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약하고 반쯤 미쳐있고 술이나 담배, 마약에 찌든 삶…. ‘예술가’ 하면 으레 떠올리곤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갈수록 건강한 예술가가 생산해 낸 건강한 작품이 좋다. 시인 김소연의 ‘걷기’가 담긴 작고 단단한 책 『생활체육과 시』가 반가운 이유다. 시인은 책에서 ‘마음의 응어리들이, 괴로움들이, 번잡한 걱정들이, 끝없이 불길하게 이어지는 번뇌들이, 먼 데로부터 차곡차곡 도착해 온 울분들이 온 몸에 꽉 차 있을 때마다 나는 오래 걸었다’고 고백한다. 포물선을 그리며 시와 산문을 넘나드는 이 책은 걸으면서 쓰였고, 움직이며 완성된 것이다. 시인의 언어로 ‘시가 작아진 것은 우리가 커다래졌기 때문이라는 걸’ 발견할 땐, 문득 놀랐다가 다시 신발 끈을 질끈 묶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 생활체육과 시
김소연 지음 | 아침달 펴냄 | 160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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