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독서를 통해 인생의 갈피를 찾고 싶은 청년들이 독서모임 ‘청년살롱 북갈피’에 모였다. 투데이신문 청년플러스 독서모임 ‘북갈피’는 청년과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고 소통하며 풍부한 인사이트를 얻고자 개설됐다.
북갈피의 다섯 번째 책은 김훈 작가의 <하얼빈> 이다. 책을 읽은 청년들이 서로 어떠한 생각을 나눴는지 지금부터 소개한다. 다만, 자유로운 토의를 위해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 하얼빈>
“―여기는 이미 이토의 땅이다. 나는 살아 있기 때문에 살길을 찾아가겠다. 이것은 벌레나 짐승이나 사람이 다 마찬가지다. 이것이 장자의 길이다.”_ <하얼빈> 中 하얼빈>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일본 제국의 전 총리이자 제1대 조선통감이던 이토 히로부미가 열차를 타고 러시아 하얼빈역으로 진입한다.
30세 청년 안중근, 러시아 재무상과 대화를 마친 뒤 9시 15분경 열차에서 하차하는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해 두 발의 탄환을 그에게 명중시킨다. 그리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다. 여기까지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안중근의 모습이다.
소설 <하얼빈> 에서 마주하는 안중근은 이와 사뭇 다른 인물이다. 일제강점기라는 난세를 헤쳐나가야 할 운명에 놓인 그는 우리가 봐온 단 몇 줄의 성공서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작중에서 동료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실패를 겪고 이뤄내야만 하는 살생 앞에 갈등하며 총의 감촉에 시선을 떠는 인물이다. 역사 교과서나 영화로는 결코 알 수 없을 그의 이면이 이 책에는 상당한 부피와 무게로 담겨 있다. 하얼빈>
김훈 작가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청년 안중근의 가난과 청춘에 집중했다. 안중근이 지닌 열정과 에너지를 글로 펴내기 위해 몇 해에 걸쳐 고전한 끝에 2022년 여름에 발표된 <하얼빈> , 그것이 이 작품이 영웅 안중근보다 ‘인간 안중근’을 조명하고 있는 까닭이다. 하얼빈>
청년 ‘에이미’는 <하얼빈> 을 10월의 서적으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10월은 안중근의 날이다. 평소에 김훈 작가 문체를 좋아하기도 했고, 소설에 대해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서 함께 읽고 얘기 나눠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얼빈>
청년들, 10월의 필독서 ‘하얼빈’ 속으로 떠나다
하이디(24·여)는 김훈 작가의 필체에 대해 “문장이 짧고 강렬해서 쪽수가 많아도 독서가 두렵지 않았다”고 호평했다.
이어 “결말이 정해져 있는 소설에는 얼마나 박진감, 몰입력 있게 글을 이끌고 나갈 것인지가 중요하지 구구절절 긴 묘사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며 “김훈 작가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자신의 문체에 이를 극한으로 써먹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에일린(24·여)는 “의사 안중근이 아닌 인간 안중근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었다며 “책의 분위기가 시종일관 흐린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데, 문체까지 담담하고 건조해 어딘가 위태로운 느낌이 뛰어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의와 선이 같이 갈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남겼다.
일라이(26·남) 역시 인간 안중근의 모습을 인상적이게 봤다. 그는 “작가의 대표작 ‘칼의 노래’에서는 인간 이순신의 심리가 행동의 당위성을 부여했다면, 하얼빈에서는 내면의 심리보다는 무언가의 이끌림과 추상적 불타오름이 주를 이뤄 인물의 색깔이 여실히 비교된다”고 평가했다.
또 “인물이나 사건이나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이면의 이야기를 문학이라는 장르를 이용해 독자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소설”이라고 말했다.
발제자 에이미(25·여)는 “김훈 작가의 필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면서 “특히 가족 앞에서 흔들리는 안중근 의사의 모습에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간 거사의 결과에만 집중했던 내 시각을 이 소설이 보완해 줬다”고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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