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내림 칼럼] 달려라 벼내림!

[벼내림 칼럼] 달려라 벼내림!

문화매거진 2024-11-30 01:03:41 신고

▲ 달려라 벼내림! / 사진: 벼내림 제공
▲ 달려라 벼내림! / 사진: 벼내림 제공


[문화매거진=벼내림 작가] 운동을 잘하는 아빠를 닮아서인지 어릴 적부터 체육 시간이 되면 신나서 마구 날뛰었다. 특히 달리기는 학창 시절 내내 1등을 빼앗기지 않았을 정도로 잘하기도 했고 정말 좋아했다. 단거리, 장거리 달리기 모두 즐거웠다. 대학교 진학 전엔 미대를 갈지 체대를 갈지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규칙적으로 정해진 체육 시간이 없으니 자연스레 몸이 둔해졌다. 그러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던 때에 수영을 배우고 있던 친구의 권유로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다니게 된 체육관은 수영뿐 아니라 달리기 수업도 있고, 철인 양성도 하는 곳이었다. 

생각보다 수영이 재밌기도 하고 당장은 수영 강습을 들을 돈 밖에 없어 달리기는 관심 밖이었다. 그리고 올해 3월. 우연히 체육관에서 김포 한강 마라톤 홍보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바로 옆엔 달리기 수업 모집 포스터도 있었다. 여기서 달리기 수업 듣고, 바로 마라톤 나가라는 계시인가? 운명인가 싶어 조금 무리해 달리기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때 처음 알게 된 건 마라톤 단위로 5km, 10k, 하프(21.2km)도 있다는 것. 고등학교 체력장에서 고작 1km를 달려본 게 최대였기에 5km도 굉장히 무섭게 다가왔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5km를 7, 8살 어린 친구들도 달린다고 하는 것 아닌가. 나름대로 달리기에 일가견이 있던 나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10km로 스타트를 끊기로 했다. 체육관 단체 신청이기에 10km로 말씀드렸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선생님의 클릭 실수로 첫 마라톤을 하프로 뛰게 되었다. 

스스로 결정한 거리의 두 배를 뛰어야 했고, 마라톤 출전까지는 겨우 한 달이 남은 상태였다. 과거에 달리기를 좋아하던 몸의 감각을 끌어 올리며 부지런히 뛰었다. 마라톤에는 돌아와야 하는 제한 시간도 있는데, 그 시간 안에 돌아오지 못하면 회송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죽어도 회송 버스는 타기 싫었다. 

대망의 마라톤 날. 아침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반환점 전까지 숨차게 뛰지 않을 것. 끝까지 꼭 내 두 발로 들어올 것. 페이스를 유지하며 남은 시간도 틈틈이 확인했다. 중간에 물도 마시지 않고 절대 걷지도 않는 게 나의 무식한 전략이었다. 스피드로는 아직 승부를 볼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시간을 단축해야 했다. 결국 2시간 22분 59초로 무사히 결승선을 밟을 수 있었다. 

▲ 21.2km를 완주한 벼내림의 발. 자세히 보면 오른쪽 검지 발톱에 피가 고여있다 / 사진: 벼내림 제공
▲ 21.2km를 완주한 벼내림의 발. 자세히 보면 오른쪽 검지 발톱에 피가 고여있다 / 사진: 벼내림 제공


첫 마라톤 영광의 상처로 두 달 뒤 오른쪽 검지 발톱이 뽑히기도 했지만, 정신력으로 끝까지 버텨낸 것이 뿌듯하다. 첫 메달을 받고 재미가 붙었는지 올해 총 6개의 메달을 모았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메달을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품활동을 위한 건강한 신체 유지를 위해 꾸준히 달린다고 한다. 아직 내게 달리기는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에 가깝지만, 하루키처럼 달리는 일이 익숙해져 작품활동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 마라톤 배번호와 메달 / 사진: 벼내림 제공
▲ 마라톤 배번호와 메달 / 사진: 벼내림 제공


▲ 올해 마지막으로 뛴 부천복사골 마라톤 메달 / 사진: 벼내림 제공
▲ 올해 마지막으로 뛴 부천복사골 마라톤 메달 / 사진: 벼내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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