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다울 때 가장 빛난다는 걸 알았어요.”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된 순간, 더보이즈 큐의 찬란한 오늘.
11월 5일, 오늘이 생일이에요. 특별한 날에 화보 촬영을 하게 되었네요.
다행이에요. 생일을 바쁘게 보내는 게 좋더라고요.(웃음) 오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물 받은 시집도 꼭 읽어보고, 나중에 또 만나면 감상을 말해드릴게요.
꼭 말해주세요.(웃음) 생일을 맞은 기분이 어떤가요?
예전엔 생일이 마냥 반갑진 않았어요. 평범한 하루에 생일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니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아 오히려 공허하게 느껴지곤 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좀 달랐어요. 자정이 되니 왠지 이번 생일이 저한테 좋은 날이 될 거란 예감이 들더라고요. 제 생일을 축하하고 함께 기뻐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면서 오늘을 보내는 중이에요.
오늘의 남은 시간은 어떻게 보낼 예정이에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요. 더보이즈의 새 앨범 <도화선(導火線)> 팝업스토어에 들렀다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을 만나고, 이번 화보를 위해 꾹 참고 미뤄둔 염색을 할 거예요.(웃음) 그다음에는 친구들을 만날 것 같아요. 친구들과 생일을 보내는 게 초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인 듯해요. 올해도 그냥 넘어가려다가 애들한테 연락해서 “한번 모일래? 소소하게 밥이라도 먹자”라고 했어요. 근사한 파티는 아니지만, 제게는 큰 이벤트죠.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스물여섯 번째 생일을 마무리하고 싶어요.
큐를 아끼는 모두에게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바라요. 최근 선보인 <도화선(導火線)>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나아가는 더보이즈의 자신감과 포부를 담아낸 앨범이라고 들었어요. 이번 컴백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무엇을 신경 썼나요?
앨범의 강한 컨셉트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어요. 오랜만에 머리를 탈색하고 메이크업도 진하게 하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편이라 재미있었어요. 앨범 컨셉트처럼 타이틀곡 ‘TRIGGER’도 아주 강렬해요. 안무 난이도도 제일 높고요. 무대가 끝나면 저도 멤버들도 푹푹 쓰러지듯이 주저앉아요.(웃음)
무대 직캠을 봤는데, 온 힘을 쏟는 게 눈에 보였어요. 몸이 부서질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요.(웃음)
실제로 활동 첫날에 목을 좀 다쳤어요.(웃음) 첫 음악 방송 때 진짜 잘하고 싶었는데, 무대를 마치니 목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온 거예요. 그렇다고 남은 무대에 서지 않거나 앉은 채로 퍼포먼스를 하는 건 싫었거든요. ‘무조건 할 거다’ 하는 마음으로 치료받고 약도 챙겨 먹은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100% 만족한 적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지만, 무대에 올라 춤췄다는 사실만으로 50%는 한 것 같아요. 더 나아가 열심히 했다 싶고요.
큐는 주연과 더불어 더보이즈의 메인 댄서죠. 멤버들에게 안무를 직접 알려주기도 하던데, 이번엔 어땠나요?
때마다 달랐어요. 저나 주연이가 알려줄 때도, 다른 멤버가 그 역할을 할 때도 있었죠. 11명이 저마다 의견을 내고, 안무 선생님의 도움도 받으면서 합을 맞춰갔어요. 예전만큼 제가 나서서 연습을 주도하진 않았어요. 다들 실력이 늘었고, 저도 더 성장해야 할 테니까요. 요즘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더 가지려 해요.
멤버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니 다정하면서도 단호한 면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스스로를 대할 땐 어떤 편이에요?
엄격한 편인데, 그래도 막 다그치진 않아요. 지난해부터 엄격함을 조금 내려놓고, 저를 보다 자유로이 놓아둘 수 있도록 마음을 단련해왔어요. 저 나름의 중심이 잡히니 이전에 비해 스스로를 잘 운용할 수 있더라고요. 순간의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왜 안 되지? 화가 좀 나지만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거죠.
나를 위한 건설적인 방법을 찾은 거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과정에 기울이는 노력이 줄어들진 않았을 것 같아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멤버 현재가 큐에 대해 “편한 길을 찾아갈 수도 있는데 굳이 힘든 길을 간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매번 신중히 고민하는 편이라 그렇게 느끼나 봐요.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이게 괜찮나?’ 하면서 혼자 의심하는 시간을 오래 가져야 해요. 커버곡 영상을 예로 들면, 1차 버전에서 ‘이 정도면 됐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 머릿속 그림을 더 명확히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예요. 편집 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추가 촬영도 하면서요. 하나하나 저를 표현하는 것일 테니 무엇이든 쉽게 내놓지 못하겠더라고요. 개인 인스타그램 게시물조차도요.
인스타그램 피드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게 느껴져요. 쉽게 지나칠 법한 일상의 순간들이 감각적으로 담겨 있어요.
제 눈에 예쁘고 아름다워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두고 있어요.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아, 여기 너무 예쁘 다!’ 싶으면 휴대폰 카메라를 켜는 거죠. 아마 수천 장은 될 거예요. 사진첩에 간직해뒀다가 확 꽂히는 게 생기면, 그때부터 한 게시물에 올릴 이미지를 수집하는 편이에요. 배열을 세심하게 신경 쓰고, 이런저런 편집도 시도해보면서요.
큐의 피드에서 발견한 특징이 하나 있어요. 게시물 속에 하트가 많더라고요. 하트가 그려진 장면이나 하트처럼 보이는 사물을 찍고, 사진 위에 하트 이모티콘을 얹는 식이죠.
맞아요. 프로필 이미지도 물음표 두 개를 이어 붙인 하트예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피드를 만들고 싶었고, 계정 이름(@__qfeed__)도 ‘큐의 피드’인 동시에 ‘큐피드(Cupid)’를 뜻하니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원래 하트를 엄청 좋아하진 않았는데, 피드의 방향성이 잡힌 이후로 일상 가까이 있는 하트들을 자세히 보게 되었어요. 내 주변에 어떤 하트가 있는지, 더 예뻐 보이는 하트는 무엇인지 살피는 거죠. 요즘은 둥글둥글한, 어두운 빨간색 하트가 참 예쁜 것 같아요.(웃음)
큐만의 감성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그 감성으로 음악의 가사를 채운다면 어떤 내용이 담길지 궁금해요.
이번 앨범 수록곡 ‘bAd’를 비롯한 더보이즈의 곡에 가사를 더한 적이 몇 번 있는데, 여러 명이 작사하기 때문에 제가 쓴 부분이 많이 들어가진 않았어요. 만약 가사 전체를 쓸 기회가 생긴다면, 평상시의 제 감정들에 대해 쓰고 싶어요. 여덟 번째 미니 앨범에 수록된 ‘숨(Horizon)’이 원래 꿈에 관한 곡이었는데, 당시 꿈 하면 생각나는 것들을 자연스레 써나간 기억이 있어요. 그때처럼 제가 일상에서 느낀 것들을 자유롭게 담아내고, 그 이상의 감정도 상상해보면서 가사를 완성하면 뿌듯하지 않을까 싶어요.
진솔한 감정이 담긴 음악은 마음을 동하게 하죠. 그 감정은 가사 형태가 아니더라도, 목소리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큐가 커버한 곡들을 들으면서 감정이 투영되는 맑은 목소리를 지녔다고 생각했어요.
멤버 뉴가 “큐 목소리는 소년 같다”라는 말을 종종 해요. 소년, 소녀가 저한테는 가슴을 울리는 단어예요.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든 찬란히 빛나는 듯한 느낌을 주잖아요. 그 때 묻지 않은 시절을 닮은 제 목소리가 아직까진 참 좋아요. 첫 커버곡이 우효의 ‘민들레’였는데, 녹음하고 들어보니 무언가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내 목소리에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건가?’ 싶었어요. 그렇다면 더 정성껏, 진심을 다해 노래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지난 자정에는 바운디(Vaundy)의 ‘odoriko’를 커버한 영상을 공개했죠. 이 곡을 부를 땐 어떤 감정을 떠올렸어요?
마지막 소절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가사를 한글로 번역해 읽어봤을 때 어렵게 느껴졌는데, 그 부분만 단번에 이해되더라고요. ‘우리가 흩어지고 남는 건 변하지 않는 사랑 노래일 거야.’ 이 문장이 곡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결국 남게 될 사랑 노래를 떠올리면서 벅찬 감정을 담아 불렀죠.
사랑이 끝내 남는다는 건, 그만큼 사랑의 힘이 크다는 뜻이지 않을까 싶어요. 일상에서 사랑이 지닌 힘을 실감한 적이 있나요?
그럼요.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부모님의 사랑이 있고, 친구와 팬들도 커다란 애정을 전해줘요. 그 덕분에 저도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제게 다가오는 사랑을 온전히 받고, 다시 돌려줄 수 있는 내면의 그릇이 생긴 거죠. 아직 자그마한 그릇이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표현하려 해요. 좀 더 베풀 수 있는 큰 그릇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내 안의 그릇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 저를 더 찾아가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중요성을 점점 크게 느끼고 있어요. 꾸며진 나보다 진짜 내가 더 아름다운 것 같더라고요. 나는 나다울 때 가장 빛난다는 걸 알았어요.
그걸 깨달은 계기가 있어요?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본모습은 숨겨두고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잖아요. 저도 큐라는 이름으로 데뷔하고 활동하면서 혼란을 겪은 적이 있어요. 큐가 본연의 저와 다르게 여겨진 거죠. 그런데 큐로서 더 많이 경험하고 성장하다 보니, 큐의 모든 것이 합쳐져 새로운 저를 이루는 것 같더라고요. 내가 만들어낸 모습도 결국 내 일부가 되는구나, 그러니까 큐는 곧 지창민이구나 하는 생각에 다다랐어요. 큐와 지창민의 경계를 지운 이후로 저를 오롯이 보여줄 수 있게 되었어요. ‘난 이런 사람인 것 같아’, ‘난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어’ 하면서요. 물론 모두가 저를 좋아할 순 없을 테고, 누군가는 제 깊은 내면의 모습에 당황할지도 모르죠. 그런데 있는 그대로의 저를 드러냈을 때, 그 모습까지 사랑해주는 분들이 있는 거예요. 그것만큼 고마운 게 없어요. 한 사람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아껴주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맞아요.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아끼는 마음이 본질에 가까운 사랑일 수도 있겠어요. 그런 사랑을 받는 큐는 스스로를 사랑해주고 있나요?
네! 많이 사랑하려고 해요. 왜냐하면… 한마디로 저는 제 것이니까요. ‘내 거야’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건 그 어떤 사물도 아닌 나 자신뿐이잖아요. 그래서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게 제일 속상하고 슬픈 일 같아요. 나에 대한 사랑이 최우선이고, 거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힘듦을 이겨내는 것도, 행복을 느끼는 것도요.
나에게서 비롯되는 행복은 쉽게 훼손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게 가장 확실한 행복이기도 할 테고요.
그렇죠. 행복을 바란다는 건 그 요인을 외부에서 구하는 거잖아요. ‘행복하고 싶어’, ‘행복해야만 해’ 하다 보면 오히려 그러지 못한 것 같더라고요. 그보다는 내 안에서 찾은 행복이 뜻깊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사소한 순간을 통해 스스로 행복을 누리려고 해요. 이를테면 오늘 스튜디오에 있던 꽃이 향기로울 때, ‘향이 참 좋네!’ 하고 느끼는 저 자신으로부터 행복을 얻는 거죠.
그런 생각으로 멤버들도 행복하기를 원하는 거죠?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멤버들이 “나 행복해”라고 말하는 걸 듣고 싶다고 했어요.
맞아요. 돌이켜보면 그동안 멤버들 모두 치열하게 살아온 듯해요. 물론 데뷔 이후 7년이란 시간 속에서 각자 행복을 느낀 때가 많겠지만, 말로 표현하는 걸 들어본 적은 드물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앞으로 멤버들 입에서 행복하다는 말이 자주 나오면 좋겠어요. 우리의 내일들이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라요.
멤버 제이콥이 한 말이 문득 떠오르네요. “멤버 중 큐를 보면 제일 행복하다”라고 했어요.
그러니까요. 왜 그런지 저도 모르겠어요.(웃음)
오늘 실제로 만나보니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해요. 한창 바쁜 시기라 피곤할 법도 한데, 내내 해사하게 웃어줬잖아요. 덩달아 행복해지는 시간이었어요.
다 같이 행복하게 일하면 좋잖아요.(웃음) 그래서 어떤 일에든 기분 좋게 임하려고 해요. 지칠 땐 잠시 쉬면 되고, 다 쓴 에너지는 집에 가서 충전하면 돼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계속 즐겁게 나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