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CEO 21명 교체 ‘고강도 쇄신’…화학군 임원 30% 퇴임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노준형 사장(왼쪽부터), 롯데지주 미래성장실 신동빈 부사장,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이영준 사장. [사진제공=롯데그룹]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유동성 위기설에 직면한 롯데그룹이 계열사 CEO 21명을 교체하고 22명의 임원을 퇴임시키는 고강도 인적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28일 롯데지주 포함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세부 인사 방향은 ▲경영체질 혁신과 구조조정 ▲고강도 인적 쇄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확보 및 성과 창출 ▲내부 젊은 인재 중용과 외부 전문가 영입 ▲경영 효율성 강화 등으로 압축된다. 이를 통해 그룹 전체 CEO 중 36% 수준인 21명이 교체됐으며 임원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13% 줄었다. 

주요 인사를 살펴보면 먼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노준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롯데지주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을 통합, 그룹사 비즈니스 구조조정과 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노 사장은 신규 조직의 그룹 컨트롤타워 강화해 각계열사 혁신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화학사업군에서는 포트폴리오 전환 가속화를 위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이영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는다. 전임 이훈기 사장은 과거 추진했던 일부 M&A 및 투자와 화학군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용퇴를 결정했다. 

신임 이영준 사장은 화학 및 소재 분야 전문가로 사업과 조직의 체질을 바꿔 화학군의 근본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사장은 특히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를 겸임, 기초화학 중심 사업을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중심 사업구조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작업을 이끈다. 

호텔롯데 대표이사 자리에는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 정호석 부사장이 내정됐다. 정 부사장은 롯데 그룹사의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한편, 경영 리스크를 관리해온 경영 전문가다. 정 부사장은 호텔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고 위탁 운영 전략 본격화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계획이다. 또 롯데월드,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호텔롯데 법인을 총괄 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아 사업부 간 시너지도 높여갈 방침이다.

과감한 인적 쇄신을 내세운 이번 임원인사의 기조는 화학군과 호텔롯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롯데 화학군은 총 13명의 CEO 중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의 대표를 제외한 10명을 교체했다. 롯데 화학군 임원 역시 약 30% 퇴임이 결정됐으며 특히 60대 이상 임원 80%가 물러난다. 

호텔롯데 역시 법인 내 3개 사업부(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 김동하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신임 대표이사가 됐다.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을 비롯해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부회장과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 및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의 CEO는 유임된다.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은 위기 관리를 총괄하며 그룹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점검한다. 롯데 식품군과 유통군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올해 중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실행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던 신동빈 회장의 장남 롯데지주 신유열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 부사장은 그동안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며 신사업 및 신기술 기회 발굴과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추진해 왔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바이오CDMO 등 신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핵심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주도하고 그룹 지속가능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