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독립영화의 오늘을 알려온 서울독립영화제가 50주년을 맞이했다. 그 기나긴 여정을 돌아보며, 서울독립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1백 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그중 장편 10편, 단편 10편을 만든 스무 명의 감독에게 서울독립영화제의 인연과 추억을 물었다. 50년의 시간을 생생히 목격하고 함께해온 20인의 목소리. 그 안에는 독립영화에 대한 사랑과 서울독립영화제를 향한 응원이 분명히 담겨 있다.
서독제와의 인연 그저 정신 줄 부여잡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기억밖엔 없다.(웃음) 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할 때 면 언제나 스크린의 상태, 사운드 믹스 등 점검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온전한 정신으로 작품을 감상하기가 어렵다. 영화제를 찾는 손님들을 맞이해야 하니 몸도 마음도 몹시 분주하다. 영화제 기간 동안 스크린으로 확인한 프린트는 개봉 전까지 몇 차례 더 수정을 거치는데, 이런 까닭에 영화제는 언제나 나에게 최종본이라는 목적지까지 가는 중요한 길목과 같다.
기억에 남는 순간 <존 카사베츠 감독 회고전>과 <지아장커 감독 특별전>이 열린 2002년과 2004년의 서독제. 우리 곁을 떠나고 없는 존 카사베츠 감독의 작품을 한데 모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없이 행복했고, 이미 이 시대 정전에 오른 영화를 만들어낸 동시대 감독인 지아장커의 작업을 만날 수 있어 굉장히 흥분한 기억이 있다.
나에게 서독제란 한 해의 독립영화를 결산하고 미래를 약속하는 시간이자, 함께 걷는 동료들의 작업을 응원하는 독립영화 축제. 서독제가 끝나야 비로소 한 해가 마무리되는 느낌이 든다. 5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서독제를 거치며 성장한 많은 창작자와 영화제 스태프, 자원활동가가 있다. 나 역시 그중 한 명이고. 서독제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독립영화인에게 지지를 보내주었고, 한국 영화계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건 분명 그 힘을 동력 삼은 덕분이라 본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관객 여러분, 독립영화는 우리 삶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다시 극장에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