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1일 출범한 여·의·정 협의체의 의료단체 2곳이 참여 중단을 논의하며 협의체 존속 여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의료계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이하 의학회)는 임원 회의를 통해 협의체 탈퇴 여부를 논의했다. 의학회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의대협회) 이날 오후 7시 이후 참여 중단 논의를 마친 이후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
의학회와 의대협회가 협의체를 탈퇴하기로 결정한다면 여·의·정 협의체는 사실상 해체 기로를 밟게 된다.
앞서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여당을 주도로 구성된 협의체는 의정 갈등 주요 당사자인 대한전공의협회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빠져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출범 이후 3차례 진행한 회의 또한 성과 없이 그쳐 협의체 출범이 무의미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의학회와 의대협회가 협의체에서 철수할 것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 의협 비대위는 전날 있었던 ‘정부의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2차 회의 브리핑에서 “협의체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구성한 허수아비 위원회”라며 “정부가 모순된 의료정책을 해결하려는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필수 의료는 갈수록 파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2차 회의에서는 ▲의료단체 협의체 탈퇴 요청 ▲일방적으로 구성된 허수아비위원회로 필수의료 파탄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 지적 ▲모순된 의료정책을 진정성 있게 해결하지 않으려는 정부를 향한 경고 등의 내용이 의결됐다.
의협의 이 같은 탈퇴 요청에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속해 있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경상북도 국립 의과대학 신설 촉구 토론회’에 참석해 경북에 상급종합병원이 없다는 점을 짚으며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의료계는 한 대표의 발언이 의료계와 대척점에 있는 의대 정원 확대를 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대위는 같은 날 한 대표의 발언에 대해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병원을 지원하고 충실히 만드는 것이지 의과대학 신설이 아니”라며 “여·의·정 협의체가 알리바이용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비대위 박형욱 위원장은 지난 22일 1차 회의 브리핑에서도 두 단체에 “이제 의료계 전 직역이 하나로 모인 의협 비대위가 구성됐으니 무거운 짐을 벗고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나오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의협은 내년 1월부터 회장 선거를 시작할 방침이다. 제43대 의협 회장선거 후보 등록은 다음 달 2~3일 이뤄질 예정이며 공식 선거 운동은 다음 달 4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다. 내년 1월 초 이뤄지는 개표 때 과반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같은 달 7일부터 이틀간 결선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의대협회는 여·의·정 협의체 출범 당시 “의대생에서 전공의로 이어지는 의료인 양성 시스템 파행과 한국 의료 시스템 붕괴 현상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를 위해 백척간두의 절박한 심정으로 협의체에 참여해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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