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지켜온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정신, 수송을 통해 조국에 보답하고 나라 발전에 기여하자는 의지가 다시 한번 빛났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8월 13일 한국경영학회로부터 '제39회 대한민국 경영자대상'을 받으면서 밝힌 소감이다.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과 탁월한 경영 능력으로 경제 성장에 공헌한 기업인에게 주어지는 대한민국 경영자대상은 이미 할아버지 조중훈 창업주(5회)와 아버지 조양호 선대회장(22회)이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조 회장의 당시 수상은 3대가 경영자대상을 받은 첫 사례로 화제가 됐었다.
조 회장이 '수송보국'의 정신을 더욱 확장해 펼칠 기회가 또 다시 마련됐다. 오랜 기간 끌어온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가 마침내 마무리 수준에 접어든 것이다.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인 EU 집행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을 최종 승인했다. 이제 미국 경쟁당국(DOJ, 미 법무부)의 승인만 받으면 두 회사의 합병 절차는 마무리된다. 이번 합병 관련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미국의 경우 별도의 승인 결과는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EU의 승인인 기업결합 심사의 마지막 단계인 셈이다.
대한한공은 이번 승인 직후 미국 DOJ에 EU의 관련 내용을 보고한 상태로 연내 최종 거래종결 절차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위해 한국, 일본, 베트남 등 14개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했으며, 이번 EU 승인이 최종 단계가 된 셈이다.
2026년 10월경으로 예상되는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대형 항공사를 보유하게 된다.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보유 항공기 대수는 각각 158대와 80대로, 이를 합친 총 항공기 보유대수는 238대에 이른다. 임직원 수 역시 현재 2만여명에서 2만8000여명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지난해 기준 통합 매출 21조1000여억원, 자산 규모 42조8000여억원으로 재계순위도 10위권에 내에 들어가 기업 몸집도 대폭 커지는 만큼 국내 대기업집단에서 한진그룹의 위상도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특히 대형 단일 항공사의 탄생은 관련 업계 내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는데도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몸집이 커진 만큼 유류도입 원가 절감, 공항 사용료, 각종 부대 장비 리스료 등 각종 운영 비용에 대한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항공기 정비나 조종사 등 임직원 교육 등도 비용 대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비용 절감을 통해 개선된 수익성을 바탕으로 재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점은 대한항공은 물론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선순환 요소로 꼽을 수 있다.
주목되는 건 이번 합병 절차 관련 그간 그룹 총수로써 조 회장의 관련 행보다. 조 회장의 선제적 투자가 통합 대한항공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유리한 포석을 쌓았다는 게 재계 일각의 평가다.
실제 조 회장은 지난 7월 미국 보잉과 최신 항공기 50여대를 구매하는 3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현존 보잉 항공기 중 가장 효율성이 높고 친환경적인 모델로 알려진 보잉의 777-9, 787-10 항공기 도입을 조 회장이 적극적인 의지로 성사시킨 것. 당시 투자 규모는 대한항공의 항공기 구매 관련 사상 최대 액수였다.
조 회장은 당시 보잉 항공기 도입 관련 "대한항공의 기단 확대 및 업그레이드라는 전략적 목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통합 대한항공의 출범 이후 경영 전략의 튼실한 주춧돌을 놓았던 셈이다.
대한항공은 보잉 777-9 및 787-10 이외에도 에어버스 A350 계열 항공기 33대, A321네오 50대 등을 도입해 2034년까지 203대의 신형 항공기도 들여올 예정이다. 인수 절차 매듭에 조 회장의 추진력이 돋보였던 결정으로 꼽을 수 있다.
조 회장은 이미 여러차례 연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과 관련한 절차를 마무리 짓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해결 과제도 남았다.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 부채로 인한 대한항공 재무의 단기적 부담이나 인력 재배치, 고객 마일리지 통합 등의 과정에서 불협화음 최소화 시킬 복안도 필요하다. 여기에 국내 유일 대형 국적항공사라는 위치에 따른 독과점 우려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같은 난제에 대한 해결책에 조 회장의 경영능력이 어떻게 발휘될 지도 관심거리다.
이제 항공물류 업계는 물론 경제계의 이목이 통합 대한항공에 모아질 전망이다.
조 회장이 말했던 '수송보국'이 통합 대한항공의 출범으로 더욱 강력히 발현돼 국내 경제 산업 전반에 시너지 창출의 모멘텀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배충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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