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농축우라늄 수출 제한 조치로 국제 우라늄 가격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일본 경제신문에 따르면, 러시아의 수출 제한은 미국의 '러시아 우라늄 수입 금지법'에 대응한 조치로, 전 세계 우라늄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월부터 니켈, 티타늄, 우라늄 수출 제한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15일에는 농축우라늄의 미국 수출을 잠정 제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15일 우라늄 정광의 현물 가격은 파운드당 83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시장이 다소 안정되며 25일 기준으로 파운드당 77달러 초반까지 하락했다.
미국은 농축우라늄의 2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며, 이는 전 세계 농축우라늄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반영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러시아 우라늄 수입 금지법'에 서명했지만, 법안의 즉각적인 시행은 원전산업에 부담이 될 수 있어 2028년 1월까지 과도기를 설정했다.
미국은 과도기에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우라늄 농축 공장 신설에 27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른바 ‘탈러(脫俄)’ 프로그램으로 국내 우라늄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공사는 수출 규제 발표 이후에도 미국을 포함한 모든 거래처에 정상적으로 우라늄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면제 조치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러시아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이는 우라늄 가격 상승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수출 제한은 특히 우라늄의 화합물 및 농축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라늄 화합물인 육불화우라늄과 농축우라늄의 가격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비해 각각 3배와 2배 이상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우라늄 현물 가격이 연초 고점인 파운드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라늄 수급 문제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소는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안정적 전력원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전력 수요 증가와 화석연료 대체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원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많은 전력회사가 우라늄 연료를 장기계약으로 조달하면서 시장 안정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장기계약 가격 또한 상승 경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원전 재가동 계획과도 연계되어 있다. 미국은 인플레 삭감법(IRA)을 통해 원전의 경제적 매력을 높이는 한편,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라늄 수출 제한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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