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제발 콘솔로, 모바일 말고 플스로 내주세요”
여느 때처럼 게임을 한 후 넷마블(251270) 본사가 있는 구로가 있는 방향으로 나지막이 소리쳤다. 마치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 무엇인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TPO(시간·장소·상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친구를 보는 기분이었다. 넷마블이 최근 선보인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를 체험하고 난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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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로드는 에미상과 골든글로브상 수상작인 미국 HBO의 글로벌 흥행작 ‘왕좌의 게임’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개발된 오픈월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이다. 원작의 웨스테로스 대륙을 오픈월드로 구현하고 게임만의 새로운 스토리를 담았다. 게임의 첫 인상은 강렬했다.
드라마 속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성벽과 설산의 스산한 느낌이 실사풍 그래픽으로 구현된 덕분이다. 등장인물들은 마치 실제 영화배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털 옷과 두꺼운 갑옷도 빛에 따른 반사광부터 바람에 휘날리는 털까지 묘사돼 있었다.
전투 또한 인상적이었다. 드라마 속 등장하는 악당인 ‘백귀’, 각종 괴물들과의 전투는 모두 수동 조작으로 진행됐다.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다. 시연 버전에서 제공된 △용병 △기사 △암살자 중 거대한 양손도끼를 쓰는 용병을 선택한 기자는 무게감과 타격감에 반해버렸다. 거대한 도끼를 짧게 쥐고 빠르게 휘두르는 연속 공격부터 점프와 함께 도끼를 수직으로 내려쳐 적의 머리를 그대로 쪼개버리는 강한 공격까지 ‘손맛’이 인상적이었다. 빠른 약 공격과 강 공격을 적절히 조합해 콤보를 만들거나 각종 스킬들을 활용하는 재미도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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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0%가 완성돼 있다는 오픈월드 콘텐츠 또한 놀라웠다. 이번 ‘지스타 2024’ 시연에서는 제공되지 않은 개발 빌드를 통해 오픈월드를 체험해 봤다. 말을 타고 거대한 맵을 달리던 도중 길이 아닌 숲으로 진입하니 적대적 비플레이어 캐릭터(NPC)인 늑대와 산적들이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이들을 피해 도망치던 중 다다른 한 장소에는 그 곳에서만 수행할 수 있는 필드 퀘스트도 존재했다. 각 지점에 위치한 이정표에 방문해 기록을 남기면 말을 타지 않아도 빠르게 이동이 가능한 시스템도 존재했다. 마치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를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단 한 가지였다. 게임 속 UI와 UX가 묘하게 모바일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만든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실제로 넷마블은 킹스로드를 글로벌 PC 플랫폼 ‘스팀(Steam)’과 모바일을 통해 출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직접 경험한 킹스로드가 가진 고품질 그래픽과 냉병기를 활용한 전투의 타격감, 북방의 분위기 등을 고스란히 전달하려면 콘솔이 제격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내년 첫 글로벌 공략지가 서구권인 만큼 콘솔이 지원된다면 향후 넷마블의 성과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 지스타 2024에서 장현일 넷마블네오 킹스로드 개발총괄 PD는 “웨스테로스 대륙에서 전개되는 ‘왕좌의 게임’ IP 최초의 오픈월드 액션 RPG를 체험할 수 있다”며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에 먼저 출시할 예정이며, 모바일 외에 다양한 플랫폼으로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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