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고등학교 시절부터 동경해 온 과외 선생님, 일편단심 순정파 회사 동료, 10년째 나에게 집착하는 선배까지 세 명의 남자가 나만 바라본다.
카카오웹툰 '비밀사이'는 각기 다른 매력의 남자들로부터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순정 만화 속 여성 판타지를 BL(동성애) 장르에 녹여낸 작품이다.
주인공 다온은 가난한 집안의 네 남매 중 맏아들이다.
생활력 없는 부모님 대신 온 가족을 부양해 온 그는 대기업에 입사한 뒤로 연을 끊어버리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다.
대기업 월급에 웹소설로 번 돈까지 합쳐 집도 차도 샀지만, 아직도 가난하던 때의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점심은 꼭 구내식당에서만 먹고 퇴근하기 전 회사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간다.
그런 궁상맞은 모습을 꼴 보기 싫어하던 회사 동료 주성현은 다온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성현은 다온과 영화관 데이트를 하며 고백까지 하지만, 둘은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다.
다온이 확답을 주지 못한 것은 다른 두 명의 남자 때문이다.
한 명은 고등학생 때 무료로 공부를 도와준 과외 선생님이자 첫사랑인 신재민, 또 하나는 대학 선배 김수현이다.
다온은 약 120화 분량의 작품 속에서 이들 세 명의 사이를 쉴 새 없이 오락가락한다.
가장 힘들던 시절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재민, 다온에게 집착하듯 매달리는 수현, 언제까지고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성현 등 세 남자 중 누구 하나를 선뜻 선택하지 못한다.
이들이 완벽한 인물은 아니다. 수현은 다온을 협박해 강압적으로 자신의 품에 두려고 하고, 재민은 은근히 심리적 부채감을 심어주며 가스라이팅(심리 지배)한다.
가장 문제가 많은 인물은 다온이다. 애매하게 여지를 남기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나 쉽게 약속을 어기며 주변 인물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꼭 중요한 순간에 전화도, 문자도 안 받는 다온의 모습을 보면 작품 밖 독자임에도 화가 치밀어오르게 된다.
2020∼2023년 연재 당시에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최종 남자친구 알아맞히기가 치열했던 웹툰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각자 좋아하는 캐릭터와 다온이 맺어지기를 바라면서 팬덤을 형성했다.
답답한 주인공, 현실성 없는 설정에도 인기가 많을 수 있던 이유로는 아름다운 그림체가 첫 손에 꼽힌다.
다정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재민, 거칠지만 나에게는 헌신적인 수현, 건실하고 믿을 수 있는 성현까지 제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비밀사이'는 곧 드라마로도 만날 수 있다. 이달 촬영을 시작했으며 내년 1분기 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소년비행', '당신의 맛'을 집필한 정수윤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이유진 작가가 집필하며, 양경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국내에서는 왓챠가 독점 서비스한다.
카카오웹툰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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