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독립영화의 오늘을 알려온 서울독립영화제가 50주년을 맞이했다. 그 기나긴 여정을 돌아보며, 서울독립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1백 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그중 장편 10편, 단편 10편을 만든 스무 명의 감독에게 서울독립영화제의 인연과 추억을 물었다. 50년의 시간을 생생히 목격하고 함께해온 20인의 목소리. 그 안에는 독립영화에 대한 사랑과 서울독립영화제를 향한 응원이 분명히 담겨 있다.
임순례 <우중산책>
서독제와의 인연 <우중산책>은 ‘독립영화 아카이브전’과 ‘35mm 단편영화 특별전’ 등을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서독제에서 관객을 만났다. 1994년에 만든 영화라 젊은 세대가 <우중산책>의 ‘올드’한 정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고 한편으로 긴장도 됐는데, 생각보다 깊이 공감해줘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이 있다.
기억에 남는 순간 서독제 심사위원을 맡았을 때, 주최 측이 내 생일에 케이크를 준비해줘서 그 자리에 모인 관객과 다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들었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고맙고 따뜻한 기억이다.(웃음)
나에게 서독제란 자본에 훼손되지 않은 한국 영화의 마지막 영토. 그리고 가장 순수하고 창의적인 영화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축제. 서독제를 통해 관객을 만나기를 열망하는 창작자와 영화제를 찾는 관객이 존재하는 한, 한국 영화에 희망이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올해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어려움을 마주했지만, 저항과 지혜 그리고 연대의 힘을 모아 이 난관을 돌파하길 바란다.
5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한국 영화가 단기간에 성장한 데는 서독제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창작자가 관객을 만나 찬사와 비판을 들을 수 있게 했고, 영화인들이 동료와 연대하며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 시간을 자양분 삼아 자신의 영화 세계를 구축한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선순환이 이어져 한국 영화 산업에 긍정적인 자양분을 공급해왔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