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개인 동반성장 팀스포츠로 진화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을 제패한 하나카드는 진한 ‘원 팀 스토리’로 PBA팀리그가 팀 스포츠로 거듭나는 데 이바지했다. 올 시즌엔 원 팀에 기반한 개인의 가치 상승까지 끌어내고 있다.
출범 다섯 번째 시즌을 보내는 팀리그는 PBA가 국내에서 프로스포츠로 명확하게 자리잡으려는 상징적 목적이 있었으나 본질은 안정적 스폰서 확보였다. 출범 초기 프로 골프를 벤치마킹, 남녀 개인투어를 정착시키는 데 애를 쓴 PBA는 기존 스폰서와 긴밀한 유대 관계 속 장기적 비전을 꾸리려는 목적에 20/21시즌 팀리그를 출범시켰다. 개인 투어 타이틀 스폰서로 참가하는 기업이 당구단을 창단해 팀리그에 참가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PBA는 ‘(팀리그) 드래프트 행사로 구단에 지명된 선수는 반드시 해당 구단과 선수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개인투어 출전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선수 등록규정(제8조 4항)까지 두고 있다. 모두 스폰서를 지키기 위한 방책이다.
이 규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러 선수가 불만이다. 하지만 PBA를 통해 진정으로 프로다운 삶을 사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일련의 시스템이 PBA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 요소라는 데 공감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팀리그 구성원의 인식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팀이 하나카드다. 지난 시즌 하나카드는 5라운드 우승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넘어 파이널에서 SK렌터카에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웃으며 우승했다.
강한 희생정신을 앞세워 스타 선수를 한데 묶은 ‘형님 리더십’의 베테랑 김병호, 뛰어난 기량뿐 아니라 국내 선수와 외인 선수 가교 구실을 한 김가영 등 완벽한 팀워크가 핵심이었다. 특히 팀워크의 완성을 이끈 건 포스트시즌에 단 1경기를 뛴 김진아였다. 그는 김가영과 주력 요원으로 뛰었지만 경기력이 저조해 사카이 아야코에게 밀렸다. 김진아에겐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가 될 법했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팀 우승에 조력자 노릇을 했다. 오히려 “첫 우승을 경험하게 해준 팀원에게 고맙다”는 말까지 했다. 하나카드의 우승은 그래서 더 빛이 났다.
그렇게 팀은 더 단단해지고, 김진아는 한 차원 진화했다. 올 시즌 4라운드 우승의 기폭제로 거듭났다. 김가영과 여자복식(2세트) 전 경기를 뛰며 6승2패를 기록했다. 승률 75%로 팀 내에서 가장 높았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장이 됐다. 김진아는 “이번 우승은 유난히 더 기분 좋다. 모든 경기에 출전해서 팀에 기여해 정말 행복하다”며 “경기에 뛰지 않는다는 이유로 필요 없는 선수라는 이미지가 박혀 주눅이 들기도 했는데, 이제 보이는 곳에서도 역할을 해냈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김진아를 믿고 기다리며 적절하게 기용한 팀 리더 김병호 전략도 빛났다. 김병호는 “선수 사이에서 ‘팀리그 병’이라는 게 있다. 훈련 때나 개인 투어에서는 잘 치는데 팀리그에 오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병이다. 우리는 23/24시즌 우승도 했고 선수 구성을 그대로 이어가 팀워크가 더 좋아졌다. 김진아도 안정감을 찾으면서 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팀리그 병’을 이겨냈다”고 기뻐했다.
복식 파트너 김가영도 “한마디로 ‘우리 (김)진아가 달라졌어요’다. 그 동안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큐를 잡고 시너지를 내는 것을 반겼다.
팀과 개인의 동반 성장이 보이고 리그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때 팀 스포츠의 정착을 논한다. 김진아와 하나카드를 통해 이를 엿볼 수 있다. PBA팀리그에 ‘진짜 팀’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용일 칼럼니스트/스포츠서울 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