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권상표 부장판사)는 28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20대)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전자장치 부착 명령 15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7월 22일 밤 강릉 강동면 한 주택에서 함께 거주하던 친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직후 도주했으나 “칼을 든 사람이 어슬렁거린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청량동 일대에서 A씨를 체포했다. 이후 30분쯤 뒤에는 “주인집 할머니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는 세입자의 추가 신고가 들어오면서 경찰은 해당 사건이 A씨의 범행임을 파악했다.
A씨는 특히 체포에 앞서 일면식도 없는 행인에게도 범행을 저지르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할머니를 살해한 뒤 체포를 피하고 저항할 목적으로 주방 싱크대에 꽂혀 있던 흉기를 챙겨 도주했다. 이후 그는 강릉시 율곡로 일대를 배회하다 행인 C씨에게 위해를 가하려 했지만, C씨가 도망치면서 무위에 그쳤다.
A씨는 체포 후 경찰조사에서 “외계인이 자신을 조정해서 할머니를 찔러 죽이게 했다”며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일본 애니메이션 작가로부터 받은 돈을 할머니와 아버지가 몰래 사용하는 거 같다. 할머니가 자신을 인신매매범들에게 팔아넘기려 한다”는 등의 황당한 진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공소장에서 A씨의 범행 동기는 ‘할머니가 자신을 드라마 주인공과 비교했다’는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화가 난 A씨는 집 안에 있던 흉기로 할머니를 찔러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A씨 측은 정신질환 병력을 이유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가 범행 당시에도 이러한 정신 질환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봤다.
A씨는 작년 4월부터 7월까지 ‘파괴적 기분 조절 장애’ ‘주의력 결핍 장애’ 등으로 지역 병원에서 입원·외래 진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후 1년간 치료를 받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범행 동기와 경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등으로 비춰 범행 대상인 할머니의 존재를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계 존속을 살해하는 존속살해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라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손자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한 피해자는 당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고, 피해자 가족 역시 평생 치유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오래전부터 파괴적 기분 조절 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아왔고, 그로 인해 정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