치적, 사회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나치 독일은 "강한 독일 민족이 열등한 유대인을 제거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다윈은 결코 이러한 해석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는 생존 투쟁을 언급했을 뿐, 그것이 반드시 상대를 누르고 없애야 하는 경쟁이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자연선택은 단지 생명체들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설명할 뿐, 그것이 진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윈이라면 인간이 원숭이나 촌충보다 낫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화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각 생명체가 처한 현실에 맞게 변화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다윈의 이론이 오해되었던 것처럼, 현대에 들어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전학자인 도킨스는 이기적인 유전자를 통해 생명체의 행동과 문화도 유전자의 생존 전략에 의해 좌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교와 같은 문화 현상도 유전자의 생존 전략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도킨스는 종교를 "어린아이들의 어림규칙(rules of thumb)을 속이는 바이러스"에 비유했다.

 

그는 어린아이들이 "불에 손을 대지 마라"나 "뱀을 만지지 마라"와 같은 어른들의 말을 이유 없이 따르도록 진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어린아이들이 스스로 위험을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림규칙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지속된다면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거나 맹목적으로 종교를 따르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 리처드 도킨스(1941~)는 영국의 생물학자로,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생명체의 행동을 유전자의 생존 전략으로 설명하며 진화론을 확장했다. 그는 문화도 유전자처럼 전파된다고 보며, 종교를 "어림규칙을 속이는 바이러스"로 비판했다. 종교가 비합리적 신념을 조장해 비극을 초래한다고 주장하며 무신론적 관점을 강조했지만, 이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도킨스는 인간이 유전자의 통제를 넘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임을 주장하며, 과학이 삶을 합리적으로 바꿀 가능성을 제시했다.    

 

도킨스는 종교가 9·11 테러와 같은 비극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종교가 없는 세상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이 주장은 종교계뿐 아니라 과학계와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도킨스의 주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다윈의 이론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왜곡되었던 것처럼, 도킨스의 이론 역시 미래에 잘못 해석될 위험이 존재한다.

 

도킨스는 인간만이 유전자의 독재를 거부하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고 강조했지만, 그의 주장은 종종 인간의 행동을 유전자에 국한해 설명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DNA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은 "운명이 별들 속에 있다고 믿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우리의 운명은 유전자 속에 있음을 안다"고 말하며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는 과학이 인간의 모든 삶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지나친 확신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도킨스의 주장 또한 언젠가 왜곡된 방식으로 세상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이 자연과 사회를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과학적 이론이 현실 속에서 오용되거나 왜곡될 때, 그것이 초래하는 사회적, 윤리적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 다윈의 진화론이 나치즘과 같은 극단적 이데올로기에 이용되었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과학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 역시 과학의 발전과 그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다윈과 도킨스의 이론이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사회적 논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본 기사 보기: 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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